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협박 당하는 하나님
목사에게 협박 당하는 하나님
  • 진민용
  • 승인 2019.12.1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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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를 빙자한 전광훈 목사의 발언,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설교라는 이름으로 막말과 혐오, 욕설과 비방을 쏟아내던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공개된 자리에서 그것도 수많은 언론매체가 그를 주목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말은 수위는 높았고 수준은 낮았다.

그의 발언 대부분은 현 정부와 대통령을 향했고, 목사답게(?) 하나님의 대언자 노릇을 한다는 구실로 자기 발언의 근거에는 꼭 하나님 이름을 올렸다. 거기 모였던 많은 사람들도 그의 발언에 아멘으로 화답했다.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어쩌다 많은 군중들 앞에서 이런 저런 발언을 하고 수위 높은 농담을 하다보니 터져나온 우스갯소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는 과거에도 여자 성도에게 빤스를 내려보라고 해서 내리면 내 성도다라는 발언으로 지금까지 일명 빤스목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물론, 목사가 고상하고 아름다운 말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구약의 선지자들도 화를 내거나 분노하거나 저주를 퍼부은 사례도 많고, 모세는 지팡이를 내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발언의 기저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의도와 결이 같아야 한다. 하나님이 그 마음에 부어주시는 성령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신의 세력들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선지자의 포효와, 일부 극우세력들과 정치세력들을 등에 업고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권력을 쥐려는 종교의 야욕은 다르다. 전 목사의 행보는 누가 봐도 선동과 혐오, 파괴와 분열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정치적행태다.

그 발언이 파장을 낳자 그의 지지자들은 성명을 내고 이 나라가 빨갱이 국가가 되고 있는데, 누구 한 사람 앞장서지 않는 와중에 전 목사님이야 말로 자신을 희생하며 나라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전 목사가 자신을 희생해 욕받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전 목사도 지지자들 상태가 이러니 자신감을 갖는 모양이다.

전 목사의 이런 행보는 마치 1929년 독일 나치스(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선전부장이던 괴벨스를 떠올린다. 히틀러의 전쟁정책을 선전하고 군중동원에 앞장섰다가 1945년 연합군이 베블린을 함락하기 직전에 자살했다.

수많은 군중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전쟁의 광기를 심어주면서 히틀러의 수족 노릇을 했던 괴벨스와, 지금의 극우세력들과 소위 보수정당이라 자칭하는 자유한국당의 입노릇을 자처하며 구시대적인 색깔론을 덮어씌우는 전광훈 목사는 많이 닮았다. 전 목사가 괴벨스 보다 더 비판 받는 이유는 그의 발언이 단지 정치적이라서가 아니라, ‘설교라는 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교회에는 목사의 설교는 곧 하나님의 대언이라 믿는 것이 곧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목사는 설교를 조심해야 한다. 설교에 앞서서 반드시 이 말씀이 성경과 일치하는가, 이 내용은 하나님의 뜻과 동일한 것인가를 살피고 자칫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인 편향성이 설교에 묻어나는 것은 아닌지 살피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설교는 이미 설교가 아니다. 그런 말에는 아멘을 해서는 안 된다. 믿어야 할 것을 믿지 않으면 불신이고, 믿지 말아야 할 것을 믿는 것은 맹신이다. 둘 다 나쁘다.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하나님과의 만남은 얼마든지 스스로 성경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자기가 스스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목사가 전달 해주는 설교를 통해서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면 그는 성숙하지 못한 신앙인이다.

신약의 베뢰아 교인들은 사도들의 설교를 자신들 스스로 평가하고 성경에 비추어 판단해서 진리와 거짓을 구별해 낼 정도로 성숙했었다. 그런 교인들이 많을수록 전광훈과 같은 자들이 하나님의 교회를 어지럽히지 못한다.

전광훈과 같은 부류의 목사들이 좋아하는 교인들이 있다. 맹목적이고 추종적이며 감정적이고 성경에 대해서 스스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 중 어르신들이 많다. 그들은 과거에 소위 부흥사들의 입장난에 놀아난 경험이 있고, 그들의 쇼맨십에 열광했고, 그들이 던져주는 얄팍한 성경지식과 웃기는 예화 따위에 자신의 신앙을 의지했다. 기복적이며 열광적이고 맹목적인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뇌리에는 하나님은 그런 분이고 목사는 그 대언자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전광훈은 지난 830, 자신이 속했던 예장백석대신(총회장 이주훈) 교단으로부터 목사면직을 당했다. 자신이 속했던 교단으로부터 더 이상 목사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필자가 신앙생활 약 40년 하면서 목사들이 이런 판결에 수용하고 목회를 그만 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교단 탈퇴하고 다른 교단으로 가면 그만이니까.

지난 128일 록그룹 ‘U2’ 라는 밴드가 공연을 했다. 언론에 따르면 1976년 결성해 46년 만에 한국공연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까지 간 밴드의 리더 '보노'는 빈곤퇴치와 환경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들의 공연은 색깔이 분명했다. 인권, 평화, 평등, 빈곤퇴치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묵직한 울림이 있었고, 반대로 전쟁과 불신,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강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의 공연 영상을 인터넷으로 간략하게 봤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목사가 복음을 전하지 않으니 가수가 복음을 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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