남북미 판문점 정상 만남, 여러분의 생각은?
남북미 판문점 정상 만남, 여러분의 생각은?
  • 신기성
  • 승인 2019.07.0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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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교계 단체 및 지도자 입장 표명
사진출처: 청와대
사진 출처: 청와대

 

[NEWS M= 편집부] 꺼져가던 한반도 평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적대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서로를 갈라놓은 경계선을 오가며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만남은 특별히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과연 역사가 인간의 손으로만 쓰이는 것인가?’ 다시 한번 질문하게 되는 순간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이번 회담을 환영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 정착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번 회담이 보여주기 행사, 일회성 이벤트, 김정은만 살려준 계기가 됐다고 폄하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보수 정치 세력과 미국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 많이 닮아 있다.

이번 판문점 회담을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은 어떨까? 논란이 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해 온 보수와 진보 교계가 이번에는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수 진보 공히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의 만남을 환영했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북한의 선제 조치 요구, 철저한 안보 조치 확보, 한반도 종전 선언 등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만남 자체를 의미 있게 평가하는 면에서는 비슷했다.

교회의 본질에 대한 물음

이번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각 교계 단체와 교단별 성명이 잇따르고 있지만 개교회 설교나 예배 중에 언급된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미국 시간으로 토요일 밤과 일요일 새벽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주일 설교에 언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에 교회가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판문점 회담을 보며 교회가 역사의 진보에 비해 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뉴욕 후러싱제일교회 김정호 목사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땅에 발을 디딘 사건은 기존 인식의 담이 무너지게 하는 사건이라고 말하고 교회가 현실과 역사 인식에 있어서 역사의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교회의 존재 목적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예수 운동이 아니라면, 어쩌면 통일 문제도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료 출처: 연합감리교회 뉴스)

뉴잉글랜드연회의 감리사이며, UMC 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장위현 목사는 이번 만남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정상 회담에 관한 미국 주류 언론 보도에 한인 목소리는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에 관한 논의는 8천만 동포를 제외하고 일어날 수 없다. 그것인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이고 숙명이다. 미국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한민족 전체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개념이 정치 경제계뿐만 아니라 교계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예수의 선포는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이었다.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라는 주문이었다. 교회가 한반도에 궁극적인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한 꿈보다는 미국의 골칫덩이 북한을 굴복시키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김정호 목사의 말대로, 한반도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예수 운동을 일으키려는 몸짓이 교회의 본질일 것이다.

주일 설교가 구원에 관한 담론을 개인의 신앙 양심의 점검에만 한정시키고 교회 담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상 일로 규정하고 외면한다면 담장 밖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영적으로 거룩하고 구별된 삶은 세상과 단절된 상태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 발을 딛고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추구해야 할 목표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도 결국은 교회의 본질에 관한 물음이다. 종전 선언 및 평화 협정 체결의 과정과 결과가 궁극적으로 예수 운동,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관한 것인가 하는 물음 말이다. 오직 교회만이 물을 수 있고 추구해야 하는 특권이자 의무이다. 언제까지 외면만 할 것인가!

미주 한인 교계 반응

미주 한인 교계도 교회와 단체 등의 이름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 연구위원인 안태형 박사는 이 역사적인 모멘텀을 계속 살려서 앞으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이고 진전된 합의가 마련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문규 엘에이 기윤실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를 치하하며, “길고도 힘든 여정에서 반의 반 보 앞으로 나아간 것임을 인식하고 흥분하지 말고 인내와 기도로 평화로의 여정에 힘을 실어주자고 호소했다.

민종기 충현선교교회 담임목사는 회담 당사국 지도자들이 이번 만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실제적인 비핵화의 전진과 평화의 발걸음이 진행되도록, 이데올로기적 분열이 극복되고 화해가 이루어지도록 고국과 이민 사회가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연합감리교회(UMC) 위스콘신연회 정희수 감독은 이번 만남을 민족의 현실에 큰 희망을 주는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는 연합감리교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더 구체적인 일들을 이루시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하고 오는 79-12일 방콕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에 연합감리교회를 대표해 참석해서 조선기독교 연맹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며 이번 정상간 만남을 계기로 (남북 교회가) 화해의 꽃을 피울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https://www.umnews.org/ko/news/crossing-of-a-threshold-by-two-leaders-of-us-and-dprk)

동방정교회와 가톨릭 수장들

해외 교계 지도자들도 이번 판문점 정상 회담을 환영했다. 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는 총대주교청을 방문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이기도록 정의로운 싸움을 펼치는 분들의 편에 서 있다"고 밝히고 "동포 사이 화해를 원하는 여러분의 열망을 진심으로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세계총대주교 개인적으로 기도할 뿐만 아니라 정교회 전체에 기도를 요청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 남·북한이 평화를 이루고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기도하자고 전 세계 3억 신자들에게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0일 바티칸에서 열림 삼종기도 강론(Angelus Address)에서 판문점 회담의 성공적인 결과와 평화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밝히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딘 주역들을 보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에 남북 지도자들에게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그의 소망을 담은 비디오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내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는 조화와 일치를 추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또한 교회는 복음을 거리에서 선포하고 변방에 전파하도록 부름을 받았기 때문에 본질상 행동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한국 교계 단체 및 교단 입장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논평을 통해 이번 정상 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이며 역사적인 사건이며 한반도 분단 현실을 알리고 평화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회담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으려면 향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폐기 및 인권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가 반드시 도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도 논평을 내고 이번 대화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극복하고, 상호 이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교류 확대, 평화 공존과 통일로 가는 길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통한 민족 번영과 부흥을 통해 동북아와 세계평화가 이루어질 것을 믿으며 계속해서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평화 공존의 새 날을 준비하자는 제목의 성명에서 3차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해 가는 길에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고 평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 공존 체제 구축을 위해 남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들이 우선 북한이 체제 안정을 통해 평화롭게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북한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 즉,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분단된 한반도를 통해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던 냉전 시대의 반평화적 현실 정치의 길에서 돌이켜 한반도 평화를 통해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평화 외교 정치의 길로 전환하기를 촉구하고 한국전쟁의 당사국들은 즉각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 체제에서 평화 공존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을 추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환영의 뜻을 표하기는 했지만 한교연과 KNCC의 논평에는 온도차가 분명하다. 한교연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핵 폐기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KNCC는 남북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4대 강대국까지 모두 평화 외교 정치 체제로 전환하고 차제에 종전 선언까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단별로 입장을 표명한 경우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전명구 감독회장 명의로 논평을 내고 전쟁의 상흔,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간직한 판문점에서 남미 정상 회동이 이뤄진 것을 환영하며 이번 회담 이면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개입돼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우리 민족, 대한민국이 되기를 150만 감리교인과 함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 이승희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교계 대표가 지난 3일 가진 간담회에서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고 이 감동이 한반도 평화 통일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메시지를 통해 “(이번) 만남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한 평화 정착 구상에 있어서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전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역사적이고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자주 만나 열린 마음으로 대화한다면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날이 우리에게 더욱더 가까이 오리라고 믿는다고 밝히고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 교회와 연대하며 끊임없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는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가능케 되었다고 평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번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 문 대통령에게 하나님의 지혜와 힘이 함께 했음을 많은 성공회 교인들이 기뻐했다고 말했다.

오는 27일은 정전 66주년이 되는 날이다. 67주년이 오기 전에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 협정이 체결되고, 한반도에 희년이 선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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