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성과 좀비
기독교 영성과 좀비
  • 이재근
  • 승인 2019.10.30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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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목사 영상 칼럼 [오픈마인드]

신학대학 1학년 때였지요. 교리를 가르치는 교수님께 여쭈었습니다. 영적인 게 도대체 무엇이냐고요? 살짝 웃으시던 선생님은 제게 ‘자네가 한번 알아보지 그래’라고 오히려 과제를 내어 주셨습니다. 여러분, 영적이란 말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기독교 신앙에서 영적이란 말은 성령에서 비롯됩니다. 그분의 하시는 일과 연관되는데요. 성령은 크게 3가지 일을 하십니다.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가 말씀을 깨닫고 이해하게 하시고, 나아가 거듭난 새로운 영을 우리 인격 속에 창조하십니다.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기에, 영적이란 말은 오히려 육체와 영혼, 물질과 초월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혹시 누가 자기는 너무나 영적이라서 몸과 물질세계에는 전혀 관심 없고 오로지 보이지 않는 저세상에만 관심 있다 한다면, 온전히 영적이라 할 수 없겠고요. 

또한 영적인 사람은 오직 말씀을 읽고 생각하고 깨달아 주님과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괜스레 밤새 성경 한줄 안 읽고 직통으로 계시를 깨달았다는 이는 역사상 수두룩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아니었음도 드러났었지요. 영적이고 싶으시죠? 그렇다면 우리 손에 주어진 구체적인 말씀을 온전히 깨닫고, 인격적인 변화, 삶의 방식의 변화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세요. 가장 영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로마서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1-2) 

영적인 사람은 정신이 아니라 몸으로 하나님께 제물 됩니다. 이 말은 곧 모든 인격을 말하지요. 영적인 사람은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이루고, 그분의 온전하신 뜻을 분별합니다. 어떻게요?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기록된 말씀인 성경을 읽고 깨닫고 이해함을 통해서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독교 신앙의 오랜 뿌리인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 faith seeking understanding을 기억하면서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영적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문득 2016년 개봉된 부산행이란 영화를 떠올려 봅니다. 442킬로미터, 한반도에서 단 하나의 안전도시 부산을 향한 여정을 한국형 좀비 무비로 탄생시키며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던 영화입니다. 부산행은 마요미로 부리는 대세 배우 마동석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한국형 좀비 블럭버스터의 성공이란 점에서 영화 마니아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듯한데요. 덕분에 올해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직접 제작 배급된 킹덤이란 시리즈물 역시 성공한 건 아닌가 싶고요. 

미국 유학 후 처음 접하게 된 좀비 장르는 당혹스러웠습니다. 5천억 수익을 올린 “World War Z”(2013)와 “Walking Dead” 같은 TV 시리즈물을 보며, ‘좀비…이건 뭐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는데요. 

1819년 옥스포드 사전에 처음 등재되었다는 ‘좀비’ Zombie는 1929년 윌리엄 시부룩 William B. Seabrook의 “마법의 섬” The Magic Island:VooDoo 이란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미국에 소개 되었습니다. 죽은 영혼을 불러와 사람을 조정한다는 아이티 부두교 이야기는 20세기 초 미국 사회에 Zombie culture를 형성하며 1932년 White Zombie라는 독립영화의 성공까지 이뤄냈는데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영혼 없이 생각을 멈춘 존재이지만 어느새 백 년을 살아낸 좀비들에게 경의를 표할 것 까진 아니더라도, 한 번쯤 좀비들의 모습을 잘 살펴보는 것이 부산행을 비롯해 좀비관련 작품들에 대한 매너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좀비 관련 문화 평론가들의 글들이 주로 인간사회와 좀비간의 유사성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오로지 타인의 인육에만 몰두하는, 유일한 도구라곤 이빨밖에 없는 이들, 어둠 속에선 보지 못하고 그저 이리저리 헤매는 존재들에게서 ‘생각하는 인간’ Homo sapiens이라 불리며 과학기술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죠. 오직 치열한 경쟁과 먹고사는 일, 돈과 성공에 점점 영적이지 못한, 생각 없는 존재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 

영적이고 싶으신가요? 뜬금없는 직통 계시를 말하고 타인을 향해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기보다, 더더욱 말씀을 읽고 깨닫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급박히 돌아가는 세상일수록 더욱 생각하는 영혼이 되고자 한다면 말이죠. 이상, 오늘의 오픈 마인드입니다.

[이재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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