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청소노동자를 만나다
신학교 청소노동자를 만나다
  • 강태우 기자
  • 승인 2019.09.18 21: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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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 강태우 기자] 서울 최고 기온이 34.6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8월 9일, 서울대 공과대학 제2공학관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A(67) 씨가 휴식 중 숨졌다. 경찰은 죽음의 원인을 ‘병사’라고 했지만, 그가 마지막 머물렀던 일터 휴게실의 모습은 사망의 원인을 ‘지병에 따른 병사’로 얼른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1.06평의 휴게실이었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지난 8월 14일 성명을 통해 "학교는 비인간적인 업무 환경에 고인을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이 숨진 휴게실은 곰팡내가 코를 찌르고, 창문과 에어컨이 없고, 환기조차 잘 안 돼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지하 공간"이라고 밝혔다.

신학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내 모습
신학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내 모습

서울대만 이럴까. 신학대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여건은 그보다 나을까. 추석 연휴 전후로 서울에 있는 감신대학교, 장신대학교, 총신대학교(가나다 순)를 방문해 청소노동자를 만나고 근무 환경을 취재하였다.

서울대 사건에 대한 소감을 묻자 한 청소노동자는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많이 놀랐다. 남의 일이 아니구나!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는 “많이 울었다. 그냥 내 처지랑 겹쳐서 너무 슬펐다. ‘서울대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저 정도이니 다른 곳들은 얼마나 더 심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9월 11일 오후 1시 세 군데 중 한 곳을 방문했다. 학생들에게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물었지만 정확히 알고 있는 학생들은 없었다. 몇 학생이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알려준 곳을 가보았지만, 청소노동자를 만날 수는 없었다. 학교 직원으로부터 종합관 지하에 휴게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로 향했다.

지하 1층에는 건물 관리 시설들이 있었다. 천장에는 파이프라인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고, 임시 건물 안에 휴게실이 있었다. 지하라 햇빛은 전혀 들지 않았고 8명이 사용한다는 작은 공간에는 환풍기 두 대가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는 “휴게실이 지하라 공기가 너무 나쁘다”고 하였다. 외부로 연결된 창문도 없는 지하실에서 환풍기를 돌리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였다.

A 신학대학 지하실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소(아래), B 신학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소 실내(위)
A 신학대학 지하실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소(아래), B 신학대학 남자 화장실 옆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소(위)

이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모두 외부 용역업체 소속이었고, 16명이 근무한다. 주 5일 근무하고, 오전 6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일하며, 한 달 급여로 4대 보험과 세금 등을 제하고 대략 135만 원을 받는다. 2시간 30분의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이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절반은 집사나 권사 직분을 가진 교회 교인이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일부 청소노동자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추석인데 학교에서 명절 고깃값은 고사하고 비누 한 장 주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어디 있느냐?”며 섭섭함을 표현했다. 다른 청소노동자는 “정말 너무해요. 믿는 사람들이 더해!”라고 했다. “학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한 청소노동자는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고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대우를 해주면 좋겠다. 학생들도 분리수거를 조금만 더 잘해주면 좋겠다. 학교도 어렵겠지만 힘들게 청소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는 학교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이들을 취재한 내용을 전하고 학교의 입장을 물었다. 담당자는 윗분과 논의한 후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였으나,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16일 오후에 다른 곳을 방문했다. 이 학교는 소장을 포함해 25명의 청소노동자가 근무한다. 이곳도 외부 용역업체와 계약하여 학교 건물과 시설을 관리하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청소노동자는 “일하시는 분들의 나이는 65세 전후이고, 근무 시간은 보통 오전 7시에서 오후 3시 30분이다. 중간에 식사 시간을 포함하여 2시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있다. 여기는 80% 이상이 교회 집사, 권사이고, 호칭도 집사, 권사로 부른다. 학생들, 교직원들, 총장님도 친절하게 잘 대해주신다. 추석에도 따로 선물을 챙겨주셨다. 특별한 불만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기자가 방문한 휴게실 위치와 모습은 열악했다. 가장 많은 청소노동자가 쉬는 휴게실이 기념관 지하 2층 주차장 한쪽 구석에 있었다. 이곳은 10명의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을 사용하고 중앙 냉난방시설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휴게실은 햇빛도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창문도 없었고 입구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사용되는 공간 옆에 있었다.

다른 기념관에 위치한 휴게실도 상태가 안 좋았다. 외부로 창문이 있고 햇빛이 잘 드는 장점은 있지만 공간은 너무 비좁았고 에어컨이 없었다. 남향이라 오후에는 강력한 직사광선이 쏟아지는 좁은 공간은 휴식을 취하기에는 답답하고 더웠다.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세 명의 청소노동자가 사용하고 있었다. 모두 여성들인데 휴게실 바로 옆은 남자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도 들렸다. 이들은 학교가 인원을 감축해서 일하는 양이 늘었다고 했다. 작년 초까지 한 건물 청소를 4명이 담당하였는데, 한 명이 퇴사하며 충원을 하지 않아 지금은 3명이 담당한다.

“학교나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냐?”고 묻자 “교수님들도, 교직원들도 인격적이다. 학생들도 많이 도와주고 배려한다. 그런데 분리수거에 더 신경 써주고 사용한 자리만 정리해주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에어컨이 있으면 더운 여름에 정말 좋겠다”고 했다.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에어컨이 없는 것과 인원 충원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 학교 담당자에게 전화로 확인했다. 담당자는 “공식적으로 도급업체에서 이 문제를 협의 요청하면 함께 협의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지금은 공식적으로 이 문제에 대하여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남자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한 3명의 청소노동자가 사용하는 휴게실
남자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한 3명의 청소노동자가 사용하는 휴게실

9월 16일 오후에 또 다른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학생들에게 청소노동자가 어디 있는지 물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알지 못했다. 청소노동자가 있을 듯한 건물 지하를 찾아다녔지만 만날 수 없었다. 몇 개의 건물을 돌아다닌 후, 생활관 지하에 휴게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힘들게 찾아간 생활관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책임자는 총무과 허락 없이는 인터뷰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다시 총무과 담당자를 찾아가 청소노동자의 근무 상태를 간단히 확인했다.

담당자는 “외부 용역업체에서 학교의 청소 업무를 담당한다. 한 명은 정규직으로 학교 소속으로 되어 있다. 근무 시간은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 30분이다. 소장 1명을 포함하여 총 9명이 학교 전체를 청소한다. 급여는 외부 용역이라 정확하게 얼마가 지급되는지 모르지만 170만 원 이상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큰 건물만 8개인 대학을 9명의 청소노동자가 감당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총무과 담당자에게 청소노동자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곤란하다는 답을 들었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작성하던 도중 장신대 신대원 이훈희 학우회장에게 연락이 왔다. 학우회장은 기자에게 “학우회장 출마 공약으로 ‘학내 간접 고용 노동자의 직접 고용 및 처우 개선에 대한 공론화’가 있었다. 안 그래도 10, 11월부터 학내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일단 학우회에서도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갖겠다. 앞으로 진행할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이나 처우 개선 방법에 대해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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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이 2019-09-23 21:38:15
맞아요! 정말 알아야 할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농부의마응 2019-09-19 08:41:40
어두운 곳에 빛이되는 글 감사합니다!!

한희옥 2019-09-19 08:13:19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