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나님 심판론'
재해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나님 심판론'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2.01 0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안감 조장하며 신의 능력 과시하려는 근본주의자들, 그 결과는?

 

기독교커뮤니티에 확산되는 공포심 조장과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노컷뉴스)
기독교커뮤니티에 확산되는 공포심 조장과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노컷뉴스)

"우한페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는 애굽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손길같은 느낌이든다. 중국의 시진핑이 기독교를 탄압하고 교회를 파괴하고 중국내 많은 선교사들을 추방내지 자진 추방시키면서 대대적인 기독교를 탄압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중국 공산당을 위한 성경을 다시 쓴다고 하니 시진핑의 교만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쳐오르는 것을 볼때 우한폐렴은 애굽읠 향하여 하나님의 손을 대시는 하나님의 심판인 성격이 짙다." (daum카페/아이디 **목회) 

최근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같은 중국인 혐오와 바이러스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게시물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게시물은 주로 목회자들의 설교를 링크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링크하고, 교회에서 목사들에 의한 무분별한 발언들이 아무 검증도 없이 퍼지면서 우려를 낳는다. 

특히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는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국내 주요 언론사에서도 기사화 되고, 검증되지 않은 중국인들의 생활현장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서울 중국인교회를 담임하는 최황규 목사는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인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너 중국놈 왜 전철 탔어. 저리로 가', 그런 이야기를 듣는 중국인들이나 동포들은 상당히 심리가 위축이 되는거죠. 그런 일을 실제로 지금 겪으면서 다니니깐... (혐오정서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게 아니라, 좀 더 주관이 있는 신앙인의 태도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 최 목사는 "재한 중국인들 또한 더욱 긴장하며 예방에 힘쓰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혐오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고 전했다.

이런 심판론은 지난 2011년 일본 스나미와, 2015년 네팔 지진때, 그리고 2016년 메르스 사태 때도 똑같이 불거졌다. 전염병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날 때마다 이런 주장은 등장하고 있지만, 그 근거는 딱히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지형은 목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현상적으로 일어나는 어떤 특정한 사건을 하나님의 뜻과 일대일로 매칭 시켜서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나님의 뜻이다' 본인이 확증 짓는 것이고, 더군다나 남을 심판하고 정죄하고 '그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이다' 이런 것은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 목사는 또 "기독교인들은 지금과 같은 사태에서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고, 우한에 계신 분들을 위해서 격려하고 기도하는 게 마땅하고, 사회가 어지럽고 불안할수록 ‘그리스도인들 보니까 그래도 안심된다’이런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물주는 인간과 동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했지만..."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법철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견해를 밝혔는데, 그는 "지구의 수호신은 지구를 인간 뿐 아니라 만물에 살기좋은 환경을 제공했지만, 나쁜 인간들이 욕심을 채우려고 신의 선의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 며 "사람은
먹을 수 없는 야생동물을 죽여서까지 자기 욕심을 위해 먹으려는 것이 지금의 사태를 낳은 것" 이라고 했다. 

그는 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간들이 아무 대책 없이 죽어 자빠지는 것을 본 남녀들이 민란수준(民亂水準)이 되자 우선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를 잠재울 신약개발을 시급히 하겠다는 발표로 민심을 달래고, 한편 민란(民亂)을 예방하기 위해 민중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일부 중국 기성 종교인들은 각기 신에게 각자 주장하는 성소에서 “구원해 달라!”는 기도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지구촌에 과학이 만능처럼 인간들이 떠들어도 가끔씩 코로나 버이러스같은 무서운 전염병이 돌면, 인간은 아무 뾰족한 대책이 없어 무력하기 짝이 없다. 병원에서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각기 신앙하는 종교의 신께, 아니면 민간신앙의 신께 기도하며 기적을 바랄 뿐"이라며 과학과 인간의 한계를 주장했다.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근본주의 세력, 심판의 대행자 노릇이 목적"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뉴스엔미션] 조선희 대표는 "흔히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현존은 체험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해된다. 만약 하나님이 그 자신을 인간에게 드러내어야 할 경우라면 초자연현상이나 대재앙과 같은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 "하지만 하나님이 인간에게 그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는 이미 성령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인간은 믿음으로 그것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주로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향해 힘과 능력을 행사하고 싶을 때 하나님의 심판을 꺼내든다" 고 했다. 

그는 또 "천재지변을 통해 하나님의 심판이 실현되는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 그 이면에는 '내가 하나님의 뜻과 의도를 잘 알고 있고, 하나님은 결코 나약하거나 악의 세력을 용납하지 않는다' 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 이라며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하나님 심판의 대상들은 주로 비 기독교국가들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독감바이러스로 8천 명이 사망했지만 이들은 그것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