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가 신문사 기자
노숙자가 신문사 기자
  • Michael Oh 기자
  • 승인 2019.08.22 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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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M=마이클 오 기자] “연민이야말로 비로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것을 쓰레기 취급하는가?”

경건한 목사의 설교도 고매한 지식인의 글도 아니다. 빵 대신 펜을 전해 받은 노숙자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신문 기사의 한 구절이다.

캘리포니아 랭케스터 지역에서 묵묵히 노숙자 곁을 지키는 한인 1.5세 청년 이용석(Jesse Yongsuk Lee)과 이원섭(Kevin Lee)이 이들과 함께 신문을 만들었다.

기획, 취재, 기사 작성, 인쇄, 배포까지 모두 노숙자의 손으로 진행한다. 청년들은 이들 뒤에서 응원하고 필요한 것들만 제공할 뿐, 신문의 주인은 노숙자라고 한다.

홈레스 인사이드 편집회의 (Street Company 제공)
홈레스 인사이드 편집회의 (Street Company 제공)

스트릿 컴퍼니에서 [홈레스 인사이드]까지

벌써 10년째, 이들을 일으키기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청년들이다. 빵만으로는 그들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삶을 향한 희망과 의지라는 것이다.

스트릿 컴퍼니 (Street Company)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든 이유다. 노숙자에게 커피를 가르치고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기 위한 단체이다.

“이들과 함께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커피를 공부하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훈련도 받았다. 주말이면 공원에 나가 커피를 나누고, 주말 장터에 나가서 자신들의 커피를 팔면서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다.”

희망도 더불어 쌓여가고 있다고 한다. 거리에 웅크리고 앉아 비루한 도움만을 기다리던 삶에서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시들어가던 풀잎이 물을 머금듯, 그들의 몸짓에 생기가 돌고 눈에 초점이 보였다고 한다.

스트릿 컴퍼니 파운딩 포와 두 청년 (Street Company 제공)
스트릿 컴퍼니 파운딩 포와 두 청년 (Street Company 제공)

[홈레스 인사이드]는 희망이라는 생기를 머금은 이들이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딛는 발걸음이다. 자신의 존재조차 감당할 수 없었던 이들이 희망을 발견하게 되자, 오히려 자신만의 생존이 아닌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홈레스라는 삶을 함께 감당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노숙자의 시선과 언어로 이 삶의 실상을 드러내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창간을 제안하고 도왔던 청년 이용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Inside [홈레스 인사이드]

▶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HOMELESS INSIDER]는 노숙자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노숙자 신문입니다. 스트릿 컴퍼니의 파운딩 포(Founding 4, 스트릿 컴퍼니 초창기부터 참여하여 주축을 이루고 있는 노숙자 4명의 별명-편집자 주)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 아침 모여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스트릿 컴퍼니 서포터들에게 보내는 이메일 뉴스레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스트릿 컴퍼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노숙자의 이야기와 노숙 문제와 연관된 지역사회의 이야기를 노숙자들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알려도 좋겠다’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노숙자는 부정적인 편견에 쌓여 있습니다. 일정 부분 근거가 있지만, 모든 노숙자에게 적용될 수 없고 사실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나아가 노숙자에게도 여전히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신문의 통해 알리고 싶다는 게 바람이었습니다.

2018 년 랭케스터는 시 재정으로 운영되는 마지막 노숙자 쉘터 운영을 중단했고, 사막에서 노숙하는 노숙자 텐트에 ‘Red Tag’라 불리는 강제철거 통지서를 부착하고, 1주 후 불도저로 그들의 거주지를 일방적으로 철거했습니다. 또 올해 들어 랭케스터시 시장 페리스(Parris)는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관련 기사)에서 공공연하게 노숙자 혐오 발언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드론을 통해 노숙자와 이들을 돕는 개인의 위치와 동태를 감시한다는 제보와 증언이 나오는 등, 노숙자의 기본 인권을 짓밟는 사건들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실상은 노숙자 문제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희는 이런 사건을 더욱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홈레스 인사이드 작업 (Street Company 제공)
홈레스 인사이드 작업 (Street Company 제공)

▶ 구체적으로 신문사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기자는 모두 현재 노숙을 하거나 노숙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편집과 데스크는 스트릿 컴퍼니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체 관리자로 역할하고 있는 마르코(Marco, 파운딩 4의 한 명으로 현재 노숙 생활을 하고 있음-편집자 주)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신문 편집 경험은 전무합니다.

매월 첫째 금요일 기자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노숙자들이 모여 스토리 미팅을 합니다. 각자 본인이 다루기 원하는 이야깃거리를 가져오고 서로 도울 것이 있는지 나눕니다. 셋째 금요일에는 편집 모임을 합니다. 이때까지 편집자인 마르코에게 준비된 기사를 전달하고, 함께 지면 편집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 주에 다시 모여 인쇄, 접기 작업을 하고, 각자 구역을 맡아 신문을 배포합니다.

▶ 이 신문이 노숙자 기자와 독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숙자의 의견이 지역사회에 전달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노숙을 겪고 있는 개인이 이 사회에서 발언권을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쉽게 드나드는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심지어 교회나 그들을 돕는 기관에서도 실상은 똑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를 통해 구체적인 상황과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를 갖는다는 것은 큰 의미일 것 같습니다.

독자 또한 노숙자가 직접 기획하고 기사를 쓰는 신문을 통해 노숙 문제와 그들의 입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노숙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를 기대합니다.

▶ 다른 도움의 길도 있을 텐데, 왜 노숙자 신문인가?

홈레스 신문은 그들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기획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그들의 문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함께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을 발견했고, 그것을 하기를 원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와 관계없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힘쓰는 이들을 응원하고 도울 뿐입니다.

▶ 현재의 도전과 앞으로의 기대는 무엇인가?

신문의 지속 가능성이 항상 도전입니다. 노숙이란 상황은 끊임없는 신변의 위협과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다줍니다. 이런 노숙자에게 꾸준한 참여를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실질적인 보상 없이 이 일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재정이 좀 더 준비되거나 신문이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참여하는 노숙자에게 금전적 보상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보다 많은 노숙자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노숙자가 신문을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서로를 발견하며 또 함께 살아갈 희망을 지속하기를 바랍니다.

홈레스 인사이드 7월호 (Street Company 제공)
홈레스 인사이드 7월호 (Street Company 제공)

 

왜 노숙자 신문인가? (Why a homeless newsletter?) 

우리가 노숙자 신문을 시작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주된 이유 중에 하나는 랭케스터 지역의 노숙자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제공하고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노숙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하지만 진실은 이들 대다수는 여전히 유용한 기술과 선한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기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들이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린다. 집이 없음으로 발생하는 위생과 외관 등의 문제로 인해서 사람들은 이들 가까이 갈 수 없게 되고, 이것은 노숙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데 더욱 큰 어려움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들은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며 밤낮으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신문의 또 다른 목적은 랭케스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노숙자의 관점에서 전달하기 위함이다. 일자리와 지역 행사 등 노숙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들의 입장과 의견을 소통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소통하여 더욱 희망차고 유익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제 막 신문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진심 어린 질문과 평가와 제안, 그리고 도움과 협조를 부탁한다. 질문이 있다면 info@streetcompany.org로 연락 바란다.

- 홈레스 인사이드 편집자 마르코 반 덴 허벨

 

참고자료:

 https://www.streetcompan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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