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하원 통과에 '복음주의' 지지층 등 돌리나
트럼프 탄핵 하원 통과에 '복음주의' 지지층 등 돌리나
  • 진민용 기자
  • 승인 2019.12.2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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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복음주의 잡지, "트럼프 탄핵해야" 사설 눈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크리스처니티 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크리스처니티 투데이)

[뉴스M=진민용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잡지인 '크리스처니티 투데이'가 마크 갈리 편집자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마크 갈리 편집자는 사설에서 "본지는 정치적 신념이 다른 기독교인들이 자기 주장을 펴고, 신념에 따라 정의를 추구하도록 격려하며, 가능하면 정치적인 문제가 홈페이지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며 "하지만, 우리는 때로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분명히 할 필요를 느낀다" 고 사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정적 중 한 명을 괴롭히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려 했고, 이는 심히 부도덕한 일" 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충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이 대통령이 그의 행정부의 도덕 관념에 대해 하향 평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설 마지막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복음주의자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로 끝냈다. 

"그의 부도덕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고 있는 많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누구를 섬기는지 기억하라. 당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당성이 당신의 주와 구세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라. 정치적 편법을 명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부도덕한 언행을 계속 털어버리면 믿지 못할 세계가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해 보라. 만약 우리가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의와 정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있을까?" 이같은 잡지 사설은 그동안 미국내 트럼프 지지층으로 알려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즐겨보는 잡지라는 점에서 이번 주장은 파장을 낳고 있다.

아버지가 만든 잡지, 아들이 비판하는 형국  

이 사설은 보도 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대표적인 복음주의자로 알려진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잡지에 대해 "좌파의 정치적 어젠다를 위해 사용돼 왔다. 왼쪽으로 옮겨가 복음주의의 엘리트 자유주의 편을 대변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잡지가 프랭클린 그레이엄의 아버지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956년에 창간했다는 것. 아버지가 만든 잡지를 아들이 비판하는 모양이 될 정도로 이번 사설은 그동안 트럼프 지지층에 충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제리 팰월 복음주의자유대학 총장도 트위터에서 "2016년 대선 때 20%에도 못 미치는 복음주의자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 잡지가 이들의 일부라는 의심을 지워버렸다"며 "크리스처니티 투데이가 마스크를 벗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발끈했다. 그는 트윗을 통해 이 잡지가 '극좌파'라고 규정한 뒤 "종교와 총기를 가져가길 희망하는 급진 좌파 무신론자를 더 갖고 싶어한다"며 "어떤 대통령도 복음주의 공동체에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탄핵, CNN은 행복해 ? 

트럼프 탄핵이 하원에서 통과 되면서 그동안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여러 언론들은 일제히 탄핵을 지지하는 보도를 내놨다. 대표적으로 CNN 방송은 법률분석가 제프리 투빈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탄핵당한 이유는 하나다. 그는 마땅히 탄핵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CNN은 또 정치분석가 존 애브론의 말을 인용하면서 "트럼프가 외국의 권력자에게 자신의 정적을 조사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심각한 권력 남용" 이라며 "이러한 사실을 묵인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에 재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터]도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과 인터뷰에서 "지난 수요일 도날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세번째로 하원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됐다. 그가 남길 영원히 유산이 된 것이다… 역사책에 치욕이라는 방점이 그의 이름 옆에 찍힐것이다. 그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그는 헌법을 처음 만들었던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전형적인 인물이다. 바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나라의 법과 기관을 짓밟아 버릴 양심과 도덕이 없는 대통령이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트럼프의 탄핵을 예수의 박해와 연결짓는 칼럼도 있었다. 
복음주의 잡지인 [소저너스] 창간인 짐 왈레스는 "현재 겪고 있는 헌법적 위기는 정치 영역을 넘어 우리 삶의 도덕과 신앙의 근간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위기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의 재임 기간 내내 지속되어왔다" 며 "이 위기가 사도행전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직면했던 위기와 동일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잡지 칼럼니스트 브라이언 카일로는 '헤롯왕 탄핵하기' 라는 제목의 글에서 "새로운 왕의 소식을 전해들은 헤롯왕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저지르는 폭력과 살인, 그리고 사그라들지 않는 내면의 불안을 풀어낸 이야기" 라며 "권력에의 불안과 욕망에 휩쌓인 헤롯의 악행과 몰락을 통해 트럼프를 비판하고, 아기 예수의 탄생과 교차되는 헤롯왕의 죽음을 통해 트럼프 탄핵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찬반여론 팽팽, 지지자들은 오히려 똘똘뭉쳐...소액후원 '급등' 

트럼프 탄핵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인식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탄핵찬성'이 '반대'보다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매체 [FiveThirtyEight]가 지난 20일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탄핵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약 47.1%가 탄핵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정당별 차이는 극명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83%가 지지하는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9.6%만 지지한다고 밝혔고, 중도층은 42.4%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트럼프를 탄핵하기로 가결한 하원의 결정에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52.3%가 '지지한다' 고 응답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42.0%를 10%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82.2%가 지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11.1% 만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9일과 20일 조사한 설문에는 미국인 52%가 찬성하고 43%는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자별 여론흐름도 (FiveThirtyEight)
지지정당별 여론흐름도 (FiveThirtyEight)

한편 [AP]는 지난 9월 탄핵조사 시작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의 후원금 모금, 자원봉사자, 유세 참석자가 증가했으며, 트럼프 재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지난해 중간선거 때 투표하지 않은 880만명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는 데 탄핵 국면이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트럼프 재선 캠프는 48시간 만에 소액 기부금으로 1천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밝히는가 하면, 탄핵이 경합주에서는 인기가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하기도 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에도 60만명의 새로운 후원자가 생겼다고 한다. 브래드 파스칼 선거대책본부장은 "탄핵이 지지층에 불을 붙여 그들이 분노하고 화가 나 있다"며 "민주당은 지지층 저변에 있던 불꽃을 점화시켰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국면을 워싱턴 정치의 부조리에 희생당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면 2016년 대선 때처럼 기성정치의 이단아 내지 반란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탄핵이 하원을 통과한 것은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는 1868년 앤드루 존슨(하원 통과, 상원 1표차 부결), 1974년 리처드 닉슨(하원 탄핵 표결 전 사퇴), 1998년 빌 클린튼(하원 통과, 상원 부결)에 이어 네 번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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