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자의 삶, 그 명(明)과 암(暗)
은퇴 목회자의 삶, 그 명(明)과 암(暗)
  • Michael Oh
  • 승인 2019.11.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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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M=마이클 오 기자] 평생 교회와 사역에 헌신해 온 이들의 은퇴 후 삶은 어떨까? [라이프웨이] 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은퇴 목회자와 사역자 및 선교사는 퇴임 후 자신의 삶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은퇴 목회자 대체로 만족하고 낙관적, 하지만 개선도 필요해”라는 제목의 이번 조사연구는 지난 10월 23일에 발표되었다. 은퇴했거나 퇴임 과정에 있는 2,451명의 목회자와 사역자 그리고 선교사를 대상으로 은퇴 후 삶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그 결과를 분석했다.

라이프웨이 은퇴 목회 사역자 만족도 조사
라이프웨이 은퇴 목회 사역자 만족도 조사

 

높은 만족도, 하지만...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말에 응답자 86%는 ‘대체로 만족한다’라고 했으며, 이 중 76%는 ‘매우 좋다’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높은 만족도는 대체로 이전 사역에 대한 평가, 현재 재정 상황, 건강, 인간관계 등에 대한 만족도와 비례한다.

이전에 사역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92%는 ‘만족’하며, 이 중 59%는 ‘매우 만족한다’라고 대답했다. 이전 사역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도, ‘감사’(79%), ‘사랑’(59%), ‘자랑스러움’(53%), ‘보람’(52%) 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일부는 ‘실망’(16%), ‘단절’(16%), ‘배신’(8%), ‘상처’(2%)가 있다고도 했다.

재정, 건강, 영적 상태, 인간관계 등을 포함한 현재 삶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대해서 74%의 응답자는 ‘거의 이상적이다’고 대답했다.

안정적 재정 상황, 위험 요소도 존재

재정 상황에 대한 질문에 76%는 ‘안정적’이라고 대답했으며, 이 중 31%는 ‘매우 자신 있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7%)는 ‘가족의 재정 안정성에 대해 걱정할 때가 종종 있다’라고도 했다. 특별히 자신이나 배우자의 건강 문제로 인해 상당한 재정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27% 있었다.

조사 대상자의 55%는 $60,000 이하의 소득자이며, 36%는 $100,000 이하의 은퇴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들 대부분(94%)은 사회 보장 연금 수령자이며, 직장 연금을 수령하는 이도 절반 이상(59%)이었다.

은퇴 목회자 및 사역자 절반 이상(59%)이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주택 융자(37%), 자동차 융자(27%), 신용 카드(20%) 등이 주된 원인이다. 이들 중 15%는 $30,000 이상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4%는 $100,000 이상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응답자 58%는 재정 보조가 있다면 은퇴 생활이 좀 더 나아질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 외에도 은퇴 자금 운용에 대한 도움(22%), 은퇴 후 직장을 찾는 일(17%)이나 현재 보유한 자산을 관리(16%)하는 데 조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라이프웨이] 연구소장 스캇 맥코넬은 “대부분의 은퇴 목회자와 사역자가 재정에 별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지만, 이 중 4분의 1은 실제로 재정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건강 문제가 재정 문제로 연결되는 경우는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라고 지적했다.

건강은 대체로 양호, 도움은 필요

은퇴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건강하며 활동적(72%)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14%는 물리적 장애나 질병을 안고 있으며, 12%는 배우자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한편 우울증과 치매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응답자도 3%가 나왔으며, 배우자의 경우는 5%가 된다고 한다.

은퇴자의 41%는 건강에 관한 도움이 있다면 자신의 삶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들 중 25%는 건강 관리에 대한 지식, 21%는 건강 문제에 대한 재정 보조, 19%는 보조적인 건강 보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만한 인간관계, 외로움도 느껴

대부분 은퇴자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삶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이들 중 소수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혼한 은퇴자 중 93%는 자신의 배우자에게 매우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정기적으로 만나고 자신의 문제를 나누는 대상으로는 배우자(61%), 친한 친구(33%), 성경 공부 그룹(19%), 상담사(3%)로 나타났다. 하지만 26%가량의 응답자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대상이 없다고 했다.

한 달에 한번 이상 만나는 친구가 3명 이상이라고 밝힌 이는 69%, 10명 이상은 17%였다. 하지만 21%는 단지 한 두명만 정기적으로 만나며, 가족 이외에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도 10%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86%는 계속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으며, 68%는 교회에 절친한 친구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29%는 자신은 외로움을 느끼며 고립되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캇 맥코넬은 “은퇴는 종종 과거 친구와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새로운 친구를 계속 찾고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충고했다.

은퇴 준비

‘은퇴 후 삶에 적응에 준비가 되어있었느냐?’는 질문에 76%는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70%는 적응이 쉬웠다고 했다.

변화에 대한 준비 방법으로는 경험자와 상담(46%), 은퇴에 관한 서적과 글(42%), 목회 및 사역자 은퇴에 관한 수련회나 컨퍼런스 참석(26%) 등이 있었으며,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20% 있었다.

한편 응답자의 33%는 은퇴 후 삶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28%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한 39%는 은퇴 후 자신의 가치와 쓸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27%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은퇴를 맞이하는 사람에게 어떤 충고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답변이 있었다. 재정 준비 중요 (13%), 충분한 은퇴 준비(10%), 은퇴 후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8%), 변화에 준비되어 있을 것(7%), 자원봉사나 섬길 수 있는 기회 찾을 것(6%), 활동적인 자세(4%), 하나님 신뢰(4%), 기도(4%), 취미와 흥밋거리 개발(3%).

이번 연구를 함께 진행한 쉐퍼드 폴드 사역의 벤 훅은 “어떻게든 가만히 있는 것을 피하라!”라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아무리 작은 활동이라도 장기적인 웰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은퇴 목회자와 사역자는 오랜 기간 헌신을 했다. 그만큼 은퇴 후 자신의 웰빙에 대해서도 장기적 계획과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작은 것이라도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한다.”

한국 및 한인 교회 목회자의 은퇴

한국 및 미주 한인 교회 목회자의 은퇴는 미국 목회자의 경우와는 차이를 보인다.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의 과도한 전별금과 특혜 등의 이야기에 가려져 그 실상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현실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부분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준비하지 못하고, 저소득자를 위한 사회 보장 연금에 의지하거나 기초 소득 수급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흔한 실정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유재관 총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를 제외하고 많은 목회자가 은퇴한 뒤에 생계가 막막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은퇴 목사님을 만났어요. 그분이 그래도 목회를 잘하신 분이었는데, 저를 붙들고 울면서 하시는 말씀이 ‘누가 매달 5만 원씩만 줘도 너무 좋겠다’는 거예요.”

특별히 연금 제도가 없는 군소 교단이나 소형 교회의 목회자는 은퇴 후 더욱 막막한 현실을 맞이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교회의 상황으로 은퇴하는 목회자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하는 목회자도 평생 목회나 사역에만 전념하다가, 미처 자신의 노후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새로운 연금제도 청원안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새로운 연금제도 청원안

비교적 목회자 생활 보장 제도가 잘 갖춰진 교단도 전망이 밝지 않다.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2021년 목회자 은급 제도 변경 청원서에 따르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확정급여형 연금 제도를 철회하고 대신 확정기여형 연금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기존의 확정급여형 연금 제도는 은퇴 후 “평생 일정한 양의 연금을 보장하는 제도로서...목회자의 사례 차이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지급되며...수령 시부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약 2%가 증가”하는 혜택이 있다.

하지만 변경 청원에 들어간 확정기여형 연금 제도는 이러한 장점을 모두 제거한 제도다. 연합감리교회 은급의료 혜택부인 웨스패스는 앞으로 변경될 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다.

“목회자 개인이 기여한 확정기여형 연금으로 재투자를 하지만 그 손해와 이익에 대한 책임은 목회자 자신에게 있다. 또한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2%의 혜택도 잃게 된다. 그리고 확정기여형 연금 혜택을 받으며 오래 살게 된다면, 말 그대로 목회자 개인연금 계좌의 일정한 금액을 나누어서 받는 그 금액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웨스패스가 새로운 컴퍼스 계획에서 목회자들에게 더 많은 연금을 넣을 것을 권장하는 이유이다.

확정기여형 연금은 말 그대로 목회자 개인이 기여하는 개인연금이다. 확정기여형 연금의 안정성은 그 기여 단체인 연합감리교회의 안정적인 기반에 달렸지만, 이미 미국에서 교인 수를 잃어가고 문 닫는 교회가 많아지는 연합감리교회의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다.”

더불어 이러한 연금제도의 후퇴는 “동성애 문제로 논쟁이 계속되고 갈등이 심화된 연합감리교회의 현 상황과 2020년 총회 후의 교단의 불투명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교회와 목회자 개인, 모두 노력 필요

교회가 쇠퇴해 가는 시기에 은퇴하는 목회자의 노후는 더욱더 어두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대 상황에 무릎 꿇기 보다는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CBS 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한 은퇴 목사의 고백은 꼭 기억해볼 만한 내용이다. “내가 평생을 하나님 부름 앞에 바치고, 생명까지 내려놓고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는 38년 동안 개척 교회 3곳을 섬기다 은퇴했지만, 남은 것은 한 달 10만 원 보조비에 의지해야 하는 생활고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10년 전에는 사모를 병으로 잃고 고독한 삶을 감당하고 있다.

은퇴후 생활고를 토로하고 있는 은퇴 목회자 (유튜브 갈무리)
은퇴후 생활고를 토로하고 있는 은퇴 목회자 (유튜브 갈무리)

이렇게 평생을 바쳐온 목회자를 돌보는 일은 교회의 책임에 속할 것이다. 교회 유지도 중요하지만, 책임을 다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덕목이다.

목회자도 은퇴가 다가오기 전부터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재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은퇴 후 다가올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은퇴 후 삶은 단순히 재정적인 부분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특별히 건강 문제와 인간관계, 그리고 영적 사회적 활동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은퇴 후 삶을 준비하려면 분명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목회자에게 맡겨진 소명을 다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소명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남아있는 삶을 돌보는 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똑같이 소중한 일이다. 그 두 번째 소명, 은퇴 후 삶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교회와 목회자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https://lifewayresearch.com/2019/10/23/retired-pastors-satisfied-and-optimistic-but-see-room-for-improvement/

https://www.nocutnews.co.kr/news/4808341

https://www.resourceumc.org/ko/content/2020-clergy-retirement-plan-proposal-by-wespath

https://www.youtube.com/watch?v=fZESQgH7w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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