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살하면 지옥 가나요?
[기자수첩] 자살하면 지옥 가나요?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1.08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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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징후를 포착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최진실, 이은주 두 배우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사회는 배우들을 향한 악플에 관심을 가졌지만, 기독교 내에서는 때 아닌 '자살'과 '구원' 이라는 논쟁에 휘말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들이 평소 누구보다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 모습이 방송에 비쳤기 때문입니다.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 계열의 일부 교회에서는 이들의 죽음이 '자살'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구원과 멀어졌고, 결국 지옥으로 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고, 반대로 진보적인 교파 계열의 교회에서는 '자살' 이라는 죽음의 방법만으로 인간의 구원과 그 주최자인 하나님의 선택을 함부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습니다. 

'자살' 이라는 동일한 결과를 두고 교회는 자신이 믿는 바, 신앙의 성향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기에 당시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었습니다. 최근 미국내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Korean Clergy Roundtable)이 LA 카운티 정신건강국(LACDMH)과 협력해 한인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정신건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관련기사 [심각해지는 한인 정신건강문제, 성직자&전문가 공동대응 방안 찾아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93

기사에 따르면 이 모임을 꾸준히 참석해 온 김효철 목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목회와 사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며 “실제 목회 현장에서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를 접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도움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에 나오면서 필요한 도움과 훈련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주변에 이런 도움과 자원이 많이 있었다는데 놀랐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기독교인의 자살이 일반인에 비해 큰 충격을 주는 이유는 그가 믿었던 하나님의 존재가 삶과 죽음을 주관하는 창조주기 때문입니다. 불신자들은 자신들의 존재와 그 목적을 '우연'에 근거합니다. 우주도 우연히 생겼고, 생명도 우연히 생긴 것이기 때문에 죽음도 어떤 방법이든 같은 것이라고 보는 시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신앙인은 생명의 근거를 '창조와 섭리'에 두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더이상 우연의 산물이 아닌, 철저히 계획되고 계산된 존재며 내 삶 자체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삶의 책임과 무게를 지닌 존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서 자신을 태어나게 했던 하나님을 배신하고 그 분의 섭리를 발로 차버리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 쉽게 용납되지 않는 겁니다. 

앞에 언급한 '클러지 라운드테이블' 모임이 무게를 두는 자살의 원인은 '정신적인 문제' 라고 봅니다. 일반적인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자살의 원인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신앙의 문제로 끌고 들어가지 말고 우선 한 걸음 멈춰서서 '정신적'인 면을 들여다 보면 해결책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내 자살은 개인 문제가 아닌, 구성원 삶을 돌아보지 못한 공동체 문제" 

김기현 목사 저 '자살은 죄인가요' 표지사진
김기현 목사 저 '자살은 죄인가요' 표지사진

 

기독교인의 자살과 관련한 저서 한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부산 로고스 서원 대표 김기현 목사의 [자살은 죄인가요?-조이출판부,2010] 에서 저자는 자살문제를 성서적이고 신학적인 바른 이해를 갖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율법학자가 '이웃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면, 예수님은 '누가 네 이웃이냐를 묻습니다. 율법학자는 이웃에 대한 사변적인 논의에 골몰하였지만,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는 실천적 행동에 몰두하였습니다. 자살에 관한 문제도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도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 자살한 이들의 가족을 어떻게 도울지를 논의해야 합니다"(98쪽)

또 저자는 이 책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제와 관심과 관련해서 크게 세 가지를 제안할까 합니다. 우선,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가 시급합니다. 잘못된 신관과 인생관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의 원인 중 가치의 혼동에 따르면 아노미 자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올바른 신학과 신앙의 정립도 절실합니다.(중략) 둘째, 개인이 노력해야 합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하느냐며 억울해 합니다만, 삶의 진실과 현실에 대한 착각입니다.(중략) 출구가 없다고 지레 낙담하고 미래에 대해 비관하고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고통스러울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반드시 고통이 지나고 새 날이 올 것입니다."

'생명'이 무슨 뜻일까요 

이 글 제목에서 "자살하면 지옥 가나요?" 에 대한 대답은 'YES'와 'NO'로 나눠질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그 생명을 허락 받았다면 자신이 스스로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자에 '생명'의 뜻이 그래서 의미가 깊습니다. 生(날 생), 命(목숨 명)의 뜻에서 '命'은 '목숨'이라는 뜻도 있지만 '명령' 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 학자들은 '생명'을 "조물주가 모든 만물을 만들어 놓고 '살아라' 는 명령을 내린 것" 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찮은 미생물 조차도 하나님이 '살아가라' 는 명령을 내렸다면, 그 어떤 생명도 타인이 마음대로 없애거나 죽이거나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결국 나 자신의 생명 조차도 나에게 내려진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 있을 것입니다. 

'자살'이 천국과 지옥을 나눌지 어떨지는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생명도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자살의 징후를 찾아내는 눈, 그런 눈으로 가족을, 교회를, 사회를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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