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목회자 세미나, '고슴도치' 교회로는 답이 없다
LA 목회자 세미나, '고슴도치' 교회로는 답이 없다
  • Michael Oh 기자
  • 승인 2019.07.12 11: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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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환.정재영 교수 초청, '공공신학과 미셔널처치' 공부...이민 교회 적합성은 숙제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남가주 지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목회자 멘토링 세미나가 열렸다. 화두는 교회의 공공성과 미셔널처치였다.

7월 9일(화) 남가주동신교회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지역 교회의 목회자 및 리더 50여 명이 참석하였고, 성석환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와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교)가 주제 발표를 하였다.

사회를 맡은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는 "이번 세미나가 단순한 지식의 전달 차원이 아니라, 현재 교회의 상황을 진단해보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모으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고국의 다양한 미셔널처치 시도에 부러움과 함께 많은 도전을 받았다"고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미주 한인 교회 상황에서 적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세미나가 이러한 고민에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L.A. 목회자 멘토링 세미나
L.A. 목회자 멘토링 세미나

 

복음의 공공성과 미셔널처치의 현장성

오전 세미나를 맡은 성석환 교수는 오늘날 교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면서, 신학의 문제가 원인이라고 했다. 강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근대를 거쳐 현대로 들어온 사회 가운데에서 교회는 여전히 전통적인 형태의 신학을 가지고 있다. 교회 중심적(크리스텐덤) 사고방식과 언어로 채워진 기존의 신학은 오늘날의 현실과 소통할 수 없다. 사회는 끊임없이 분화되고 의사소통 구조도 분산형 네트워크 형태로 변하고 있는데, 교회의 신학은 여전히 폐쇄적인 체계 속에 갇혀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계몽주의 시대의 영향으로 인해 복음의 공공성을 상실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에 매몰되었다. 이로 인해서 교회는 점차 사회와 괴리되어갈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 오는 도전에 응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공공신학적 언어를 통해 미셔널처치 운동을 해석하고 표현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공공신학은 기존의 교회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세상 가운데 공공의 선(Common Good)을 추구하고, 그 자리를 시민사회 가운데에서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셔널처치 역시 복음의 본질을 고민하는 가운데 신앙과 교회의 방향과 위치를 찾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식의 신학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던 복음의 공공성과 현장성은 교회의 내일을 고민하는 미셔널처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공공신학적 언어를 통해 미셔널처치 운동을...

공공신학과 미셔널처치는 시민사회적 요청에 직면해 있다. 오늘날 교회가 처한 후기 세속사회는 근대 이성의 한계가 드러나고 그 대안이 고갈되어가는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2004년 이성과 합리성의 철학자 하버마스와 훗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되는 라칭거 추기경의 대화는, 현대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토대로서 근대 이성과 합리성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적 가치와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는 근원을 찾기 위해서 철학과 종교가 만난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성석환 교수 (김재영 교수 제공)
성석환 교수 (김재영 교수 제공)

공공신학과 미셔널처치 담론이 서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지적은 놓치기 쉽지만 중요한 통찰이다. 서구의 역사적 상황과 도전에 대한 응답으로 분출된 이들 담론과 대안들은 단순 모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주 한인의 상황에 대한 분석과 이해,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공공신학과 미셔널처치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공공신학과 미셔널처치 담론... 단순 모방 불가능

한국의 사회적 맥락과 교회 상황에 대한 분석과 고민도 이어졌다. "1987년부터 2017년, 혹은 이한열에서부터 광화문 사이로 표현되는 이 시기에 한국은 민주화, IMF, 다변화 되는 국제관계와 한반도 상황 등 격동의 시기를 겪게 되었다. 이러한 소용돌이 가운데 한국은 사회 구조, 삶의 방식, 가치관과 문화 등의 전반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 가운데 한국 교회는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대처하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한편 오히려 기존의 방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 결과는 세대간의 괴리, 중산층과 주류로서의 기독교, 가족주의에 매몰 등 현상이 나타났으며, 결국 탈교회와 교세 하락을 자초하게 되었다.

이제는 한국 교회는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존재 방식을 찾지 않고서는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최근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공동체의 담론들과 마을과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비록 기존의 교회가 사회 변화와 요구들에 발맞추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과 시도들을 함께 고민하고, 그 가운데 교회와 신앙의 위치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 교회는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존재방식을 찾아야...

가나안 현상과 미셔널처치의 한국적 맥락들

오후 세미나를 맡은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현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 바라본 가나안 현상의 원인으로는 목회자와 교회 일반에 대한 신뢰도 상실과 신학적 갈등이 제시되었다. 구체적으로 점차 탈제도화되는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경직된 교회의 모습과 소통 단절, 신앙과 삶의 괴리 등을 경험한 교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교회 이탈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 이탈이 단순히 개인적인 불만이나 신앙의 일탈 차원이 아니다. 이들은 주체적인 신앙의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경관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인격적인 교제와 리더십, 신행일치, 흩어지는 교회, 소통 방식의 설교 등은 오히려 더욱 진지한 신앙의 갈망으로부터 쏟아났고 봐야한다.

따라서 한국 교회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동체성의 회복, 사회 개혁 참여 등을 통하여 교회의 제도화를 극복하고 더욱 생생하고 의미있는 신앙의 장소로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가나안 성도... 주체적인 신앙적 욕구 가지고 있어... 한국교회...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인 토대로서 한국 사회의 분석도 이어졌다. "고령화 사회, 혼밥족으로 일컫는 가족 구조의 변화, 4차 산업 혁명을 통한 정보 사회로의 이행 등이 한국 사회와 교회의 삶과 방식에도 지대한 도전과 영향을 주었다.

정재영 교수 (김재영 교수 제공)
정재영 교수 (김재영 교수 제공)

이러한 변화는 교회로 하여금 구체적인 방향과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교회가 더이상 권위와 교리를 통한 답을 제시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삶의 길을 고민하고 모색하는 공동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 교육과 리더십 패러다임, 그리고 교회 형태 등의 영역에서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미셔널처치는 안으로의 공동체성과 밖으로의 공동체성으로 불리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안으로의 공동체성은 정체성의 토대, 인격적 소통과 교제 등을 제공함으로써, 파편화되어가는 현대 사회로부터 인간성과 삶의 의미를 찾고 지켜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한편 밖으로의 공동체성은 공동체가 단순히 구성원들을 위한 폐쇄적인 형태로 함몰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사회와 세계에 기여하고 확장함으로써 진정한 미셔널 공동체의 의미를 실현시킬수 있다."

미셔널처치는 안으로의 공동체성과 밖으로의 공동체성

실천 전략으로서 지역 공동체의 형성과 참여를 제시하였다. 공동주택, 전통시장, 마을회의, 협동조합 등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지역 공동체적 기반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의미와 상상력을 실천할 수 있다고 한다. 교회가 지역 공동체 운동에 참여하는 형태로 교회 공간을 공적 공간으로 전환하여 주민 행사를 주최하거나 참여하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나아가 교회가 공동체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한인 교회의 공공성과 미셔널처치는?

이번 세미나는 교회의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위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와 분석을 제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쉼없이 돌아가는 개교회의 목회자와 사역자들이 막연하게 품고 있을 고민과 바람에 대해 좀더 명확한 언어와 방향을 제시하고, 이러한 고민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민 목회를 감당하는 목회자를 대상으로하는 멘토링 세미나에서 미주 한인 교회의 독특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대안 제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김재영 교수(ITS 국제신학대학원, 캘리포니아 웨스트 코비나 소재)도 같은 시각에서 아쉬움을 전하였다.

청중과 토론의 토론 (김재영 교수 제공)
청중과 토론의 토론 (김재영 교수 제공)

“이민 교회를 감당하고 있는 목회자들로서, 한국 상황을 들어보는 것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미국 이민 현장의 특수한 틀과 층위를 스스로 성찰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 상황에서 비롯되는 내러티브들과 분석을 듣는다는 것은 아주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과연 이민 교회 상황에서 미션얼 운동/선교적 교회 운동은 무엇인가? 이민 교회 및 이민자의 상황에서 공공성이란 어떤 것일까? 이민 교회에서 가나안 교인 현상은 언제부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현재 이민 교회들은 그러한 가나안 교인의 존재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이민 교회들이 마을 공동체 운동 같은 것을 과연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민 교회의 현실에서 '공동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가정-직장-교회밖에 없는 현실 가운데서 그래서 사실 마을이나 동네라는 것은 거의 없는 이민자로서, 또 직능상 전문인으로서 새벽부터 직장에 나갔다가 밤늦게 복귀하는 크리스천에게 마을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가? 가정주부의 경우는 어떤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사실 우리 자신의 삶의 현장을 미션얼하게 되돌아보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도 없는 게 아닌가?” (자료 출처: 김재영 교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ykim328/posts/10217337268057923)


행사 주최자나 발제자 모두 이번 모임이 어떠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 이전에 함께 고민하는 기회와 그 토대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발제자들은 모두 한국 교회의 전문가이지만, 이민 목회에 관해서는 애정어린 관찰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교회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며, 이렇게 뿌린 고민과 대화의 씨앗들이 언젠가 척박한 이민 교회의 현실 위에 잘 뿌리내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함께 기뻐하는 날이 오리라는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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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07-17 03:12:32
제목의 '고슴도치' 교회라는 것은 어떤 교회를 말하는 것인가요? 링크되어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