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은혜로 향하는 영화, [중독]
절망에서 은혜로 향하는 영화, [중독]
  • 강태우 기자
  • 승인 2019.08.2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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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은혜로 향하는 영화, [중독]

[뉴스 M=강태우 기자] 8월 20일 화요일 오후 3시, 마포구 극동방송 사옥 강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영화 [잊혀진 가방], [제자 옥한흠], [순교]로 알려진 [파이오니아21]의 김상철 감독이 만든 새 영화 [중독]의 시사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었다. 400석의 시사회 좌석은 이미 며칠 전에 마감되고, 대기자만 200명이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중독]의 김상철 감독

세계보건기구(WHO) 2018년 통계에 따르며 매년 300만 명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며,이것은 전체 사망자의 5.3%에 이르는 수치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중독보다 알코올 중독은 자신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알코올, 도박, 마약,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중독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신과 의사 제랄드 메이는 그의 책 [중독과 은혜]에서 “중독을 이해한다고 해서 중독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은혜를 깨닫도록 도와줄 것이다. 중독은 어떤 의미에서 은혜에 적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가장 강력한 은혜의 매개체일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기독 영화 제작에 집중해 온 김상철 감독이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중독]이란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이유가 궁금했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스페인. 미국. 영국. 인도. 러시아. 일본. 한국 등 7개 국을 다니면서 촬영했다.

영화는 한 알코올 중독자의 이야기와 중독으로 무너져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분위기는 무겁고 우울하고 어둡다. 알코올 중독자의 방황하는 이야기, 도박 중독자 아버지,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 학대당하는 자녀들, 부인 구타 등,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우울하고 분노가 일어나는 영화를 앉아서 계속 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영화가 종반으로 가며 어둠은 빛으로 절망은 소망으로, 분노는 기쁨으로 바뀐다. 그리고 어느덧 영화 속에 몰입하며 변화된 중독자들의 하나님 사랑에 대한 고백에 가슴 뭉클해지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영화의 장르와 구성이 독특하다. 다큐멘터리 같으면서 드라마도 있고 학술 발표와도 같고, 취재 르포와 같은 형식 등 다양한 장르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김상철 감독과 영화와 중독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 중독이란 어떤 영화인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영화 [중독]은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도 아니며, 단순 흥미를 유발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중독은 매우 위험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독과 관련된 범죄와 사회적 비용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독이란 인간이 특정한 대상에 집착함으로 자신의 의지가 노예화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독과 은혜]라는 책의 저자 제랄드 메이는 미국에서 오랜 기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독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중독의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데, ‘예방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중독의 원인, 그리고 예방과 회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중독의 원인으로는 가정 폭력, 환경 등을 문제로 삼고, 부모의 중독이 자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회복의 대안으로 외국의 좋은 사례를 소개했는데, 한국적인 정서로 계승과 발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중독]이라는 영화는 감독님께서 이제까지 제작한 영화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특별히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동기와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영화를 만들 때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재미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보다, ‘중독자들과 중독자의 가족들에게는 희망을’, ‘관련 기관들과 종교인들에게는 부담과 협력할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모두 침묵하더라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토론하고, 비록 종교적인 대안을 제시했지만 중독자와 중독자의 가족들은 살기 위한 결정들을 했으면 합니다. 이것이 제가 중독 영화를 만든 이유이고 목적입니다.”

- 감독님께서는 2013년에도 [중독]이란 영화를 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만들었던 영화와 이번에 제작하여 개봉하는 영화 [중독]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3년에 제작했던 영화 [중독]은 마약 중독만을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문제만 드러낼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개봉하는 영화 [중독]은 알코올, 도박, 게임, 마약 등 포괄적인 중독을 다루었습니다. 또한 배우들이 직접 드라마로 재연을 했고 중독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제작했던 영화 [중독]은 개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적인 정서에 약물중독은 당시만 해도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부 극소수의 일탈이라고 보았습니다.

8월 21일 3시 극동방송에서 개최된 해설이 있는 명화극장 영화 [중독] 시사회

- 중독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독과 교회 혹은 기독교는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약, 알코올, 도박, 게임, 음란물, 스마트폰 등, 우리는 모두 지금 무엇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순간의 쾌락은 우상이 되고 그것을 추구하는 욕망에 지배되었습니다. 욕망은 우리를 속박했고 속박은 중독으로 우리들을 이끌어갑니다.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를 파괴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중독입니다. 마약, 알코올과 같은 물질 중독만 중독이 아니라 게임, 일, 관계 등에서 오는 행위 중독도 중독입니다.

우리가 중독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다뤄야 하는 이유는 프레임 밖에서 일어나는 영적 전쟁 때문입니다. 그 영적 실체는 우는 사자처럼 삼킬 자를 찾고 있는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삼킴을 당하여 종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대적인 현상이라고 하며 간과(看過)합니다. 중독 사역을 하는 교회와 기관은 누군가에게는 소명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쉼터요 치유하는 곳입니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중독에 대하여 보도했습니다. 영화 [중독]은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걸었습니다. 그것은 '회복'입니다. 무너진 균형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의사들과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또 하나가 있습니다. 종교입니다. 그래서 영화 [중독]은 종교적인 해법을 제시했는데 특별히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타 중독 관련 기관보다 기독교의 복음으로 돌보는 BETEL의 경우 1년 이내에 중독을 벗어나 회복될 가능성이 90% 이상입니다.”

- 중독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한국교회와 성도들, 목회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오늘날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중독의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우 적은 중독 사역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신적으로 사역의 책임을 감당하면 할수록 현장으로 더 많이 내몰리는데 그곳에 생명으로 인도할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부족합니다.

영원으로 인도할 나름의 배를 준비하지만 수용 인원이 너무 적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볼 뿐입니다.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보면 침몰하는 배를 떠나 바다 위에서 구조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조에 나선 사람들은 그들을 모두 태우고 싶어 하지만, 처음에는 배가 작아서 태우지 못하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구하지 못합니다. 한국교회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중독 사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나서서 죽어가는 영혼들을 더 많이 구하면 좋겠습니다.”

- 영화에서 결말 부분에 마치 스페인의 BETEL이란 기관이 중독 문제의 대안처럼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 기관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영화 [중독]에서 회복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모델은 BETEL입니다. BETEL은 병원이나 기관이 아니라 가정입니다. 가족 공동체입니다. 한국에도 모범이 될 만한 공동체가 있으나, 아직 대안으로 제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BETEL은 1983년 설립되어 2019년 현재 23개 국 100개 도시에 4,500여 개의 교회와 센터를 설립하여 중독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BETEL의 지도자는 엘리엇 테퍼(Elliott Tepper)입니다. 엘리엇은 캠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학에서 MBA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안정된 삶을 버리고 1983년 스페인으로 가서 중독자들을 돕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 히피족과 어울리며 마약을 경험했습니다. 방황하던 어느 날 하나님을 알게 되며 참된 인생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고 그의 삶은 변했습니다. 그리고 답이 없는 삶들을 찾아가 답을 제시하고, 그들의 삶을 바꾸는 데 인생을 걸었습니다.

1983년, 스페인에 도착해 학생 사역을 하기 위해 마드리드와 스페인의 수많은 대학교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도 그 어떤 대학생도 관심을 보이질 않았습니다. 스페인은 복음에 냉담했습니다. 그러던 중 집 근처 마드리드의 산블라스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약 중독자, 알코올 중독자, 창녀들이었는데, 그들이 우리가 전하는 복음을 듣고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범죄자들 즉 소외된 마약중독자들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반응했습니다.

그래서 설립한 선교 단체가 BETEL이었습니다. BETEL은 엘리엇 테퍼가 몇 명의 동역자와 함께 아파트를 공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BETEL의 영어식 표현은 BETHEL(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설립된 BETEL이라는 기관이 지금까지 교회를 개척하고 재활센터를 만든 것은 기적 중의 기적입니다. 다만 한국적인 정서와는 조금 다를 수 있기에 좋은 점은 취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은 발전시켜나가면 이 사회는 좀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전도와 선교, 양육의 관점에서 매우 큰 인사이트(Insight)를 얻을 수 있습니다.”

- BETEL이라는 기관이 1983년 이후 23개 나라, 100개 도시에서 4,500여 곳 이상의 교회를 개척하고 재활센터를 만들어왔는데 아직까지 한국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기관이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제가 엘리엇에게 BETEL이 한국에 없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엘리엇은 BETEL은 마약, 알코올 등 약물 중독자들이 대부분이고 특히 마약 중독자들이 많은데, 한국은 자신이 알기로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에도 한국이 현재 마약 중독자들이 증가되는 현실에 있지만, 여전히 외국에 비해서는 아직은 덜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하려면 몇 가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그것은 BETEL이 90% 이상 자립을 하는 구조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기부 문화가 아직 취약합니다. 그래서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1) 중독의 이해를 높여야 하고 (2) 감추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오픈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3) 그리고 중독 기관들을 돕는 후원자가 필요합니다. (4) 마지막으로 엘리엇 테퍼처럼 누군가 헌신적으로 중독자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삶을 바칠 사명자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어린 시절 교회에 다녔던 한 자매가 고백한다. “하나님은 더러운 저도 똑같이 사랑하시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도 사랑해주세요, 그래서 정말 하나님을 사랑해요.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나님이라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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