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너무 크면 법은 매우 작아 보인다
교회가 너무 크면 법은 매우 작아 보인다
  • 강태우 기자
  • 승인 2019.11.25 17:0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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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강태우 기자] 교단 헌법이 금지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담임목사직을 세습한 교회의 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116일 토요일 아침, 논란이 지속되는 명성교회를 방문해 교인들을 만났다.

교회 마당에는 청년들이 페스티발 준비로 분주했다. 한 청년에게 다가가 교회의 세습에 대한 대학·청년부의 의견을 물었다. 청년은 조심스럽게 김하나 후임 목사 청빙안이 74%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그 후 반대하던 청년들은 많이 떠났다. 남은 청년들은 대체로 세습을 지지하거나 아니면 썩 맘에 내키지는 않지만 결정된 사항을 순종하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교회법을 위반하며 세습한 것은 잘못 아닌가 묻자 더는 묻지 말라. 말하고 싶지 않다라며 자리를 피했다.

예장합동교단의 사랑의교회(좌), 예장통합교단의 명성교회(우)
예장합동교단의 사랑의교회(좌), 예장통합교단의 명성교회(우)

명성교회 부자 세습 논란이 시작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교회가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던 2017년 가을, 아이러니하게도 명성교회는 세습을 강행했다.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의 청빙안을 노회가 통과시켰고, 1112일 주일 예배에서 명성교회에 부임하는 위임 예식을 통해 세습했다.

이후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예장통합 총회, 교단 신학교의 학생들과 교수, 목사들은 세습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2년 넘게 치열한 논쟁과 법적 싸움을 해왔다.

20188월 총회 재판국은 세습이라는 용어는 실체도 없고, 철학적으로 형이상학적인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교회에 대해 불신감을 주는 표현으로 사용이 부적절하며, 명성교회는 적법한 절차인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로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을 노회에 청원하였으므로 그 청원은 타당하다라고 판결하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9월 열린 예장통합 103회 총회는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이 세습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이고, 이를 인정한 총회 재판국 판결도 무효이다. 따라서 명성교회 위임목사 사건에 대한 판결은 총회 헌법을 위반하였으므로 재심에 회부한다라고 결의하며 상황이 뒤집어졌다.

총회 결의에 대하여 김삼환 원로목사는 설교를 통해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을 반대하는 세력은 악한 세력으로 교인들이 일치단결하여 단호히 맞서야 한다라며 비난했다.

이런 세습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201985일 총회 재판국이 “2017년 서울동남노회 제73회 정기노회에서 행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안 승인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판결하며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장로들은 판결 후 명성교회는 노회와 총회와 협력 속에서 김하나 담임목사가 위임목사로서의 사역이 중단 없이 지속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판결에 불복했다.

지난 926일 열린 통합 104회 총회에서는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수습전권위)를 현장에서 구성했다. 수습전권위원회는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은 20211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되,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서울동남노회는 20171112일에 행한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는 내용을 담아서 안건을 상정했다. 이 안은 총대 1,204명 중 920명이 찬성(76.4%)하며 통과됐다.

결국 104회 총회는 부자 세습은 불법이라는 재판국의 판결을 뒤집고 오히려 세습을 용인하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김삼환 은퇴 목사는 927일 구역장 교육 시간에, "판결한 놈들 다 나쁜 놈들. 명성교회가 안 되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이가 누굴까. 목사들이다. 이번에 보니까 완전히 강도다. 목사라는 강도는 더 나쁜 강도다"라며 세습이 불법이라고 판결하거나 반대하는 목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명성교회도 109, 당회를 열어 유경종 목사가 임시당회장으로 파송됐다며 김삼환 원로 목사를 대리 당회장으로, 김하나 목사를 설교 목사로 세우기로 결의하며 수습전권위의 명성교회 부자 세습 수습안을 무시했다. 이런 당회 결의는 서울동남노회가 가을 정기노회에서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를 노회장으로 세운 뒤, 김수원 노회장 체제에서 임시당회장을 파송해야 한다는 총회의 수습안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에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명성교회가 사실상 수습안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수습전권위원회(위원장 채영남 목사)도 서울동남노회 최관섭 목사와 명성교회 이종순 장로, 비대위 측 김수원 목사(태봉교회)가 참석한 가운데 총회 수습안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1029일 열린 서울동남노회 제77회 정기회에서 총회 수습안과 수습전권위의 '합의안'도 받기로 결의하며 수습안 이행을 놓고 벌어진 갈등을 봉합하며 또 다른 파행은 피했다. 노회 결의에 따라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를 대리당회장으로, 김하나 목사를 설교목사로 세운 결의를 철회하기로 했다.

또 다른 초대형 교회인 합동 교단의 사랑의교회도 사회법인 대법원의 판결을 불복하며 논란이 되었다.

지난 10월 대법원은 황일근 전 서초구 의원 등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도로 점용 허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서초구의 도로 점용 허가 처분을 취소한다"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하며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하며 도로 지하를 점용한 것이 불법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그러나 판결 후 사랑의교회는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되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사항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행정적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다음날 교회 홈페이지에 참나리길 관련한 Q&A 게시판을 통해 원상회복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불복할 뜻을 보였다.

사랑의교회는 교회 건축물 일부가 도로 지하 일부를 점용하고 있는 부분을 원상회복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질문하고 법적으로 도로 점용 허가가 취소된다고 하여 반드시 원상회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는 구청과 협의하여 원상회복이 아닌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입니다라며 답했다.

대법원 판결을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의 기독교 공격의 결과로 돌리는 Q&A도 있었다.

교회는 교회 건축을 왜곡하고 편협한 주장을 내세운 이들은 누구인가?”라고 질문하고 처음 이 문제를 법적 쟁송으로 끌고 간 사람은 황일근이란 통합진보당 소속 서초구 구의원이었습니다. 황일근의 지원자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라는 특정 종교의 후원을 받는 단체로 이 단체는 기독교를 표적 삼아 미션스쿨에서의 종교 활동을 제약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는 단체라고 답했다.

그런데 사랑의교회가 대법원판결을 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오정현 목사 등이 제기한 위임 결의 무효 확인 등의 재상고를 심리불속행기각함으로써 오 목사의 위임 결의가 무효로 판단하고, 오 목사의 당회장 직무 집행의 금지를 명한 서울고등법원의 원심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그때도 사랑의교회는 종교 자유의 침해나 교단 자율성의 침해라며 판결에 즉각 반발했다.

사랑의교회 당회는 4월 입장문에서 대법원의 금일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회 사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주님의 교회는 세상이 흔들 수 없고, 흔들리지도 않습니다라며 불복을 표현했다.

교회법과 사회법을 무시하며 판결을 불복하는 교회에 대하여 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랑의교회 아무개 집사는 몇몇 성도들은 대법원 판결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담임목사에 대해 비난하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했다.

사랑의교회의 한 청년은 개인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고 교회가 정식으로 사과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교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몇 년 동안 다락방이나 소모임에서 가능하면 교회 현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터놓고 대화하지 못할 때가 많다라고 했다.

명성교회의 이 아무개 집사는 교회가 대놓고 교회 헌법을 무시하며 세습을 한 것은 큰 잘못이다. 그런데 교인들은 무서워서 잘못이라고 말을 못 한다. 명성교회는 다른 교회와 분위기가 다르다. 오랫동안 김삼환 목사가 하나님 인양 성도들을 세뇌해 왔다. 교회와 주의 종인 담임목사를 비판하면 벌을 받는다. 망한다 등의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많이 들어서 무서워한다라고 했다.

또 다른 집사는 “20년 이상 다녔다. 처음에 세습을 찬성했다. 개척해서 힘들게 교회를 세웠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PD 수첩을 보며 교회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마음이 바뀌었다. 대형 교회이고 유명한 목사님이라 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대형 교회라 약간 묻혀 가는 것과 유명한 교회에 다니면 나도 그것에 편승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자기 이야기만 하는 설교가 늘 힘들었다. 그리고 교인들이 담임목사에게 지나치게 굽실거리는 것도 불편했다. 그러나 목사님이 교회의 어른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니까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라고 했다.

명성교회의 김 아무개 권사는 교인들은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 모든 것을 알지만 평생 교회에 다녀서 헌신했지만 나이가 들어 갈 때도 없다며 그냥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나머지는 오로지 김부자를 찬양하는 사람들이다. 김삼환 목사가 두려워서 교회의 잘못에 대하여 말하기 힘들고 교회에서 왕따를 당하다 보니 그냥 조용히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했다.

교회법과 사회법을 무시하며 사회적으로도 지탄이 되는 대형 교회를 바라보는 신학자들과 기독교인 전문 법조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김덕수 교수(백석신학대학원)초대형 교회들은 문제가 생기면 총회법을 언급하지만 정작 자신은 총회 헌법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면 세상 법정에 호소하고 고발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패소하게 되면 세상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는 식으로 불복한다. 이것은 목회자들의 신학 결핍과 교황처럼 여기는 영적 교만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민규 교수(한국성서대학교)부와 권력에 중독된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는 웬만한 것은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고가 강하다. 이런 목사에게 국가법이나 교회법이나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용 대상일 뿐이다. 이들에게 자기반성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마디로 권력 중독자들이다라고 했다.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사무국장)대다수의 법조인은 명성교회가 교회법을 불복하는 것이나 사랑의교회가 사회법을 불복한 것에 대하여 어이없어한다. 특별히 교회의 대법원 판결 불복은 시민법에 대한 정면 도전하는 것으로 본다. 다만 두 교회 안에 있는 법조인들은 왜 교회가 세상법의 판단을 받느냐며 좀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교회가 교인을 상대로 47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과거 오 목사 이름으로 여러 교인을 고소한 것을 보면 말이 안 된다. 필요하면 가차 없이 성도를 사회법에 고소하며 불리하면 사회법을 무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라고 답했다.

오시영 변호사(전 숭실대 법대 학장)는 지난 1118일 평화나무 주최로 열린 한국교회 목회 세습에 대한 고찰 공청회에서 총회 헌법 규정을 무시한 104회 총회 결의에 의한 세습 수습안은 원천적 무효이며 총회 헌법 위반 및 재판 결과 불순종에 대한 사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호도는 부당하다. 총회장이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헌법을 위반할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지난 5월 기독교인 법률가들의 모임인 기독법률가회는 '사랑의교회는 법 위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하나님의 법은 세상의 법보다 거룩하고 강하나, 하나님의 법은 세상의 법을 그냥 무시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법을 추구하면서, 세상의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법도 존중하며 신실하게 대접해야 한다. 교회법을 무시하며 버티는 개별 교회의 오만은 우리를 경악케 하며 교회와 목사는 법 위에 있는 존재, 치외법권의 존재가 아니다라며 대형 교회의 초법적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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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섭 2019-11-30 21:12:48
몇 몇 교회때문에 주님의 교회들이 도맷금으로 욕을 먹는 현 사태가 너무 개탄스럽습니다. 오 주님 고치소서.

김기동 2019-11-28 11:05:56
너무 큰 역할들을 감당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도영 2019-11-28 10:36:27
교회가 교회다워지기를 바라며 아픈 마음으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