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되면 무식해지나?’
‘기독교인 되면 무식해지나?’
  • Michael Oh 기자
  • 승인 2019.08.30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퓨리서치] 미국인 종교 지식에 관한 연구 결과 발표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무신론자가 기독교인보다 성경과 신앙에 대해 더욱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 Pew Research Center]의 편집자 달리아 파미(Dalia Fahmy)는 8월 21일 “비종교인 가운데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가 종교에 가장 해박하다(Among religious ‘nones,’ atheists and agnostics know the most about religion)”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7월 23일 [퓨리서치]의 연구 결과 “미국인의 종교 지식(What Americans Know About Religion)”을 바탕으로 비종교인과 종교인의 종교 지식에 대한 비교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연구는 조사자 11,000명에게 종교를 주제로 한 다양한 퀴즈를 내고 이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였다.

(Pew Research Center)
(Pew Research Center)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 종교 지식 더 해박

달리아 파미는 보고서에서 비종교인이 종교인보다 더욱 큰 종교 지식과 관심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32개의 질문 가운데 가장 높은 정답률을 보여준 그룹은 무신론자(17.9)와 불가지론자(17.0)라고 한다. 이에 비해 개신교인과 가톨릭 신자는 각각 14.2과 14.0의 정답률을 보였다.

32개의 질문 중 기독교 성경과 교리에 관한 14개의 질문에서도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가 우위를 보여주었다.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의 정답률이 각각 8.6과 8.2로 나타났으며, 이는 개신교인(8.2)과 가톨릭 신자(7.9)보다 더 높거나 비슷한 수치이다.

가장 대표적인 개신교 교리에 대한 질의 결과가 인상적이다.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가르침이 어떤 종교의 교리인가?’라는 질문에 개신교인 28%만이 정답을 말했다. 한편 무신론자도 이와 근소한 25%가 정답을 이야기했다.

기독교인은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에 비해 다른 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 요가, 라마단,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 등 다른 종교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묻는 13개의 질문 중 기독교인은 3.9개의 정답률을 보인 반면,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는 각각 6.1개와 5.8개의 정답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 헌법 안에 종교에 대한 상식도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보다 기독교인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가 되기 위해 어떠한 종교 시험도 치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는 각각 55%와 41%지만, 개신교인은 22%만이 정답을 이야기했다.

달리아 파마의 이번 보고서는 기독교인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기독교인이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한편으로는 미국 비종교인의 종교적 관심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평균적인 미국 기독교인의 신앙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함께 나타내고 있다.

한국 및 미주 한인 교회는?

한국과 미주 한인 교회의 상황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다양한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신앙 정보가 넘쳐나고 있지만, 올바른 지식과 분별력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 가운데 팽배한 번영신학과 미신적 신앙뿐만 아니라 목회자의 성범죄와 세습 등 교회가 부패하는 현상이 그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칼빈 신학교] 강영안 교수는 [CBS 기독교방송]과의 대담을 통해 한국 교회의 신앙과 지식의 분리와 반지성주의적 경향에 우려를 표시하였다.

“오늘날 교회 (상황이) 교회 들어올 때는 머리를 잘라놓고 가슴만 가지고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가슴으로는 충분히 은혜를 받고는 가는데, 머리는 잘라서 바깥에 두고 왔기 때문에 머리는 변하지를 않아요… 그러니까 생각은 세상 방식으로 하고 그냥 '가슴으로 은혜받았다’ 하는 그런 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신약 고린도전서에서는… ‘너희 생각에서는 어른이 돼라’는 표현이 있고, 구약에서도 ‘너희가 여호와를 알라 힘써 알라’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물론 (이런 표현이) 단순히 어떤 객관적 지식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친밀함…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반드시 분명히 어떤 지성적 요소가 있거든요. 지성적 요소 없이 우리가 하나님을 안다 그럴 수는 없는 거죠… 분명히 성경에서 하나님께서는 무지한 분이 아니듯이 우리가 무지해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거죠.” (관련 영상: 기독교 신앙에 지성이 얼마나 필요한가)

강영안 교수 (유튜브 대담 영상 갈무리)
강영안 교수 (유튜브 대담 영상 갈무리)

LA 선한청지기교회 송병주 목사도 교회의 빈약한 지적 풍토에 대해 지적하였다.

“몇 해 전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안티 기독교 사이트 운영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기독교인에게 전한 말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기독교인들, 제발 성경 공부 좀 하십시오. 어떻게 자기들이 믿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회개를 이야기합니까? 안티 기독교 사이트 와서 훈수하고 싶으면 제발 성경부터 읽고 오십시오’라며, 안티 기독교인인 자신보다 성경 지식이 없다고 핀잔을 주더라.”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생각해봤다. 단순히 성경 지식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왜곡된 프레임 가운데 말씀을 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욕망을 통해 말씀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래되면 될수록 더욱더 강고하고 맹목적인 신앙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목회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에 부딪힐 때가 많다. 열심히 말씀을 나누지만 뒤돌아서면 전혀 다른 말씀이 되어 돌아올 때가 있다. 그래서 지식을 축적하는 학습보다는 오히려 비우는 학습(De-Learning)에 집중한다. 설교나 제자 훈련 상황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박문규 대표는 목회자의 몰지성을 지적했다.

“한국과 미주 한인 교회의 반지성주의와 신앙과 지식의 분리는 교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목회자의 지적 결핍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목회자가 신학뿐만 아니라 일반 지식에 대해 기본적인 소양도 갖추지 못했다. 물론 이런 분들의 목회도 훌륭한 점이 많겠지만, 적어도 교인에게 균형 잡히고 건강한 신앙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신학교가 넘쳐나고 있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잘못된 교육 과정을 가진 곳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신학 교육보다는 획일적이고 협소한 관점에서 실시하는 신학 교육도 원인이다. 보수적인 전통의 교단 신학교를 나온 분들이 자유주의 신학을 비판하지만, 막상 그 비판의 내용은 빈약한 경우가 많다. 목회자 스스로가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