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한인 이민자의 자살, 대책은?
심각해지는 한인 이민자의 자살, 대책은?
  • Michael Oh
  • 승인 2019.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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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열린 ‘희망 콘서트’, 자살에 대한 경각심 높이다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미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인종 가운데 한인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미주 한인의 자살 문제가 더 좌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디디허쉬 정신건강센터(Didi Hirsch Mental Health Services)가 자살 방지를 위한 ‘희망 콘서트 (Hope Concert): 살아 숨 쉬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를 마련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디디허쉬 정신건강센터는 1942년부터 캘리포니아 엘에이 및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 정신 질환 및 자살 방지에 관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단체다. 재정 여건이나 여러 가지 문제로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별히 자살방지센터는 이 분야에 관한 연구와 훈련 그리고 위기 상황 해결 등의 영역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위치에 있다.

지난 일요일(7월 28일) 엘에이 호산나장로교회에서 열린 콘서트는 지역의 뮤지션과 합창단이 출연하여 다양한 공연을 하였으며, 자살 방지에 관한 세미나도 함께 진행하였다. 콘서트에는 한인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이민자들도 함께 참석하였다. 고단한 이민 생활의 애환이 단지 한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든 소수 인종의 경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 위로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희망콘서트
희망콘서트

행사의 진행과 세미나를 맡은 크리스토퍼 전과 샌드라 로드리게스는 이민자로 성장해 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한편, 이민 사회 가운데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자살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었다.

크리스토퍼 전, "미국 사회 내 한인 자살률이 가장 높아"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종 가운데 한인들의 자살률 또한 압도적인 수치로 가장 높다. 특별히 캘리포니아의 한인 자살률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힘든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인종 중에 유독 한인의 자살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한인의 체면 문화(Shame Culture)가 큰 역할을 한다. 끊임없는 경쟁 가운데 삶을 이어온 한인들이 실패나 낙오를 경험하게 될 때 쉽게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요인이다. 체면 문화는 경쟁이나 어려움 앞에 실패나 낙오를 한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하고, 나아가 그런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게 한다. 자신에게 향하는 수치심은 자기혐오와 우울감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자살 충동에 빠지게 한다.

전통적인 유교 사상과 토속 신앙 또한 이와 비슷한 결과를 일으킨다. 심청전과 같은 이야기가 전형적인 예이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심청을 효녀로 칭찬을 한다. 가족이나 타인을 위한 희생의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전통 문화 가운데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은 고귀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이 자살로까지 쉽게 연결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 또한 지극히 위험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성공 강박에 시달리는 자녀들은 경쟁 가운데 연약한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극심한 공허감과 우울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자연스럽게 자살 충동을 경험하게 되며, 수많은 자녀가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말 한마디의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있다. 자살을 생각할 만큼 위기에 처해 있거나 실제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과 우울감 등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말 한마디는 자칫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대로 따뜻하고 긍정적인 말 한마디는 위기 상황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자살의 위기 가운데 있는 이들을 직접 돕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나 상담소에 연결하여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제로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시의적절한 전문가의 도움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실마리와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면 주변의 관심과 노력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자살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족과 친구까지도 희생자로 만든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슬픔은 쉽게 극복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린 시절 자살로 친구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자살 예방에 대한 서비스와 상담을 하는 나조차도 여전히 그 기억과 고통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한인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유가족을 위한 관심과 배려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뿐만이 아니라 자살 예방을 하면서 겪는 사례를 통해서도 이러한 배려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혹시라도 주변에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디디허쉬에서 제공하는 사별 상담 서비스(Hope & Light)를 소개해 주기를 바란다.

크리스토퍼 전 디디허쉬 자살 예방 센터 코티네이터
크리스토퍼 전 디디허쉬 자살 예방 센터 코티네이터


샌드라 로드리게스, "이민자의 상황 쉽게 자살로 연결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자살 문제는 히스패닉 이민 사회 가운데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위협하는 사회적인 압박과 그 가운데 짓눌린 자괴감이 동시에 이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인과 히스패닉 이민자 모두 겪는 문제다. 다른 사회와 문화적 배경 가운데 적응하고 생존해야 하는 삶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신분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고통스럽고 불안한 상황 가운데 살아간다. 주변 상황에 긴장과 불안의 끈을 놓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밀어닥치는 한계 상황 가운데 고독과 고립감은 끊임없이 삶의 의지를 위협한다.

이러한 히스패닉 이민자의 자녀로 자라온 경험을 돌아볼 때, 이민자 청소년의 삶 또한 부모만큼이나 고통스럽고 불안한 것이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친구들의 모습과 문화는 끊임없이 자신의 뿌리와 감정을 부정하게 만들고, 거짓과 꾸며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은 대부분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한편 부모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들의 기대와 희생을 대면해야 하는 상황도 견디기 힘든 짐이 된다. 자신만의 꿈이나 호기심은 배부른 사치일 뿐이며, 좀 더 나은 사회적 위치와 환경에 도달하기 위해 힘겹게 사다리를 기어 올라간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이민자의 삶의 여정 가운데 더 희망을 찾지 못하고 쓰러져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들의 죽음은 저마다의 한계로 인한 것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함께 이 삶을 나누고 세워 가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고통과 어려움이라도 함께 견디고 돕는 이들이 있다면 상황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오늘과 같이 한인과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서로 위로하며 내일을 바라보는 이 시간은 매우 감동적이다. 때로 많은 오해와 편견 가운데 서로로부터 물러나 있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가운데 더욱 큰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샌드라 로드리게스 디디허쉬 교육 코디네이터
샌드라 로드리게스 디디허쉬 교육 코디네이터

미주 한인 교회의 자살 문제

이번 희망 콘서트를 함께 주최한 호산나교회(Korean Presbyterian Hosanna Church) 강승철 목사는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미주의 한인 교회도 자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전하였다.

“실제로 수많은 교회에서 교인들이 각종 정신 질환과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선입견과 체면 문화 때문에 쉽게 노출되지도 않고,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목회자 또한 전문적인 교육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로 무조건 영적인 접근을 하려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는 일도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교인들은 마음을 닫고 홀로 고립되어 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목회자는 위기 상황에 부닥친 교인들을 직접 도우려고 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거나 올바른 치료와 서비스를 연결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 평소에도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계몽과 함께 말씀을 통해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 이번 희망 콘서트도 이러한 맥락에서 열게 된 행사로서 조금이나마 지역 사회와 교회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인 사회 내에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는 인종뿐만 아니라 특정 교단이나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사안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서로 돕고 배워가면서 함께 극복하려는 노력을 할 때, 그만큼 고통도 희생자도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종교 간 성직자의 대화’(Korean Clergy Round Table)을 매월 네 번째 월요일에 열고 있다. 이 모임에서 각 종교와 전통에 속한 성직자들이 함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이슈들을 토론하고, 당면한 도전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승철 목사 (호산나교회)
강승철 목사 (호산나교회)

미국 교회의 자살 문제도 심각한 수준

자살 문제는 비단 이민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주류 교회에서도 자살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독교 통계 및 연구 기관인 라이프웨이(LifeWay Research)가 교회 내 자살에 관한 연구 결과(LifeWay Research: Suicide Remains a Taboo Topic at Churches)에 따르면, 조사자의 3분의 1(32%)이 가족을 포함한 지인의 자살을 경험하였고, 희생자의 3분의 1(35%)은 교회를 꾸준히 출석한 교인이라고 한다.

지난 2013년 릭 워렌 목사의 아들이 27세의 나이로 자살한 사건은 기독교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인 릭 워렌 목사조차 아들의 자살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슬픔과 안타까움을 전하였다.

목회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치노시 인랜트힐스 교회의 담임 앤트류 스토클라인 목사가 자살하여 교계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에너지 넘치는 30대의 젊은 목회자였던 스토클라인 목사는 평소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목회에 대한 사명감으로 자신을 돌보지 못하여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

디디허쉬 상담 안내 포스터
디디허쉬 상담 안내 포스터

 

[관련 자료]
LifeWay Research: Suicide Remains a Taboo Topic at Chur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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