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야고보의 충돌?
바울과 야고보의 충돌?
  • 김진규
  • 승인 2019.07.09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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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와 야고보를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혼돈이 생긴다. 로마서의 ‘행위’라는 말과 야고서의 ‘행함’이라는 말이 미묘하게 갈등을 일으킨다. 사실 원문은 동일한 ‘에르곤’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런 경우에는 로마서에서 사용하는 말과 야고서가 사용하는 말에 대해, 이 단어가 속한 ‘책’이라는 문맥 속에서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음 두 구절을 비교해보자.

"만일 아브라함이 행위로써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면 자랑할 것이 있으려니와 하나님 앞에서는 없느니라"(롬 4:2).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제단에 바칠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약 2:21).

로마서는 아브라함이 행위(에르곤)로써 의롭다 하심을 받지 않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함을 받았다고 말한다. 반면에 야고보는 아브라함이 행함(에르곤)으로 의롭다하심을 받았지, 믿음으로만 아니라고 주장한다(약 2:24). 마치 바울과 야고보가 충돌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겠는가?
바울이나 야고보가 동일한 ‘에르곤’(행위/행함)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의미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에 바울과 야고보가 로마서와 야고보서에서 사용하는 문맥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사용하는 ‘행위’라는 말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그 앞에 수식어가 붙는다. 그가 말하는 행위는 ‘율법의’ 행위를 염두에 둔 말이다(롬 2:15; 3:20, 28). 율법의 행위라는 말은 ‘율법을 지켜서 의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브라함은 (율법의) 행위 때문에 의를 얻게 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브라함은 오직 하나님을 믿음으로 의롭게 된 것이다(롬 4:3).

반면에 야고보서가 말하는 행함은 율법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야고보서는 결코 이런 의미로 행함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가 의미하는 ‘행함’이란 믿음의 결과 따라오는 순종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행함은 믿음의 또 다른 면을 의미한다. 야고보서는 행함을 선행과 매우 가까운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순종이 없는 믿음이 진짜 믿음일까? 야고보서는 단호히 아니라고 한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약 2:26). 여기서는 ‘순종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렇게 동일한 말도 책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단어는 그 책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책 문맥을 꼭 확인해야 한다.

김진규교수 / 백석대학교

원문출처: 김진규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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