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외면하면 교회 미래 어두워”
“노인을 외면하면 교회 미래 어두워”
  • Michael Oh
  • 승인 2019.12.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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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회와 단체, ‘시니어 마음건강 아카데미’ 열고 시니어세대 교회역할 고민

[뉴스M=마이클 오 기자] 성탄을 밝히는 불빛과 함께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교회 안팎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주위의 관심과 손길이 미치지 않는 노년층에게 이 시기는 더욱더 쓸쓸하고 힘겹게 다가온다. ‘시니어 마음건강 아카데미’는 이런 어르신을 초청하여 자칫 놓치기 쉬운 정신 건강 관리법을 나누고, 대화와 위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호산나 장로교회가 장소를 제공하고, 엘에이 카운티 정신 건강국과 SSG Silver(Special Service for Groups) 그리고 굿라이프 케어 리소스 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매달 한 번씩 노년의 정신 건강에 대한 12가지 주제를 가지고 일 년 동안 만난다.

세미나가 끝나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 식사도 제공한다. 지난 11월 13일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두 번째 모임이 진행되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시니어 마음건강 아카데미 포스터
시니어 마음건강 아카데미 포스터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교회 문을 열어준 호산나 장로교회 강성철 목사를 만나 미주 한인 교회 가운데 노년의 삶과 상황에 대해 들어 보았다. 호산나 장로교회는 엘에이 한인 타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노년층이 교인의 주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Q 미주 한인 교회 노년층의 삶과 상황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한다.

A “노년기에 접어든 교인은 대부분 은퇴 생활자다. 어느 하나 수월한 것 없는 팍팍한 이민 생활을 정신없이 헤쳐나오다, 갑자기 황혼기에 들어선 분들이다. 대부분은 은퇴와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 다양하게 찾아오는 문제에 대해 취약한 분들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이 겪는 문제는 대개 복합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서로 뒤섞인 난관 가운데 큰 위기를 맞기도 한다.

무엇보다 홀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 때문에 많은 문제를 겪는다. 가족과 함께 살기를 원하지만, 자녀들은 독립하여 떠났고, 배우자 없이 홀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양로 병원이나 노인 보호 시설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회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들은 건강 및 질병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홀로 사는 분들이 시의적절한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히 정신 건강과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 극심한 외로움이나 정신적 상처 등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겪는다. 치매 또한 치명적인 어려움을 만들어 낸다. 강박증이나 망상 등으로 인해 행동 장애를 겪거나 다양한 관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처음 출석하신 분이 매주 교회 기물이나 음식을 숨겨가거나, 심어지 노상 방뇨로 소동을 일으킨 적도 있다. 대부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 문제와 상처로 벌어지는 일이다.

외로움 또한 극복하기 힘든 문제다. 비교적 저렴하고 시설이 괜찮은 노인 아파트에 거주했던 분들도 외로움 때문에 민박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기껏해야 한끼 식사가 제공되거나 아예 방만 렌트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민박을 선택한다.

처지가 비슷한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룸메이트를 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은퇴 후 갑자기 찾아온 외로움에 준비가 되지 않아 당황스러워하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다.

재정 문제도 노년을 괴롭히는 주된 문제 중의 하나이다. 더는 노동할 여력이 없는 상황 가운데 필요한 재정이 없어 생활고를 겪는다.”

시니어 마음건강 아카데미
시니어 마음건강 아카데미

Q 노년층에게 교회는 어떤 장소인가? 교회는 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A "외로움에 허기진 어르신에게 교회는 중요한 안식처다. 영적인 가르침도 얻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교제하고 즐거움을 누린다.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 만나 서로 위로와 용기를 나누기도 한다.

교회 예배나 행사에서 제공하는 식사 또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홀로 살거나 민박을 하는 어르신에게 음식 준비는 힘든 일상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에게 화려하지는 않아도 정성이 담긴 한국 음식을 대하는 것은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된다.

노년의 정신 건강 문제에서도 교회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고립된 삶을 사는 분들이 겪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거나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위기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마음 건강 교실이 한 예가 될 것이다. 예배 후 노년에 계신 분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노년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나누기도 하지만, 당장 겪고 있는 문제나 고민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방법을 찾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교회는 노년에 계신 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에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 마음건강 아카데미도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개 교회가 자체적으로 노년층을 도울 수도 있겠지만, 주위에 여러 단체와 힘을 합치면 더욱 효과적인 노력을 할 수 있다.”

Q 노년층을 바라보는 교회 일반의 시각을 평가한다면?

A “노인은 누가 소외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기 쉽다. 이런 노년층이 속한 교회 현실을 보면 우려스러울 때가 많다. 수많은 목회자와 교회가 여전히 성공 신화를 좇고, 양적 팽창과 화려한 겉모습에 마음을 빼앗끼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 교회도 예외라고 할 수 없다. 이들에게 외롭고 연약한 노년층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노년층 교인을 향한 의지가 있는 교회도 제대로 된 관심과 준비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대개 노년층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은 세심한 관심과 배려 없이는 발견조차 할 수 없다. 특별히 노년기에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우울증, 집착과 트라우마, 불안 장애 등의 정신적인 문제는 파괴적인 영향력에 비해 잘 드러나지도 않고 치료도 어렵다. 하지만 이런 문제 앞에 수많은 교회는 귀신 역사나 영적 문제 등을 운운하는 무지한 접근을 하다가 상황만 악화시킨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던 노년층도 교회에 갈등이 생기면 갑자기 관심을 받는다. 갈등 가운데 있는 이들을 지지해줄 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숫자로서만 존재를 인정받는 순간이다.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노년의 교인들은 좀처럼 교회를 향해 불평하거나 떠나지 않는다. 이들에게 이런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냐고 물어보면, 그들의 대답이 더 서글프게 만든다. '어디를 가나 똑같다'는 것이다.”

호산나장로교회 강성철 목사
호산나장로교회 강성철 목사

Q 교회 내 노년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A “노년의 삶을 사는 이들은 분명 수많은 어려움과 문제를 안고 있으며,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무용지물이 아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이들은 혹독한 역사의 비바람을 뚫고 살아왔다. 우리 삶과 교회는 이들의 인생 전체를 던져 만든 길 위에 서 있으며, 그 헌신 없이는 우리의 오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우리가 서 있는 오늘을 만들어낸 저력과 지혜를 볼 필요가 있다. 노년층이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힘과 총명함은 없을지라도, 그 대신 모진 세월을 견뎌오며 얻은 저력과 지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와 공동체를 향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이런 미덕은 정확히 그들이 지내온 시간만큼 쌓인 것이며, 다른 세대로서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지혜와 저력 그리고 사랑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배우고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시각으로 노년층을 바라본다면, 그들은 결코 연약하거나 일방적으로 도움만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존재 없이 우리의 오늘이 없듯이, 다가오는 내일도 상상할 수 없다. 기껏해야 반쪽짜리 미래가 될 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노년을 잊은 교회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교인에게 2020년부터는 노인을 부를 때 시니어(senior) 대신 세이지(sage)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시니어는 연장자, 그냥 ‘나이 드신 분’이라는 뜻의 존칭이다. 하지만 세이지는 ‘지혜 있는 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 유대인 심리학자가 지적한 부분을 나름대로 실천해보고자 한 것이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노년에 계신 분들도 스스로를 그저 시들듯 늙어버린 시니어로 여기기보다,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지혜를 간직하고 또 나눠주어야 할 소명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면 좋겠다. 

이렇듯 각자가 서로를 존귀한 존재로 배려하고 존중할 때, 좀 더 교회다운 교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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