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소개한 '개신교의 자부심 목사'
손석희 앵커가 소개한 '개신교의 자부심 목사'
  • 강태우 기자
  • 승인 2019.08.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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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목사, 신사참배로 무너진 교회 세우는 데 헌신

[뉴스 M=강태우 기자] "등록된 신자만 10만 명이라는 교회, 퇴임하고 2년 후에 아들이 자리에 앉았으니 세습이 아니라고 버티는 이 대형 교회의 억지식 교회법 논란은 오래 이어질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막말 목사'가 원래 교회는 정치하는 집단이라는 강변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그들이 개신교인 모두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그들로 인해서 불거진 교회의 갈등을 지켜보는 평범한 교인들의 자존심은 어찌해야 할까?"

지난 7월 17일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무너진 교회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제목의 앵커브리핑에서 한국교회 신자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걱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고(故) 이원영 목사를 소개했습니다.

"장로교단이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조선장로호'라는 이름의 전투기까지 헌납했던 시기, 신사참배에 반대했던 그는 교회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교단에서 출교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산골짜기에 들어가 그 암흑의 시절을 보낸 이후에 여운형 선생은 물론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그를 찾았으나, 그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신사참배로 무너진 교회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권력과 금전과의 타협을 마다하고 신념과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이원영 목사. 그때의 교회는 신사참배로 무너졌다지만 지금의 교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앵커브리핑을 마칩니다.

한국교회에 순교자 목사로 주기철, 손양원 목사는 유명한데 이원영 목사는 다소 낯선 이름입니다. 이원영 목사가 과연 어떤 분이기에 JTBC 뉴스에서 그를 개신교의 자부심으로 소개하였을까요?

지난 2019년 6월 27일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전국수련회에서 장신대 임희국 교수는 "한국교회가 공적인 기능을 잃어버린 건 목회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하며 '선비 목사' 이원영 전 총회장을 소개했습니다.

이 목사는 퇴계 이황의 14대 손으로 1886년에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16년 동안 한학을 배웠고 신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는 3.1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옥중에서 만난 안동교회 이상동 장로의 전도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을 갖게 됩니다. 출옥 후 안동성경학교에서 공부하고 1926년 평양 조선예수교장로회신학교를 입학하여 25회로 졸업합니다. 그 후 목사 안수를 받고 여러 교회를 섬기다 안기교회(현 안동서부교회) 담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38년 신사참배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쫓겨나고 목사 면직 처분까지 받습니다. 그는 신사참배뿐만 아니라 조선교육령과 창씨개명까지 거부하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후 가족과 함께 산골짜기로 들어가 45년 해방 때까지 6년을 산속에서 가족들 앞에 설교를 하며 예배를 드리며 지냈습니다.

광복 즈음 여운형 선생이 사람을 보내 건국준비위원회 경북 안동 지역 위원장을 제안하며 정치인의 길을 권했지만 이 목사는 "신사참배로 무너진 교회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며 거절합니다. 그 후 이 목사는 1954년에는 제39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으로 추대되고 신사참배 취소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38년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한 지도부를 공격하지 않고 분열된 장로교의 화합을 위해 끝까지 힘쓰다 1958년 6월 21일 72세의 나이로 소천했습니다.

임희국 교수의 책 "선비목사, 이원영"
임희국 교수의 책 "선비목사, 이원영"

임 교수는 '한국교회 순교 영성의 바탕'이란 논문에서, 한국 개신교는 순교자들의 피와 순교를 각오하고 죽기까지 복음을 전한 인물들로 세워졌다고 말하며, 이 목사를 '산 순교자'로 소개했습니다.

"그는 일제의 황국신민화 정책(조선교육령, 신사참배, 창씨개명)을 철두철미하게 거부하였다. 그는 항상 감시당하였고, 생활 반경이 사는 곳에서 2km 이상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4차례 소위 '예비검속'이란 이름으로 경찰서로 잡혀가서 갖은 고초를 당하고 엄청난 고문을 당하였다. 이때마다 그는 죽음으로 순교하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그는 8·15 광복과 더불어 8월 17일 경북 경산경찰서에서 풀려났는데, 감격의 광복을 기뻐하면서도 죽음으로 순교하지 못한 점을 대단히 아쉬워했다. 그러한 그가 고향에 돌아오자, 환영 인파가 그를 맞이하면서 '산 순교자'로 존경하였다."

기자는 임희국 교수에게 "이 시대 한국의 목회자들이 이원영 목사를 통해 배울 가치는 무엇인가?" 하고 물었습니다. 임 교수는 "이원영 목사님이야말로 이 시대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서야 할 자리와 나아갈 길을 삶으로 보여주신 분입니다. 목회자는 정치인의 자리가 아니라 목사의 자리를 지켜야지요. 목사의 자리는 교회입니다. 이 목사님은 신사참배로 무너진 교회를 사경회, 성경공부로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목사는 하나님을 섬기는 자로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전하는 자입니다. 그것이 목사의 정체성입니다. 정치권력의 이권을 탐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목사님은 신사참배를 찬성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정죄와 심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입니다."

지난 1월 2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30회 정기총회에서 제25대 대표회장에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인 전광훈 목사가 당선됐습니다. 전 목사는 "오늘 이 시대에 교회를 마치 범죄 집단으로 보고 한국교회를 해체하고 침몰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선 다음날엔 "원래 교회는 정치하는 집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자신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권력을 쫓는 정치 목사와 교회를 세우는 것이 먼저라며 정치를 멀리한 산 순교자, 선비 목사! 누가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진실한 목사인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세상 사람들도 알 것입니다.

<관련자료>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무너진 교회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https://youtu.be/JPa8AFZaE04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원래 교회는 정치하는 집단이다?'

https://youtu.be/vQaMX9OJ_Bo

[한국기독공보] [논설위원칼럼] 이정우 목사 “그 옷을 더럽히지 않은 자”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 순교영성의 바탕” 장신대 임희국 교수의 발제문

[국민일보] [미션 톡!] “목사가 정치를?… 선비 목사 이원영 보라”

[한국기독공보] 표현모 기자 “봉경(鳳卿) 이원영 목사 생가, 제36호 한국기독교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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