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는 거 아니다. 일하는 중이다."
"구걸하는 거 아니다. 일하는 중이다."
  • 강태우 기자
  • 승인 2019.09.08 17: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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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강태우 기자] 지난 8월 22일자 [뉴스M]은 ‘노숙자가 신문사 기자’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인 1.5세 청년 이용석 씨와 이원섭 씨가 미국 캘리포니아 랭케스터 지역에서 노숙인 곁을 묵묵히 지키며 그들과 함께 [HOMELESS INSIDER]라는 노숙인 신문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노숙인이 신문의 판매와 유통에 관한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취재, 기사 작성, 인쇄, 배포까지 모두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청년들은 이들 뒤에서 응원하고 필요한 것들만 제공할 뿐, 신문의 주인은 노숙인이다. 한국에도 노숙인 신문은 아니지만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가 있다.

잡지 빅이슈
잡지[빅이슈], 209호 나이는 구십넷, 이름은 김복동(좌), 207호 빅이슈 9주년(우)

[빅이슈]는 1991년 9월 영국의 ‘존 버드’와 ‘고든 로딕’이 창간한 격주간 잡지이다. 그들은 영국 런던에서 주거가 취약한 홈리스 수가 증가하자 그들에게 잡지 판매를 통해 합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빅이슈]를 시작했다. [빅이슈]는 홈리스에게 잡지 판매원이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잡지 판매금의 50%를 수익으로 제공하여 그들이 구걸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국에서는 매년 3,700명의 홈리스가 새롭게 [빅이슈] 판매원으로 등록하고 있으며, 현재 1,500명의 판매원이 일하고 있다. [빅이슈]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15종을 발행하고 있으며, 35개국 120개 이상의 유사한 잡지에 영향을 주었다.

지난 7월 5일은 [빅이슈]가 한국에서 창간된 지 9주년이었다. 9번째 생일을 맞은 빅이슈코리아가 그간 어떤 일을 했고 미래를 향해 어떤 변화와 새로운 준비를 하는지 궁금했다. 기자는 8월 22일부터 2주 동안 서울 지하철 역 주변에서 [빅이슈]를 팔고 있는 빅이슈 판매원(빅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빅이슈코리아 본사를 방문하여 대외 협력국 김지은 매니저에게 한국판 [빅이슈]와 빅판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 빅이슈코리아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해주기 바란다.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 7월 5일 창간하여 한 달 전에 9주년이 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타이완에 이어 세 번째로 창간되었다. [빅이슈]의 미션은 ‘자조(自助), 사회적 거래, 그리고 비즈니스 솔루션을 통해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빈곤을 해체하는 것’이다. 격주간지로 매호 1만 5,000부를 발행하고 있으며, 20~30대 여성이 주 독자층이다.”

- 빅이슈코리아가 9년 동안 노숙인 자립을 위해 이룬 성과에 대해 알고 싶다.

“창간 이후 800명 이상이 [빅이슈] 판매원으로 활동했으며, 매년 100여 명의 홈리스가 판매원으로 등록한다. 2019년 4월 기준, [빅이슈] 판매원을 포함한 홈리스 73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30명이 재취업 등의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정착했다. 현재 서울, 경기, 대전, 부산의 주요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60명의 판매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 빅판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이나 기준이 있는가.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주거 취약 계층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주거 취약 계층은 적절한 주거가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UN Homeless 기준을 따른다. UN의 ‘적정 주거 특별 보좌관’인 레일라니 파르하는 2018년 한국의 서울, 부산, 과천, 진주 등을 방문하여 한국의 주거 상태를 조사했다. 그는 ‘노숙인(homeless)의 범주에 상당한 기간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고시원이나 쪽방,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국제 인권법의 기준에서는 '노숙인'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빅판 지원자들은 이틀 동안 판매 교육을 받은 후 2주 동안 현장에서 임시 판매를 한 후 정식 빅판이 된다.”

강남역 빅이슈 판매원
강남역 1, 5, 10, 11번 출구에서 오후 2시~9시까지 빅이슈 판매원(빅판)들이 근무하고 있다.

- 빅판에게 주는 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나.

“빅이슈코리아는 LH 매입 임대주택 운영 기관이다. 판매원들이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저축을 하면 임대주택을 신청할 자격이 된다. 그 후 신청자들이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자격을 심사하여 결정한다.

빅판들에게 자립 프로그램으로 취업 교육과 건강 검진을 제공한다. 매주 목요일, 서울혁신파크 내에서 빅이슈 판매원들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인 ‘득근득근’을 진행한다. 이것은 장시간 서서 활동하는 빅판들을 위하여 준비한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다.

빅이슈코리아는 스포츠를 통한 사회 혁신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전 세계 50개국 500명의 홈리스 선수가 참가하는 홈리스 월드컵에 매년 참가한다. 2019년 영국 카디프 웨일즈에서 열린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8명의 홈리스가 참석하여 전체 32위로 지금까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 유명인의 재능 기부도 많다고 들었다. 빅이슈 잡지 내용이나 주제에 대하여 궁금하다.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것은 잡지로서의 하나의 수단이다. 빅이슈는 자체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잡지로서 시의성(時宜性) 있는 콘텐츠로 경쟁력을 갖고자 노력한다. 특별히 환경 문제, 사회 이슈, 소수자 인권 문제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그런 점에서 유명인들의 재능 기부도 무조건 수락하지는 않는다. 내부에서 재능 기부를 하려는 유명인과 빅이슈의 가치와 정신이 부합하는가를 신중히 검토한다.”

- 20~30대 여성들의 구매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 여성들이 ‘가치 소비(價値消費)’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들은 스스로 구매 의사 결정시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욕구와 사회적 가치 실현 욕구가 높다. 이것이 반영된 결과로 빅이슈에 대한 재구매율이 상당히 높다. 젊은 여성들은 5,000원이란 소비를 할 때도 합리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쓰려고 노력한다.”

- 빅이슈 서포터 제도는 무엇인가?

“빅이슈 판매원의 도우미로 ‘빅돔’이 있다. 빅돔은 빅판의 옆에서 응원하고 빅이슈를 홍보하며 판매를 돕는 역할을 한다. 빅돔은 빅판 옆에서 ‘홈리스의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입니다. 희망의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빅이슈는 홈리스의 당당한 자활 잡지입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빅이슈를 홍보한다. 빅돔의 신청은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bigissue.kr)에서 가능하며 빅돔 교육 이수는 필수다.”

오늘도 서울, 부산, 대전, 경기의 60곳의 주요 지하철역에서 60명의 빅판들이 희망을 외치며 자신의 꿈을 만들고 있다. 도시의 더 많은 사람들이 분주한 걸음을 멈추고 빅판에게 다가가면 좋겠다. 포기와 절망을 털고 일어나 거리에서 희망을 외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빅판에게 5,000원의 따뜻한 사랑을 나누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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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2019-09-09 21:10:56
맞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옥경식 2019-09-08 18:33:31
이런 귀한 일이 있는지 몰랐네요. 좀더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