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는 없다!
평신도는 없다!
  • 이재근
  • 승인 2019.08.0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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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목사 영상 칼럼

“남자는 홀수고 여자는 짝수다”. 기원전 6세기를 살다간 철학자요 수학자인 피타고라스 Pythagoras 는 주 전공인 숫자를 이용해 남녀를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남녀를 차별했는데요. 홀수인 남자는 철학을 논하는 고차원적 존재지만, 짝수인 여성은 빨래와 설거지 등 그저 현세적이고 저차원적 일들에 적합한 존재라 여겼던 피타고라스. 한편 이런 남성 편향적 사고가 당연했던 그 시절 헬라 문화권에서,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라는 초대교회의 메시지는 가히 혁명적 발상이었습니다. 남녀 간 평등뿐 아니라, 인종과 계층 질서를 무너뜨릴 인간사이의 보편적 평등 사상이란 것, 여전한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는 21세기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와 비교한다면, 2천 년 전 초기 기독교는 그야말로 가치 전복적인 불순 단체 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그 뒤집어진 가치를 살아낸 그리스도인들의 스토리에서 오늘의 교회가 되짚어 볼 말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평신도’란 개념입니다. 교회의 일원으로 예배당 문턱을 넘나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 ‘평신도’.  하지만 사실 성경 어디에도 ‘평신도’란 말은 없으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안에 ‘평신도’는 없습니다.  나아가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계급적 구분도 없고요. 그런데 이런 말과 생각을 지니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기원이 있습니다.

기원후 4세기, 박해의 시기를 견뎌낸 교회가 로마 제국의 꽃으로 피어날 무렵, 유세비우스 Eusebius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완전한 삶’과 ‘허용된 삶’으로 구분합니다. 완전한 삶은 관조(contemplation)를 중심으로 한 소위 영적인 삶으로 사제와 수도사와 수녀를 위한 것이지만, 허용된 삶은 병역, 농업, 상업, 가족 부양 등 세속적 활동을 의미했지요.  이런 이분법적 도식은 중세 천년을 관통하며 사람들의 영성을 뒤틀어 버렸고, 여기로부터 성직자 priest와 평신도 laity라는 종교의 계층 구조는 더욱 견고하게 교회 안에 자리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일은 목회자가, 세상의 일은 평신도가…. 뭐 이런 단순 구도로 말이죠. 가톨릭에 저항했던 16세기 종교개혁은 이러한 이분법적 영성을 바로잡으려는 저항이기도 했습니다. 사제들의 특권이던 성경 읽기를 평범한 이들의 권리로 전환했고, 소명 즉, 하나님의 부르심 역시 종교인 만의 것이 아닌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임을 확인 시켜 주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단순 명확합니다. 그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전서(벧전 2:9)와 계시록(계1:5-6)은 증언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님의 나라이며 그를 섬기기 위해 부름을 받은 제사장들이라고… 

모든 믿는 이들이 부름을 받은 성도라는 점에서 다음을 기억하여야 겠습니다. 목사는 교회의 특권층이 아닙니다. 구약에서 말하는 구별되고 선별된 제사장 역시 아니고요. 어느 목사건 자신을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의 중재자로 여긴다면, 이단 사설의 전형적인 샘플이 될 것입니다. 한편 자신을 평신도라 여기며 면책 특권을 누리려는 그리스도인 역시 옳지 않다.  “나는 평신도니까…” 라는 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 나라를 향한 부르심과 그 책임을 모른 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목회자이건 그렇지 않건 차별이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그 부르심에 온전히 응답할 때 오늘의 교회는 더욱 건강한 영성으로 숨 쉬게 될 것입니다. 청출어람…!  사랑의 교회를 창립한 생전의 옥한흠 목사는 평신도를 깨운다는 놀라운 가르침으로 제자 훈련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그 훌륭한 영적 스승을 넘어서는 것 역시 하나님의 뜻이기에, 이제 믿는 이들은 새로운 외침을 마음에 새길 때입니다. ‘평신도는 없다!’ 오직 그리스도인은 목회자나 교인이나 모두 부름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이죠.

 

[이재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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