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처럼 성경 읽기
피카소처럼 성경 읽기
  • 이재근
  • 승인 2019.09.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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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목사 영상칼럼 [오픈 마인드]

입체파를 아시나요?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와 폴 세잔 (Paul Cezanne, 1839-1906), 현대 미술의 출발인 이들의 작품세계는 늘 하나의 사물로부터 다양한 색감과 시선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모네가 그린 “루앙 대성당”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색감의 변화를 화폭에 담았고요. 세잔의 경우 모자이크 방식을 통해 정물화를 다양한 단편 조각들의 조합으로 그려냅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입체적 그림 그리기의 갈망은 다음의 한 사람에게서 완성되는데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이름이죠. 바로 파블로 피카소 (1881-1973)입니다. 지금 보시는 작품은 “도라 마르의 초상”인데요. 여러분들이 보시듯이 피카소는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의 공간미를 창조하며, 하나의 초상속에 정면과 측면의 얼굴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그리고 이걸 소위 입체주의라 부르게 됩니다.

성경 안에 숨겨진 다양한 시선! 시선!

평면 그림에 입체적 이미지를 담아내는 피카소의 방식, 볼 때마다 인상적인데요. 역사 목사인지라 그의 작품을 볼 때면 성경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성경은 글로 쓰인 작품입니다.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을 글을 통해 표현하고 있지요. 하지만, 성경은 그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입체적 표현을 또한 나타냅니다. 

우선 구약의 예를 들여다볼까요? 구약은 온통 역사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역사에는 역사적 관점, 이를 줄여 사관 historical view 하는 것이 있고요. 그래서 구약 역시 그 역사적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관점이 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명기 사관과 역대기 사관입니다. 

신명기 사관은 우리가 잘 아는 쉐마의 말씀, 신 6:4~5절 말씀에서 비롯된 것으로 모든 역사 해석의 기준을 출애굽 당시 하나님과 맺은 언약에 두는 것이고요. 역대기 사관은 다윗왕 때 맺어진 하나님과의 언약을 기초로 한 것인데요. 

이렇게 비교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스라엘 왕들의 이야기인 열왕기는 신명기 사관으로 쓰인 책입니다. 누구든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거나 섬기지 않으면 심판의 대상이 되지요. 여기엔 이스라엘을 가장 부강하게 했던 다윗도, 솔로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실은 열왕기에서의 솔로몬은 지혜의 왕? 성공한 왕? 이 아닌 철저히 실패한 왕, 금과 은을 모으고, 여인을 좋아하며, 말과 병기를 많이 만들어 자신의 힘을 과시한 왕이기에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남과 북으로 찢으셨다고 증언하지요. 그런데, 다윗왕가를 중심으로 기술한 역대기 사관은 다윗과 솔로몬의 치부를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꼼꼼히 한번 읽어보시면 금방 할 수 있는데요.

그럼 신약은 어떨까요? 특히 복음서를 들여다보세요. 예수님 한 분을 말하지만, 그에 관해 기록한 복음서는 네 개나 됩니다. 주의 깊게 읽어보면 네 가지 복음서가 다 다릅니다. 분명 같은 기적들, 비유들, 사건들을 다루지만 다 다르게 표현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예수님의 광야 시험은 마태와 누가에선 그 시험의 순서가 다릅니다. 성찬의 순서도 다르고요. 마태 누가에 있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와 족보는 마가복음과 요한에는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성경은 입체파이기 때문입니다. 책마다 무게를 두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죠. 어! 성경은 분명히 유일하신 하나님에 대한 고백인데 이렇듯 다른 관점이 있다고요? 분명하고 확실~한 믿음이어야 하는데 괜히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요? 물론 성경은 유일하신 하나님에 대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거룩한 성경, 하늘의 책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그 증언이 똑같아야 해? 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히려 성경을 잘못 이해하게 되는 지름길입니다.

성경은 입체파!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의 역사를 수천 년에 걸쳐 기록하고,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성경입니다. 모네가 바라본 루앙 대성당이 하루에도 여러 번 다르게 보이듯, 피카소가 바라본 한 여인이 입체적으로 묘사된 것처럼, 성경은 사실 매우 입체적인 말씀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획일적으로 기록되었다면 오히려 의심해야 할 대상 아닐까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국가에선 언론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독재와 압제가 있는 나라는 언론이 통일됩니다. 다양한 설명, 표현, 해석이 없는 것이죠.

특히 이민교회 안에서 교회 안의 갈등과 다툼 심지어 분열과 찢김의 소식들을 듣게 됩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어 들여다보면 때론 성경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읽고 해석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때마다 기억해 보세요. 성경은 사실 입체파라는 것을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는 그 유명한 코르코바도 예수상이 있습니다. 690m 언덕 위에 무려 38m 높이로 우뚝 속은 이 예수상은 그 누구도 한 번에 그 앞과 뒤, 옆과 위를 볼 사람이 아무도 없지요.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저 다른 인상(impression)을 얻는 것이고요.  

여러분, 교회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 알다가도 모를 믿음이란 마음이 들 때마다 기억해 보세요. 말씀은 오히려 입체적이란 것을요. 그러니까 함부로 말하지도 확신하지도 말고요. 겸손히 말씀을 배우고 또 배우려고 하는 마음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알다가도 모를 지경인데 어떻게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우리가 다 알 수 있을까요? 성경은 입체파. 그러기에 더욱 배우고 또 배우는 마음으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세우고 나아가 믿지 않는 이들과 세상을 향한 긍휼의 마음을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오픈 마인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재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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