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수혜자에서 기부자가 되는 날을 꿈꾸며
탈북자가 수혜자에서 기부자가 되는 날을 꿈꾸며
  • Michael Oh
  • 승인 2019.09.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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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창업 지원 단체 [더브릿지] 인터뷰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누군가를 도우려고 할 때 수혜자가 아닌 공급자 입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도움을 주는 선의에 취해 상대방의 필요와 상황을 무시하지 않는지 말이다. 나의 선의가 상대방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더브릿지 The Bridge International] 황진솔 대표가 탈북자 창업 지원 사업을 할 때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라고 한다. [더브릿지]는 한국에 베이스를 두고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해외 개발도상국 및 국내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핵심 사업의 하나로 탈북자 창업 지원을 하고 있다.

미주 지역 협력 사업을 위해 엘에이를 방문한 황진솔 대표와 오지원 컨설턴트를 만나 탈북자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브릿지] 황진솔 대표
[더브릿지] 황진솔 대표

왜 탈북자 창업 지원인가?

“우리는 탈북자라는 말로 이들을 묶어 부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배경과 경력 그리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도 단순하지 않다. 정착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경험과 도전, 그리고 미래를 향한 소망 등은 탈북자라는 좁은 인식 틀로 담아내기가 어렵다.

또한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상황을 두고 있는 탈북자는 이미 이 땅에 사는 사람들과 상당한 차이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겉모양과 행동뿐만 아니라 일상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다르게 인식하고 사고하며 또 표현한다.

이러한 다양성과 차이점을 극복하고 이들의 필요를 채우고 도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선택과 집중 없이는 소모적인 지원이 되거나 상황을 더욱더 나쁘게 만들 위험도 있다.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며 서로 연대해야 한다.

[더브릿지]는 여러 탈북자 그룹 가운데 창업을 원하고 또 가능성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이들은 대개 장마당 상인에서부터 당 간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교적 소통이 자유롭고 함께 문제와 과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추고 있다. 충분한 관심과 도움을 받는다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많다.

이들의 성공은 다른 탈북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 결국 탈북자의 상황과 필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탈북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은 성공이 모여 다른 탈북자에게 희망을 전하고 실질적인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탈북자 공동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더브릿지]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모델이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의 수혜자가 공급자가 되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활을 이루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창업을 돕고 있나?

"창업을 원하고 일정한 경력과 역량을 갖춘 탈북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한다. [더브릿지]의 크라우드 펀딩인 임팩트 기부를 통해 재정 지원을 하고 창업 교육 및 컨설팅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7월 31일) 있었던 ‘탈북민 창업가 콘서트’나 시민 펠로우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단순히 일시적인 도움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그 가운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단순히 동료 탈북 창업자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펠로우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사회 연결망을 형성한다".

[더브릿지] 2019 탈북민 창업가 토크 콘서트 "도전의 달인"
[더브릿지] 2019 탈북민 창업가 토크 콘서트 "도전의 달인"

탈북 창업자가 겪는 어려움이나 도전은 무엇인가?

"나름 유능하고 경험도 풍부한 사람들이지만, 다양한 트라우마와 상이한 사회 환경에서 오는 괴리감은 탈북자 개인이 극복하기에 너무 커다란 장벽이다. 열등감과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부담감으로 고립되기 쉽다.

심리적인 고립감뿐만 아니라 사업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실질적인 고립도 있다. 북한의 장마당에서 큰 장사를 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도 남한의 복잡한 경제 구조와 사업 환경을 이해하지 못해 적지 않은 실패를 겪는다. 사업에 관한 법규와 절차를 몰라 큰 손해를 보기도 하고, 각종 혜택과 도움을 받지 못해 쉬운 난관에 쓰러지기도 한다. 특히 전통적인 방식의 장사와 거래에 익숙한 탈북자가 온라인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쟁에 뒤처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탈북자의 고립은 고용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한된 인적 연결망을 벗어날 수 없는 탈북 창업자는 양질의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 탈북자를 노동자로 채용은 해도 고용주로 인식하기 힘든 사회 분위기가 한몫을 한다. 따라서 한정된 인력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 탈북 창업자가 치열한 경쟁에 살아 남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브릿지]에서 탈북자 사업장에 인력을 파견하기도 하고, 다양한 인력을 공유하는 조인트 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서로를 향한 편견을 줄이고 사업을 위한 네트워크도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만큼 외부 협력과 지원이 중요하리라 생각이 드는데, 외부의 참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앞서 언급한 시민 펠로우 프로그램과 멘토링 그리고 임팩트 기부가 대표적인 참여 방법이다. 시민 펠로우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이 탈북 창업자와 교제하고 도움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멘토링 또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업자나 전문가가 창업과 사업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임팩트 기부는 탈북자 창업뿐만 아니라 국외 개발도상국의 사회적 기업 지원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젖줄이다. 보다 많은 시민이 기부를 통하여 탈북자와 취약 계층의 삶에 동참할 기회를 얻으며, 이를 통해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임팩트 기부의 목적은 단순한 재정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재정 지원을 통해 성장한 이들이 다시 임팩트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서 기부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방식은 기부와 수혜의 계층적 분리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또한 수혜자가 기부자로 거듭남으로써 수동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공한다".

[더브릿지] 시민 펠로우와의 만남
[더브릿지] 시민 펠로우와의 만남

협력의 파트너로서 기존의 종교 단체나 교회는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교회를 비롯한 종교 단체는 탈북자를 함께 돕는 일에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될수 있다. 타자를 향한 깊은 관심과 책임감이 모든 종교의 신념 체계 중심부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 신앙 가운데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라는 명령은 탈북자 상황과 직결되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당장 교회에서 구체적인 지원과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교회가 있지만, 실질적인 참여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그나마 이런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탈북자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과 교회 담을 넘지 못하는 시선이 이런 한계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탈북자의 상황과 필요를 알리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수이긴 하지만 의식 있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가 이런 대화를 함께 이어가고 있다".

미주 지역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가? 미주 한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미주 지역에도 탈북자 창업 지원을 위한 [더브릿지 US]가 정식 인가를 받고 활동하고 있다. 미주 지역에도 수많은 탈북자가 있으며, 창업을 통해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도 미주의 탈북자 출신 창업자를 지역 사회에 소개하고, 다양한 분야에 협력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렇게 탈북자 창업을 소개하면 사람들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탈북자를 일방적인 도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창업의 주체나 사업의 파트너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주에서 성공적인 창업을 이루어내고, 같은 처지에 있는 탈북자를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탈북자 사업가가 있다. 이분은 단지 탈북자 지원뿐만 아니라 미국 경찰이나 지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자신의 성공을 환원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 가운데 경험한 도움과 격려를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브릿지]는 이런 분들이 더욱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기대한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이 한 단체의 열심만으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가 자신이 위치한 지역 사회에서 탈북자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주 한인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이들의 상황과 필요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한편, 이들을 둘러싼 편견과 불신을 지워가는 노력도 함께 하면 좋겠다".

[더브릿지] 황진솔 대표 인터뷰
[더브릿지] 황진솔 대표 인터뷰

미주 지역 탈북자와 한인 교회 상황

미주 지역에도 힘겹게 살아가는 수많은 탈북자가 있다. 이들은 미국 주류 사회뿐만 아니라 한인 이민 사회 가운데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과거의 트라우마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이들을 움츠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또한 더욱더 높은 벽을 치게 한다.

망명 절차를 거쳐 합법적인 신분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신분 문제 때문에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교육 부족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린다.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한인 교회를 찾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오랫동안 탈북자를 도우며 이들의 삶을 지켜본 익명의 제보자가 전해준 이야기다.

“(현재 일반적인 한인 교회는) 탈북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타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보다는 기존의 교회 구성원의 삶과 신앙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과 다른 삶의 배경과 방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교회 일상 가운데 출현할 때 이들은 대개 당황하고 외면한다. 진실한 마음과 신앙으로 다가서는 이들도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관계를 형성할 만큼 준비와 이해가 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이런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일부 탈북자에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계의 미숙함 그리고 때로 나타나는 거친 행동과 요구가 교회 구성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보다 해결책을 찾기 원한다면 그 열쇠는 분명 교회에 있다. 탈북자 스스로 자신의 상황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인 교회가 의지만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신앙과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교회가 그렇게 해야 할 이유와 의지를 스스로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인 교회가 탈북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엘에이 지역을 중심으로 탈북자 교회가 생겼다. 탈북자의 상황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존의 교회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소수의 목회자와 신앙인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들 탈북자 교회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대부분 열악한 재정 상태에 처한 탈북자가 주요 구성원인 교회가 외부의 관심과 지원에도 소외된 상황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탈북자 교회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합집산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마음 깊은 곳에 고스란히 남은 트라우마와 척박한 삶의 현실에서 오는 피곤함이 시한폭탄이 되어 다양한 갈등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한인 교회의 역할과 가능성

힘겨운 탈북자의 삶과 이를 마주하고 있는 한인 교회 현실을 겹쳐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교회에서 당장 이들과 함께 신앙을 나눌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들이 신앙과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매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선교비로 지출하고 있는 한인 교회에서 탈북자 교회의 자립을 위해 재정 지출을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탈북자 지원 단체를 돕거나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소개한 [더브릿지]의 시민 펠로우와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교인이 탈북자와 관계를 맺고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황진솔 대표 또한 이번 미주 방문을 통해 한인 교회와 연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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