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감리교회가 갈라지면 한인 교회는?
연합감리교회가 갈라지면 한인 교회는?
  • 신기성
  • 승인 2019.09.23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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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감리교 2019 특별총회 장면(사진: UMNS)
연합감리교 2019 특별총회 장면(사진: UMNS)

[뉴스M=신기성 기자] 내년 5월에 열리는 연합감리교회(UMC) ‘2020 총회’에서 다룰 결의안 제출이 지난 18일로 마감되었다. 성 소수자 및 성 정체성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한 몇 가지 새로운 플랜들이 상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합감리교회는 지난 2월 세인트루이스에서 개최한 특별총회에서 ‘전통적 플랜’을 채택했다. 이 플랜에는 동성애자의 결혼과 안수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동성간 결혼한 커플도 처벌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투표에 참가한 전체 대의원의 53.28%(438표)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반대는 46.72%(384표), 기권은 5.56%(54표)였다. 연합감리교회 소속 한인 교회는 대체로 특별총회의 결정을 환영했다.

2019 특별총회는 교단의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감독들의 요구로 소집된 최고 입법기관의 결정이었지만, 계속된 논란과 갈등을 막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총회 이후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진보 성향의 교회와 연회는 내년 5월 총회에서 이 결정을 뒤집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교회는 전통적 플랜 채택에 대한 항의 표시로 연회 분담금을 거부하기도 했다.

연합감리교회는 미국의 한 개신교단이 아니라 다국적 교단이다. 한국의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다른 점이다. 지난 특별총회에서는 미국 내 대의원 504명과 국외에서 참가한 대의원 360명 등 총 864명의 대의원이 참가했다.

미국 내 대의원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해외 대의원들의 전통주의 플랜에 대한 지지가 총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별총회 결과에 실망한 미국 내 연회에서는 더욱 진보 성향의 대의원으로 교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지난 특별총회에서 결정된 ‘전통주의 플랜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감리교회뉴스는 보도했다. 지난 총회에서 전통주의 플랜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해외 대의원들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대의원 중 73% 정도가 전통주의 플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특별총회 후 연합감리교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영호 교수(세인트폴 신학대학원 은퇴 교수)는 해외에서 참가한 대의원들이 전통주의 플랜을 지지하는 이유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동유럽 및 러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참가한 대의원들은 성 소수자를 범죄시하며 심지어 사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자 취급’을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교회와 신학의 잣대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기 전에는 그 지역에서 참가하는 대의원들의 보수적 입장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년 5월에 미네아폴리스에서 개최될 2020 총회 대의원은 목회자와 평신도가 동수로 구성되며, 총 862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전체 대의원 중 미국 내에서 참가하는 인원은 55.9%이다(아프리카 32%, 필리핀 6%, 유럽 4.6%, 및 협약 교단 대의원). 지난 특별총회 대의원과 비교할 때 미국의 대의원은 22명이 줄은 반면 아프리카는 18명, 필리핀은 2명이 늘었다.

다른 기성 교단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 연합감리교회 교인 수는 정체를 겪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연합감리교회 총회에 해외 대의원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고,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해외 대의원들의 입장이 더 반영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교단의 교리와 장정 결정에 있어서 더 보수적인 입장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미국 내 연합감리교회의 4분의 3 정도가 전통주의 플랜을 반대하는 진보 혹은 중도 성향이기 때문에 결국 교단의 분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총회에 다뤄질 결의안이 몇 개나 상정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연합감리교회 4개의 공식 언어로 모두 준비될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연합감리교회뉴스와 미국 언론에 알려진 플랜은 3가지이다.

2020 총회에 상정된 플랜들

1. 인디애나폴리스 플랜

이 플랜은 지난 40여 년간 동성애 문제로 갈등을 겪어 온 교단이 하나의 교단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둘 혹은 셋으로 분리하자는 모델이다. 보수, 중도, 진보 진영의 대표 12명이 참가해 이 플랜을 만들었다. 12인 대표로 참가한 유나이티드 신학교 총장 켄트 밀라드 목사는 “연합감리교회가 한 집에서 평화롭게 살 수는 없지만, 좋은 이웃으로는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단을 분리하고 이웃 교단으로서 사이좋게 지내자는 데 모든 진영의 대표가 동의했다고 한다.

이 플랜에 따르면, 동성애자 안수 금지와 동성 결혼 금지의 법을 따르는 교단은 전통주의 감리교회로 남고, 진보와 중도 연합감리교단은 분리해서 나가며 ‘동성애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말을 장정에서 삭제하게 된다. 각 교단은 새로 이름을 정할 수 있고, 새 이름에 연합감리교회라는 말을 포함할 수 있다.

연합감리교회뉴스에 따르면, 각 연회는 새로 만들어진 교단 중 어느 곳에 속할지를 연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미국 내에 교단 중 투표하지 않는 연회는 중도/진보 연합감리교회에 속하게 된다. 만약에 개교회가 연회의 결정에 따르지 않기로 하면, 교인 과반수 동의를 얻어 원하는 교단을 선택할 수 있다. 연회에서 탈퇴해 새로운 교단에 가입할 경우 교회 재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연회의 감독과 개교회 목회자는 기본적으로 연회의 결정에 따르게 되지만, 자신이 원하는 교단을 선택할 수도 있다.

2020 총회에서 이 플랜이 통과될 경우 8월부터는 교회와 연회별 교단 선택이 시작되고 2021년 가을 쯤 새로운 교단들의 창립총회가 있을 것으로 연합감리교회는 전망했다.

2. 유엠씨넥스트 플랜

장정에서 동성애자 안수 금지와 동성 결혼 제한에 관한 규정을 없애는 대신 이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이다. 교단 내 화해사역네트워크(Reconciling Ministry Network), 감리교인연합(Uniting Methodist), 그리고 주류연합감리교회(Mainstream UMC) 등의 연합체인 유엠씨넥스트(UMCNext)가 제안한 플랜이다.

이 플랜은 미국 내든 해외든 각 교회가 교인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웨슬리 교단에 가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교단 탈퇴는 2024년까지 결정해야 한다. 연회의 교단 탈퇴에 관한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안은 2022년 특별총회를 열어서 전체적인 교단 구조 및 행정 조직을 정비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 5월 캔사스의 레저렉션연합감리교회에서 600여 명의 진보 및 중도 교인들이 모임을 가진 이후 결정된 안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연합감리교회로 알려진 레저렉션연합감리교회의 아담 해밀턴 목사는 “대부분의 연합감리교회는 동성애에 관해 다양한 관점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해왔다.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껴안기를 배워왔다”고 말했다.

해밀턴 목사는 ‘유엠씨넥스트 플랜이 모든 사람을 위한 교단으로 연합감리교회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하고 ‘성소수자를 해롭게 하는 모든 언어를 교리와 장정에서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단을 떠나기 원하는 교회는 은혜롭게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목회자들과 교회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3. 새로운 형태의 일치 플랜

이 플랜은 미시간연회의 데이비드 바드 감독과 텍사스연회의 스콧 존스 감독이 제안했다. 이들의 이름을 따서 ‘바드와 존스 플랜’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성 소수자 목사 안수와 동성 결혼에 대한 입장에 따라 자치적인 몇 개의 교단으로 재편하자는 내용이다.

새로운 교단은 전통주의감리교회(Traditional Methodist Church), 중도감리교회(Open Methodist Church), 그리고 진보감리교회(Progressive Methodist Church) 등이다. 각 자치 교단은 큰 틀에서 연합감리교회의 그늘 아래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일치와 연합을 이루게 된다. 또한 각 교단은 성례전을 비롯한 모든 사역의 교류가 가능하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는 각각 지역별 교단을 새로 만들거나 위의 자치 교단 중 하나에 속할 수 있게 했다.

존스 감독은 이 플랜을 제안하는 이유가 ‘인간의 성적 지향성에 관한 논쟁에 쏟고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대신 그리스도의 제자 삼는 선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한 ‘연합감리교회의 다른 지체들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선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서로를 축복할 필요가 있다’고 권면했다.

위에서 말한 ‘인디애나폴리스 플랜’은 각각 독립된 교단으로 갈라져 완전히 새로운 교단을 창설하자는 의미이지만, ‘바드와 존스 플랜’은 신생 교단이 연합감리교의 우산 아래 자치 교단으로 공존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인 교회의 대응

지난 2월 특별총회까지 연합감리교회 한인 목회자들을 대표하는 모임은 ‘한인총회’ 하나였다. 미국 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하는 한인 목회자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지난 3월 ‘한인 교회 총회(한교총)’라는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졌다. 연합감리교회 목회자들 중에서 한인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의 모임이다. 미국 내에 있는 약 270여 개의 한인연합감리교회를 대표하는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진 셈이다. 한인 회중이 아닌 타인종 교회 목사들은 대체로 포함되지 않았다.

한교총의 출범은 지난 특별총회의 결과와 무관치 않다. 교단 내 한인 교회와 목회자들의 비중에 비해 총회에서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한교총은 내년 총회에서 지난 특별총회 때보다 더 강하게 한인 교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에 관한 연합감리교회 한인 목회자들의 입장은 크게 한인 교회와 타인종 교회로 나뉜다. 한인 교회의 목회자들은 대체로 전통주의 플랜을 지지하고 환영하는 반면 타인종 교회를 섬기는 목사들은 진보 성향을 보이는 목회자들이 많다. 한교총은 전통주의 플랜을 지지하는 한인 교회 목회자 연합인 셈이다.

만일 교단이 분리될 경우 한교총을 중심으로 대다수의 한인 교회는 보수 입장의 교단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 총회 내에서 타인종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과 한교총 소속 목회자들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한인 교계에도 큰 숙제가 주어졌다.

내년 5월 총회가 끝나면 교회마다 교인총회를 열어 어느 교단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각 연회도 대의원 총회를 열어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연회의 결정에 따라 개교회는 다시 소속 연회에 계속 머무를 것인지 탈퇴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개교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소수 교인들의 교회 이동도 불가피할 것이다.

지난 특별총회 결과에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던 한인 회중들 사이에서 실망하고 상처를 입은 채 교회를 떠난 성 소수자가 있었다. “나는 그냥 가만있는데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죠?” 그가 교회를 떠나면서 기자에게 남긴 말이다.

성 정체성에 관한 교단의 일치된 입장을 도출하기 위한 지난 40년간의 노력이 실패한 만큼, 피할 수 없는 분리라면 좋은 모습으로 서로를 보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별과 새로운 연합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난과 상처주기 등을 피하고 타인의 입장과 신념을 존중하며 축복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존스 감독의 말처럼, 동성애 논란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구제와 선교로 돌려야 한다. 한인 교회 내에서도 성 정체성에 관한 논란보다는 연합감리교회 사명이라고 선언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길러내는 일”에 힘을 모아 집중해야 한다.

 

참고기사:

https://www.umnews.org/ko/category/general-church

https://religionnews.com/2019/09/19/united-methodists-float-plans-to-split-denomination-after-lgbtq-v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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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s Lee 2019-09-27 04:00:03
신기자의 뉴스는 좋은데 기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써야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