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인드1] 천국에 심기운 사람들
[오픈마인드1] 천국에 심기운 사람들
  • 이재근
  • 승인 2019.07.12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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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목사 동영상 칼럼

얼마 전, 98세로 사망한 고 문동환 목사는 모진 독재의 세월을 저항하며 우리네 역사의 한복판에서 민주화를 이끌던 리더이자 선생이었다. 1921년 만주땅 북간도 명동촌 태생인 문 목사는 그의 형 고 문익환 목사, 시인 윤동주와 함께 유년 시절을 지내며 아버지 문재린 목사와 윤동주의 외숙 김약연의 영향으로 목사가 되는데,  문동환, 문익환, 송몽규와 윤동주 등이 나고 자란 북간도의 명동촌은 당시 독립 항쟁과 기독교의 메카로 여겨지며 조선 민족의 독립운동과 사상적 개혁을 이끌게 되는데…

100년 전 북간도와 그곳 사람들을 살피며 복음서의 주요 무대인 갈릴리와 그 땅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갈릴리는 흡사 오래 전 우리네의 북간도와 같았다. 로마의 식민 통치하에 유대 땅 북쪽 변방에 놓여진 땅. 하지만, 예수 당시 갈릴리는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이들의 고단한 삶의 자리였음에도 늘 깨어 있음과 저항의 땅이었기에  마치 북간도의 그들처럼 그렇게 복음서 속 주요 인물들을 탄생시켰고, 그중 대표적 인물이 세례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이다. 흥미로운 건 이들 역시 이종형제지간으로, 어려서부터 왕래하며 지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명동촌의 그 아이들처럼… 

한편, 북간도와 갈릴리 사람들의 공통분모를 좀더 들여다보며 안타까워지는 것은, 그 땅 자녀들의 삶이 고난과 아픔으로 점철된 것이다. 아름다운 시어(詩語)를 통해 민족을 깨우려던 젊은 동주는 해방 직전 옥중에서 죽었고, 그의 친구 익환 역시 옥고를 치른 여파로 세상을 떠났으며,  몽규, 준하 등 그 친우들의 삶의 끝자락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광야의 소리라 불리던 세례 요한과 그의 육촌 동생 예수는 어떠했을까? 세례 요한은 당시 유대왕 헤롯 안티파스를 비판한 이유로 옥고를 치르다 헤롯의 의붓딸 살로메의 요청에 목이 베어 죽는다. 고작 10대 소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이유였다. 익히 아는 바 예수는 호된 매질과 채찍에 맞은 후 십자가에 달려 죽게 된다. 많은 이들이 추앙했던 선지자와 메시아의 마지막 모습이라 하기엔 너무나 허망하고 절망스럽게…그렇게 말이다. 

하지만…, 100년 전 북간도의 그들과 2000년 전 갈릴리 사람간의 공통분모가 실은 한 가지  더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허무한 듯 보여진 그들의 생, 그들의 말과 글, 그들의 정신과 가르침은 긴 세월이 흘렀으나 단지 낡고 오래된 복음이 아닌 오늘의 말씀이 되고 나아가 미래의 지표가 되고 있음을…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묻는다면, 그 해답은 앞서 언급한 이들의 삶이 모두 하나님 나라의 씨앗 되어 이 땅에 심겨졌기 때문이리라. 즉, 그들은 모두 천국에 심기운 씨앗된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심기웠기에 결실이 맺혀진 것이다. 

예수 믿어 낙원에 이를 소망 역시 복음이겠지만, 자신들이 딛고 살아간 바로 그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했음을 선포하고, 바로 그 나라를 살아가고자 애쓰고 힘쓴 이들의 삶을 돌이켜보며, 우리 역시 그들처럼 하나님나라의 작은 씨앗 되어 저 하늘 이전에 우선 이 땅에 심기워지기를 소망해본다. 아마도 그런 소망에 윤동주는 다음과 같은 시어를 우리에게 남겼으리라.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이재근 목사를 소개합니다]

4대째 장로교 집안에서 자라났습니다. 뿌리깊은 전통을 사랑하는 만큼 신앙과 교회의 오늘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구요. 서울서 자라나 장로회 신학대학교(M. Div., Th. M)와 Graduate Theological Union(M.A.)을 거쳐 보스톤 대학(Ph.D. 수료)에서 조직신학과 문화전도학(영화와 신학적 미학)을 공부했습니다. 신학과 인문학 너머 음악, 미술, 영화, 스포츠, 미디어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지녔기에 San Francisco Bach Choir, Boston Korean Choir, 보스톤 한인 축구리그등에 참여했구요.  KBS보스톤 통신원(2008-2015)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KBS TV Documentary 에 현지 리포터로 참여 했으며, 종종 Meetup 에 나가 글로벌한 친구들과 다채로운 축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세상을 해석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을 좋아하구요. 현재는 산호세에서 iChurch of Silicon Valley를 개척해 섬기고 있으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성공을 꿈꾸는 땅 실리콘 밸리에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드러나고,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들이 이뤄지는 땅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YouTube 채널, iTV.SiliconValley를 운영중이며, 미디어와 문화 컨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아내 김희정, 아빠닮아 축구를 사랑하는 아들 조엘과 산호세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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