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개척을 요구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목사에게 개척을 요구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1.23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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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돈 교수, "신학교 지원자 감소현상은 필연적으로 교회의 변화를 가져올 것 "

 

전국신학대학협의회(회장 이정숙)가 지난해 11월 '인구변동시대의 신학교육 방향과 과제' 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서울장신대에서 열린 컨퍼런스는 발제자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와 방연상 교수(연세대)가 나섰다. 조 교수는 '인구변동 시대, 기독교의 역할과 신학교육의 과제' 를 주제로 발표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뉴스M]은 조 교수를 직접 만나 최근 신학대학들이 겪고 있는 운영난과 학생수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뉴스M=진민용 기자]  

조성돈 실천신학대학 교수 (뉴스M 데이터베이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 교수 (뉴스M 데이터베이스)

문. 지금을 신학대학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목사후보생들의 지원이 줄고 있는데 대한 진단은? 

답. 이런 현상은 오히려 늦게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총회를 보면 그 현상을 알 수 있는데, 현재 한국교회 교인수와 목사의 수는 왜곡됐습니다 즉, 교인들의 필요와 무관하게 목사들이 배출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목사들의 필요에 의해서 교회가 만들어지는 결과인데, 교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목회자가 너무 많이 태어난다는 겁니다.  

문. 이런 현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답. 영국교회가 그 결과를 잘 보여줍니다. 영남신학대 김승우 박사는 이런 현상을 'EMPTY SHELL' (빈 껍대기 현상) 이라고 했습니다. 목회자의 필요에 의한 교회 개척이 교회성장의 시대에는 맞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목회자의 배출만으로 그 의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무임목사가 늘고 사례비도 못 받는 목사도 늘었습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약 80%가 미자립교횝니다. 사례비가 부족한 상황에 놓인 목회자들은 건전하지 못한 유혹에 빠지기 쉽고, 결국 교회마저도 목사들의 서바이벌 시대가 되는 겁니다. 

문. 신학대학들의 목사지망생들 숫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어쩌면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것 아닌가요.

답. 잘 알다시피 전국 신학교들의 대부분은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습니다. 학부는 오래전에 시작됐고, 서울의 신대원들도 대다수 미달이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인 장로교단인 합동 총신대나 감신대가 얼마 전부터 학부와 신대원이 모두 미달사태를 겪고있습니다. 또 이런 미달사태는 목회자의 권위를 하락하게 만들고, 목회자가 되려는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게 될 겁니다. 

문. 목회자가 되려는 마음이 사라진다면 현재 목사후보생들이 겪는 자존감의 저하현상도 있겠군요. 

답. 가장 큰 문제는 세속화 겠지요. 현실적으로 목사로서 생계유지가 불가능해지면서 다양한 탈선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 결국 세속화가 되면서 목사들의 비행이 뉴스에 등장하는 등 지금의 목사들을 보면서 거룩한 성직자라는 생각은 들지않을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신대원 재학생들의 자퇴율도 높아졌습니다. 

문. 더 이상 소명이나 사명으로서의 목회자를 생각할 수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답. 소명이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에게 현재 주어진 사명을 다해가는 것인데, 지금은 '목사'가 소명이 아닌 하나의 직업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건을 따져야 하고 미래가 불투명 하다고 판단하면 곧 중도에 그만둡니다.  제 생각으로는 현재 교회들이 제공하는 각종 '조건'들이 젊은 목회자들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때까지는 이런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문. 교수님은 최근 '인구변동'과 '4차산업' 등으로 인한 신학교육의 변화를 주장하셨는데, 이런 현상에 대한 대처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 전체 교육시장에서 노인시장(60대 이상)은 청년들의 두 배가 넘습니다. 노인을 위한 '교육시스템'과 '교육프로그램'은 그 내용변화가 다릅니다. 수준 높은 교육의 욕구가 필요합니다. 과거에 노인교육은 단순한 취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노인들도 수준 높은 교육을 원합니다. 반면에 대학들은 이런 변화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신학교육이 해야 할 분야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성경대학 수준을 넘는 노인들을 위한 수준 높은 교육이 필요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이 모집하는 다양한 신학과정, 향후 이같은 병행신학과정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이 모집하는 다양한 신학과정, 향후 이같은 병행신학과정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문. 결국 신학대학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답. 앞으로는 신학대학들이 설립의 목적을 달리 생각해야 할 겁니다. 기존 목회자 양성기관이라는 목적을 뛰어넘어서 한국교회를 위한 신학적 지원기관이나, 일반인들에게도 열려 있는 기관으로 바꿔야 합니다. 교수들의 연구기관과 동시에 평생교육의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특히 각자 교단신학의 틀을 벗어야 합니다. 이제는 신학교 각각의 서바이벌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문. 신학대학과 함께 한국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평가를 해 주신다면. 

답. 목사들이 기존에 가졌던 프레임을 바꿔야 합니다. 교회개척과 부흥이라는 생각을 과감히 버려야 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목회의 페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총회도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총회마다 감소인원에 대한 보고는 있는데, 그에 대한 논의는 없습니다. 세습이나 동성애 등의 이슈를 꺼내면서 스스로 고립시킵니다. 사회와 더 소통하기 보다는 스스로 폐쇄적인 집단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보다 사회를 끌어안는 포용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목회자들의 생계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중직을 허용해야 합니다. 더이상 교회목회에 전념할 수있는 목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갈수록 줄어들 겁니다. 이미 교인들의 연령이 고령화 되면서 그들의 헌금에 의존하고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예배당이라는 자체 물리적 공간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예배를 다양화 하고 공간을 초월해서 목회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목회하는 일이 한국에서도 더이상 낮설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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