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복음주의 운동가의 실족과 자숙
한 복음주의 운동가의 실족과 자숙
  • 뉴스 M
  • 승인 2019.09.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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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대표의 불륜 사건에 대한 청어람아카데미 이사회의 징계 사실을 발표하는 공지가 청어람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양희송 대표의 불륜 사건에 대한 청어람아카데미 이사회의 징계 사실을 발표하는 공지가 청어람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20년 전, 유학 및 미국 생활 중 다녔던 교회(백인이 다수였던 40명 정도의 조그만 장로교회)에서 어느 날 아침 예배 중에 담임목사님이 스캇이라고 하는 남성을 앞으로 불러세웠다. 그리고 그와 관련되어 교회가 함께 알아야 할 일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스캇은 당시 3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이었고,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와서 정착한 한 여성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목사님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스캇이 결혼 전에 만났던 한 여성이 있었고, 그와 헤어진 후에 현재 자매와 결혼했는데, 얼마 전 과거의 여성이 아이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나 당신의 아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충격에 빠진 스캇은 고민 끝에 당회에 알렸고, 당회는 이 일을 논의하여 스캇을 치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스캇은 우선 아이가 혼외 관계에서 태어나 아빠 없이 자라는 상황을 겪게 한 잘못을 했고, 아이의 엄마는 남편, 결혼이라는 울타리 없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현재 아내에게도 상처를 남기게 되었고,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본이 되어야 할 교사가 도리어 아이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교회 집사로 품위를 손상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언약 관계 안에서 성을 허락하신 하나님 앞에서도 잘못했다고 했다.

따라서 당회는 그에게 6개월간 수찬 금지(성찬 참여 금지)를 내렸고, 그의 집사직과 교사직을 2년간 정직시켜 근신하게 하기로 결정하였고, 향후 부부 상담과 회복을 돕기로 하였다. 또한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를 양육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이의 엄마도 필요하다면 만나 지원책을 상의하고, 아이는 아빠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아이에게도 교회가 공동체가 될 길을 찾기로 했다.

덩치가 산만한 스캇은 앞에서 흐느끼며 울고 서 있었고, 모든 교인들도 함께 울었다. 몇 명 안 되는 교인이니 한 명씩 앞으로 나가 그를 안아주며 함께 울고 미안해했다. 나도 사실 죄가 많지만 입 다물고 지내왔는데, 그 죄를 당회 앞에 들고 가 고백한 스캇의 솔직함도 고맙다고 했다.

이 경험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죄는 드러내되, 용서와 회복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죄를 하나씩 짚어가며 그것이 어떤 고통을 유발했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앞에 서서 그 얘기를 듣는 당사자에게는 너무나도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픔을 직시하는 것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돌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며 공동체가 품는 모습을 보며 큰 교훈을 얻었다.

9월 9일, 우리는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의 불륜 소식을 접하며 큰 충격에 빠졌다. 동년배의 남성으로서, 나 역시 후배들과 여성들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간 외쳐온 모든 것들이 비아냥이 되어 돌아오는, 자기가 자기 말의 모순을 증명하는 핑계치 못할 일이 드러났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고작 이거냐는 분노와 허탈과 비아냥이 들려온다. 그에게만 향한 분노가 아니다. 나처럼 뭔가 앞에서 떠들며 지내왔으나 너희들이 이룬 게 뭐냐고 질책받아도 할 말이 없는 50대 기득권 남성들을 향한 분노이다.

칼로 마음을 도려내는 아픈 일이다. 무엇보다 자녀들과 아내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자녀들은 이제 누구를 바라볼 것이며, 아내는 어찌 그를 다시 볼 수 있겠는가? 책임 있는 자리에서 저지른 잘못은 이렇게 큰 고통을 남긴다. 청어람 관계자들 역시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오랜 세월 함께 일해온 간사들, 새롭게 구성되어 이 사역의 후원자요 책임자로 짐을 나누어 진 이사들, 이 사역이 귀해 물질과 기도로 동참해온 후원자와 응원해주신 분들이 느낄 배신감은 헤아릴 수가 없다.

이분들 외에 특히 마음이 쓰이는 사람들이 있다. 기성 교회에서 경험한 환멸과 상처로 고통받다 그나마 여기서는 좀 숨을 쉴 수 있다고 여기며 따랐던 청년들이다. 순수함을 잃어버리면 그건 되찾기 너무 어렵다. 이젠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게, 결국 하나님을 못 믿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 마련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본인은 과실을 전적으로 인정했고, 공동체의 조치를 수용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점이다. 그 스스로 과오를 뉘우치고 변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이사회의 신속한 개입과 조치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일 수는 없다. 고민이 깊어진다. 반복되는 이런 일을 어떻게 줄여갈지, 이런 일이 터지면 어떻게 풀어갈지 쉽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이 일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양희송 대표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지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13년쯤 전부터 이런저런 모임 자리에서 종종 보게 되었고, 동역자로서의 교감과 연대의식을 갖고 지내왔다. 그런데 그의 이런 모습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일을 돕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우리가 맺어온 관계가 고작 이 정도로 피상적이었구나 싶어 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인 얘기를 나누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위기가 닥칠 위험이 크다. 자기의 삶을 누군가와 꾸준히 나누고 서로의 삶을 책임져주는 관계 없이는 누구나 이중적인 삶의 유혹에 노출되고 결국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 활동가, 뭔가 가르치고 공익을 위해 산다고 하는 모든 이들이 혹시라도 개인적인 삶을 나눌 관계 없이 고립되어 있다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빨리 자기의 속마음과 고민까지 함께 나누고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지켜갈 선택을 하도록 도울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서로에게 거울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갈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또한 이런 잘못 이후에 깊은 시름에 빠진 가족 구성원을 돕고, 죄의 결과로 고통을 당하는 당사자를 적절하게 돕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아픔과 수치심으로 인해 관련된 사람들이 수면 아래로 사라져 버리고, 공동체는 그들을 방치해 버리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전처럼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족도 일상을 되찾고 당사자도 과거의 짐을 내려놓는 속죄의 과정을 통해 공적인 용서를 받게 도울 필요가 있다.

본인에게는 매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지금은 회복을 생각하기에는 때가 이르다. 당분간은 이 고통의 심연에서 침잠하며 하나님을 바라보며 죄의 실체와 무게를 직면해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이 구원의 길을 열어줄 것이고, 죄의 결과로 고통하는 본인에게도 이번 일은 차라리 잘된 일일 수 있다. 이 고통의 과정을 생략하고 하나님의 회복을 경험하려고 들면, 그것은 값싼 은혜를 구하는 오판이 될 것이다.

비슷한 일로 무대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많았다. 그런데 조용히 사라졌다 조용히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공적으로 인정하고 징계를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길고도 깊을 수밖에 없는 이 고통의 과정이 무의미한 고통이 되지 않으려면 그의 회개가 진실해야 하고, 그 고통 중에 찾아오신 주님 앞에서 용납과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 그렇게 고통스런 과정을 거친 진실한 변화와 회복의 소식을 듣는 것이,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고 고통과 수치일 수밖에 없는 이번 일에서 그나마 구속적(redemptive) 가치를 발견할 유일한 소망 아닐까 싶다. 그 지난한 회복의 과정 중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돕는 손길들을 주께서 공급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김종호 (IFES 동아시아 부총무)


청어람아카데미 이사회 공지

양희송 대표 신상 문제에 대한 이사회의 결의와 입장

 

청어람ARMC 이사회는 지난 8월 중순, 양희송 대표 일신상의 문제를 인지하였으며, 그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윤리와 청어람ARMC 구성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본 이사회는 아래 개인입장문에 실린 사실관계에 대해 사건 당사자들과의 기본적인 소통과 확인을 거쳐, 금일부로 양희송을 대표에서 면직, 이사직에서 해촉키로 결의하고 본인에게 통보하였습니다.

한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조직으로서 그 전말 모두를 다루기에는 역할의 한계와 실제적 난점이 있었기에, 사실 확인에 있어서 부분적이거나 어느 당사자에게는 시도에 그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우리 이사회는 이러한 도덕적 흠결을 안고 있는 이가 그리스도인의 선한 양심과 지성을 핵심가치로 하는 청어람ARMC의 이사와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일로 청어람ARMC 후원자, 구독자 그리고 공론장의 성도와 시민 여러분들께 실망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청어람ARMC의 임직원들 역시 적잖은 충격과 실망을 겪고 있습니다만, 낙심치 않고 선한 사업을 지속하기를 소망합니다. 청어람ARMC의 모자람에 대해 질책해 주시고, 회복을 위해 격려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2019년 9월 9일

의제법인 청어람ARMC 이사장 이웅배


 

[양희송 대표 입장문]

양희송입니다. 

청어람 이사회와 스태프들, 후원자들, 그리고 청어람의 벗으로 함께해주신 모든 분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소식을 전합니다.

저는 수년간 아내 모르게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최근 밝혀진 제 불륜은 온 가족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저에게 기대와 신뢰를 보여주신 분들에게도 매우 큰 충격과 실망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또한 설교자로서 저의 삶이 제 말을 정직하게 담아내지 못한 결과라고 고백합니다. 

이제 저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고, 모든 공적 활동에서 물러나 참회의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이런 참담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믿음의 선후배와 동역자들이 느낄 배신감과 황망함을 어찌해야 할지 아득합니다. 감히 용서를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습니다. 고통 받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충격과 실망 속에 계신 모든 분께 사죄합니다.

2019년 9월 9일 양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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