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칠한 노욕(老慾)
회 칠한 노욕(老慾)
  • 허경조
  • 승인 2019.10.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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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 바벨론 유수로 인하여 시작되어 중동 전역에 생겨난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는 이후로도 팔레스타인 재정착과 외세의 침입으로 인한 이주를 반복하게 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디아스포라는 서기 132년에 일어났는데, 로마 제국을 상대로 일으킨 반란이 진압된 이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유대인들의 예루살렘 거주를 금지하면서 많은 유대인들이 국외로 이주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그전까지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일대에서만 살고 있다가 강제로 쫓겨난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미 그전에도 많은 유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이집트나 소아시아 일대로 이주를 해간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거주하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성전세를 직접 예루살렘으로 가져올 수 있었으나 대개는 각 지역에서 신뢰할만한 사람들이 성전세를 거두고 그것을 트럼펫 모양의 특별한 보관함에 넣어 도난을 방지한 다음, 대표자 한 사람이 그것을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의 진술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의 유대인들은 돈을 운송할 때 “파르티아인의 약탈‘을 염려하여 수많은 순례자들을 동원하여 그 돈을 지키면서 운송하기도 했다. 모은 돈을 예루살렘으로 이송하기 전까지 보관할 성읍도 군사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발되었다.(유대고대사, 18, 311 이하)

이 순례자들과 성전세를 운반하여 오는 사람들로 유월절같은 시기에는 온 예루살렘이 북적대며 평소에 안보이던 일들이 벌어지니 바로 환전상들과 회 칠한 무덤들의 등장이다.

성전세의 지불 수단은 그 가치가 지속적인 두로의 반 세겔인데 이것은 평균 7.2 gram의 은이었다. 다른 통화 및 일상적 통화를 위해서 성전 당국은 환전상을 고용했고, 이들은 반 세겔마다 8%의 추가액을 자기의 수당으로 챙겼기에 복음서에 등장하는 ‘성전 정화’의 스토리도 이러한 환전상을 언급하고 있다.(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 204쪽)

회 칠한 무덤들은 당시 예루살렘의 생활상으로 인한 필요성에서 기인한다. 신약시대 예루살렘안과 주변의 집들은 대개 석회암을 잘라서 벽돌모양으로 집을 지었다. 그리고 석회암을 채취하기 위해 파들어간 집 주위의 동굴들은 자연스럽게 가족묘가 되어 가족이 죽으면 무덤안의 평상위에 장례를 치르고, 시체가 부패하여 뼈만 남으면 다시 이를 ‘글로스크마’라는 석회암 상자 안에 보관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유월절같은 큰 명절에 일시 방문하는 순례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전에 제사드리는 자들은 정결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性)적인 면이나 죽음에 관련된 금기사항이 있기에 순례자들에게 무덤임을 알리고 접촉을 금지하는 방책으로 무덤위에 회 칠하는 묘수가 등장한 것이다.

뼈로 가득한 글로스크마 상자가 놓여있는 죽음의 동굴과 바로 위 지상에서 보여지는 깔끔하고 산뜻한 회 칠과의 상관관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닫게 되는가 ?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 (약 1:15) “
공자는 ‘군자삼계(君子三戒)’에서 ‘군자는 세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며 ‘청소년기 때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으니 여색을 조심하고, 장년기에는 혈기가 강하므로 싸움을 조심하고, 노년기에는 혈기가 이미 쇠약한지라 탐욕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노인기의 탐욕은 누구에게나 닥쳐오고 이를 제어하기가 힘들지만 노욕이 권세를 겸비하게 되면 흡사 욕망의 화로에 풀무질을 하게 되는 형국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9월 24일자로 통합 교단의 1014명 총대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비공개로 결의하기 직전 회 칠한 목회자의 호소이다.
“ 저희들은 101회·102회 총회와 또 지금까지 모든 총회에 뜻을 따른다고 해서 한 일인데, 그래도 또 일부의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준 데 대해서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또 이해를 빌겠습니다. 또 합동 측에서는 없는 법도 만들어가지고 이렇게 사랑의교회를 살리고 (오정현) 목사님을 살려주셨습니다. 저는 이번 총회에 우리 총대님들과 우리 총회가 저희 교회가 그동안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을 잘 반성하고 모두 형님같이, 부모님같이 또 동생들같이 앞으로 잘 섬기면서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잘 품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들은 바로는 ‘명성교회 총회 나가라’ (하는데) 근데 갈 데가 없어요. 정말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잘 품어주시고 또 집에 돌아와서 이렇게 총회와 여러 어른들을 잘 섬길 수 있는 일에 긍휼을 베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회 칠한 모습으로 “ 부족한 점을 잘 반성하고 모두 형님같이, 부모님같이 또 동생들같이 앞으로 잘 섬기겠다, 긍휼을 베풀어 달라” 며 총대들 앞에서 읍조리던 동일 목회자가 정확히 3일 후 회 칠을 벗겨내고 본인과 교단을 무덤으로 이끌어 내리는 호소 아닌 일갈을 들어 보자.

"명성교회가 안되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이가 누굴까. 목사들이다. (중략) 우리 교역자들도 노회에 들어가서, (교회가) 망하면 괜찮은데 성장시키면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손들고 돌아오는 분이 한두 분이 아니다. 목사가 목사를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목사가 기본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큰 교회가 바로 서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번에 보니까 완전히 강도다. 목사라는 강도는 더 나쁜 강도다" ( 뉴스엔조이 9월 29일자 보도 중 일부 인용)

이제 무덤으로 서서히 내려가는 한국 교단들의 교기예보이다.
“ 교단별로 교인 수가 정점일 때와 가장 최근인 2018년 현황을 비교해 보면, 총 128만 2947명(16.2%)이 감소했다. 인원수로는 예장합동(33만 8107명), 예장통합(29만 8084명), 감리회(29만 8074명), 비율로는 기성(26.5%), 기장(25.7%)순이었다.

지난해는 기장을 제외한 교단 6곳이 모두 마이너스성장이었다. 지난해까지 감리회는 9년 연속, 예장합동은 6년 연속, 예장통합은 4년 연속 교인 수가 감소했다. 올해 959명이 증가했던 기장도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 연속 감소했다.“ ( 뉴스엔조이 10월 7일자 보도 일부 인용)

2015년 말 경에 후임자를 선정하지 않고 은퇴하며 회 칠하기 시작한 노욕의 서주곡은 이제 2019년에 정점을 찍었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추종세력들의 충성 경쟁으로 인해 저들의 회심은 그야말로 언감생심(焉敢生心), 한국교회를 서로 경쟁하며 가일층 무덤으로 밀어 넣는 중이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한국 교계의 영적 겨울이 점점 심화되어 이제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의 피부에 느끼게 됨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겨울을 견뎌낼 수 있는 영적 처방은 무엇일까?

처방은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며 우리 자신들의 영적 현주소를 정확히 깨닫는 것이리라. 비록 우리들의 직분이 목사, 장로, 권사, 집사일찌라도, 우리 모두는 간음했던 여인에게 들었던 돌을 내리고 부끄럽게 퇴장하는 영적 바리새인임을 항상 기억하자. 우리 역시도 저런 노욕과 권세가 있다면 회 칠한 노욕이 순식간에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아 스스로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자.

이제 우리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며 조용히 기도하고 싶다.
“ 성령 하나님이여 저희들을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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