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미래에서 온 편지!
  • 이재근
  • 승인 2020.02.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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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목사 영상 칼럼 [오픈마인드]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준비하리라.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막 1:2-3)  

풍성한 삶을 위한 믿음의 마음 열기, 실리콘밸리 iChurch의 오픈마인드입니다. 2012년 출판된 “내 가슴을 뛰게 한 잊혀진 질문”이란 책은 작년 말 세상을 떠난 차동엽 신부님의 주요 저서 중 하나입니다. 생전에 많은 강연과 강의를 통해 선한 가르침을 전했던 차 신부님에게 이 책은 유독 뜻깊었는데요. 이 책은 삼성전자 설립자 고 이병철 회장이 죽기 전 남긴 24가지 질문에 대한 차 신부님 나름의 답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과 창조, 성경, 사람의 영혼과 고통, 재벌 자본가가 비판받는 이유 등, 믿음과 삶에 관한 이병철 회장의 물음은 본래 1987년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에게 전달되었고, 이것이 2010년 차동엽 신부에게 전달되어 출판에 이르렀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이 책을 쓰는 동안 차동엽 신부의 이렇게 되묻고 있습니다. 왜 하필 절두산 성당에 전해졌던 것일까?

조선조 한강 변에 위치한 군인 주둔지 양화진은 본래 ‘뻗은 곳’, 길게 뻗어 불쑥 튀어나온 땅에서 비롯된 지명입니다. 달리는 잠두봉으로도 불렸는데요. 불쑥 튀어나온 봉우리, 혹은 누에 대가리라는 뜻의 이 땅에선 선교 초기부터 1872년까지 무려 만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처형됩니다. 특히 목이 잘려 참수된 이들의 순교의 현장은 후에 절두산 성지가 된 것이죠. 바로 이 절두산 성지로 보내진 어느 재벌의 인생에 대한 질문은 누군가의 순교의 자리를 통해 우리에게 연결됩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향해 죽어야 하는지… 

한편, 이 절두산 성지와 연결되는 성경의 인물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예비했던 사람, 세례요한인데요. 마가복음 6장은 헤롯을 비판하다 감옥에 갇혔던 요한이 머리가 잘려 죽음을 맞이한 장면을 상세히 전해줍니다. 비록 헤롯의 의붓딸에 의해 허무한 듯 죽어간 세례 요한이었지만, 당시 많은 이들은 세례 요한을 두려워하고 경청했습니다. 심지어 그를 메시아로 오해하는 이들도 많았었지요. 하지만, 그는 철저히 이사야의 말씀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광야의 소리,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는 자의 삶을 살아간 요한이었는데요. 누가 복음에 따르면, 요한의 영적 리더십은 종교를 넘어 사회정치적 차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세례를 베풀었던 요한은 단지 수동적인 죄 씻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세례라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 행동을 통해 아주 능동적이고 공개적인 죄의 고백을 사람들에게 요구했고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 세리와 군인들에겐 사람들을 억압하지 말고 받을 만큼의 월급만 취하라며 윤리적 결단을 명령합니다. 분봉왕 헤롯을 향한 책망과 비판을 통해 옥에 갇히고 사형을 받은 요한의 삶은 당시 정치적 권력을 두려움에 떨게 했는데요.

과연 세례요한의 예언자적 삶과 죽음을 붙드는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떻게 그는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는 사람, 광야의 외치는 소리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는 자기 삶의 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고 살아간 사람이었습니다. 달리 말하며, 종말적 삶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이죠. 요한은 미리 보았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해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완성,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그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통해 자신의 현재를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습니다. 요한은 그렇게 주의 길을 예비하라는 말씀에 응답하는 사람, 곧 종말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됐던 것입니다.

종말의 삶, 저는 이것을 종종 미래에서 온 편지에 반응하는 삶이라 표현하는데요. 이와 관련 옥스퍼드에서 가르치며 복음주의 신학계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엘리스터 맥그라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맥그라스는 1960년대 젊은 시절, 종교란 시간 낭비며 차라리 사회주의와 마르크시즘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던 청년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릴 적 자주 했던 것처럼, 침대에 누워 창밖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한없이 짧고 덧없는 것이구나.” 별을 보면서 낙심은 더해갑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 눈에 보이는 저 별들은 너무나 멀리 있어서 그 별빛이 나에게 오기까지 정말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별들이 내뿜는 빛이 지구에 닿을 때쯤 난 이미 죽은 다음일 거야.” 맥그라스는 미래에서 오는 빛을 보며 오늘의 삶, 그 의미를 새롭게 발견합니다.

종말적 삶이란 성취와 완성을 향해가는 하나님 나라 복음의 미래가 지금, 오늘 내게 말씀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에서 온 편지인 것이죠.

2020년 새해, 세례요한처럼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기에 다음의 말씀을 기억하며 함께 용기를 내었으면 합니다.  “또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니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며 굳게 잡고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히 10: 23-25)  미래에서 온 편지, 오늘의 오픈 마인드입니다.

[이재근 목사]

아이교회 (i-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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