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부자 세습 무효' 판결, 그러나 이제부터 진짜 시작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무효' 판결, 그러나 이제부터 진짜 시작
  • 강태우 기자
  • 승인 2019.08.0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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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강태우 기자] 예장통합총회의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청원 결의 무효 소송' 재심이 8월 5일 서울 종로에 있는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교계 언론뿐 아니라 일반 언론사 기자들이 재판이 열리는 건물 1층 로비에 잔뜩 모여 취재할 만큼 명성교회 부자 세습 재판에 대한 교회뿐만 아니라 세상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장신대학생들의 피켓팅
장신대학생들의 피켓팅

명성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윈회 김수원 목사는 오늘 재판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확신할 수 없다. 솔직히 지난 7월 회의 결과를 보면 다소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의 정의를 믿으며 끝까지 기도하며 결과를 기다려보겠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교회를 위해서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셨나? 주님께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신대 신학대학원 이훈희 원우회장은 "비록 오늘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지라도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의 공의를 믿고 계속 나아가자"고 말했습니다. 기대보다는 우려를 담은 전망이었습니다.

장신대학생들 기도회에서 설교자로 선 이길주 목사(일산 충신교회)는 예레미야 7:1~15절로 “무익한 거짓말”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 목사는 “우리는 거짓과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고 잘못된 세상가치관을 따라 그것이 진리인 것으로 가르쳤습니다. 건물을 세우는 것이 교회를 살리는 길이라 여기게 되었고 돈 많이 벌어 성공하는 것이 기독교신앙의 요체인 것으로 잘못 알게 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 13장에 나오는 땅짐승을 부르는 다른 이름은 ‘거짓 선지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마귀를 거짓의 아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휘황찬란한 건물이 없어도 한국교회는 죽지 않습니다. 대형교회 없어도 한국교회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그렇게 우리 교회를 사용해오셨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약속한 저녁 7시가 훨씬 지나자 언론의 큰 관심에 부담을 느낀 재판국이 또 다시 선고를 미루거나 총회로 안건을 넘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돌았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5시간 지난 자정 무렵에 재심 판결 선고와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재심판결 기자회견
재심판결 기자회견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는 "2017년 10월 24일 서울동남노회 제73회 정기노회에서 행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 목사 청빙안 승인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재판국원 오양현 목사는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결의는 헌법 정치 제28조 6항 제1호(세습방지법에 대해 이미 은퇴한 목사는 물론 은퇴하는 목사도 해당한다)에 위배하는 하자가 있어서 무효"라고 했습니다.

이날 재판은 국장을 포함해 15명의 국원 가운데 한 명이 사임해서 불참한 가운데 14명이 참석하였고 찬반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통합 총회는 2013년 99회 총회에서 김삼환 목사가 시무하는 명성교회에서 870대 81의 압도적 표 차이로 세습금지법을 가결하였습니다. 그리고 2014년 100회 총회에서 헌법 28조 6항의 성문화된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 부자는 자신들이 몸담은 교회에서 개최된 교단 총회에서 통과된 세습금지법을 스스로 어기고 2017년에 세습을 단행하였습니다. 2017년 3월 명성교회에서 김하나 목사를 위임 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교회 부자 세습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서울동남노회에서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을 승인하자,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청빙 결의가 교단 헙법상 세습 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총회 재판국은 지난해 8월 7일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에서는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판결을 취소하고, 판결에 참여한 재판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하였습니다. 그 후 재판국은 재심을 해야 했으나 여러 이유로 시간을 끌며 국원을 교체하는 등 지연하다가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세습무효 판결 후 기자회견
세습무효 판결 후 기자회견

재판 결과 발표 후 서울동남노회 김수원 목사는 잠언 25장 13절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을 인용하면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 늦은 시간까지 수고하신 재판국원들에게 감사드리고 서울동남노회가 앞장서 총회와 명성교회가 새롭게 재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명성교회 세습 문제의 부당성을 앞서서 지적했던 장병기 목사(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예장연대 집행위원장)는 "오늘 이것은 총회, 명성교회만의 문제가 아닌 하나님을 버리고 맘몬을 쫓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돈과 권력의 힘을 언론에 뜨거운 관심 덕분에 이길 수 있었습니다. 교계와 일반 언론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평신도행동연대 명성교회 앞 피켓팅 전 기도회
평신도행동연대 명성교회 앞 피켓팅 전 기도회

명성교회 정상화위원회 조병길 집사는 "지금부터가 더 어려운 단계입니다. 이제 한 고비 또 넘겼으니 다음 단계로 같이 나아갑시다. 명성교회의 세습이 완전히 철회되어 다시금 한국교회의 명예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저희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장신대신대원 이훈희 원우회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성교회를 정상화하고 서울동남노회를 정상화하고,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를 더욱 교회답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이제야 시작된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무더위에 노상에서 찬송하고 기도했던 장신대 김주영 총학생회장은 "너무 감격적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한국교회가 살아있음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2년을 끌어 온 재판은 교단 헌법에 따라 세습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제 한 고비를 넘겼고 지금부터가 더 어려운 단계"라는 조 집사의 말과, "이제 시작이다"라는 장신대 학생회장의 말 속에, 마땅히 이뤄져야 할 결과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한국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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