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물자 · 외화 · 물가상승... '비루스' 3중고
 北, 물자 · 외화 · 물가상승... '비루스' 3중고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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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96% 의존하던 북한경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치명타 
마스크를 쓴 북한주민들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터)
마스크를 쓴 북한주민들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터)

“북한은 한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살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중국 국경지대를 오가는 모든 물자수송과 무역거래를 전면 중단함에 따라 북한이 겪는 고통은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전문매체인 [국민통일방송]은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차단하면서 겪어야 할 경제적 어려움은 남한당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전했다. 

방송은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을 전하면서, "29일 위에서 국경을 폐쇄할 정도로 강력하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매일매일 집행결과를 보고할 정도”라며 신종 비루스 (북한에서는 바이러스를 비루스로 호칭한다)와 관련한 내부 동향을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현재 신의주를 비롯해 중국과 인접한 국경 지역의 모든 세관에 보건성 직원들을 파견해 엄격한 출입국 관리에 나서고, 보건성의 방역 담당자들은 세관에서 입국자들의 발열 및 호흡기 이상 증세를 확인하고, 중국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등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으며, 이상이 없는 경우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신의주-단둥 간 정기 국제열차는 제한적으로 다니고 있으나, 북한 당국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아예 폐쇄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있고, 중국 선박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남포항에도 보건성 직원들을 파견하고 외국 선박의 선원들을 아예 육지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3일 데일리NK에 “비루스로 인해 현재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갈 수도 없고, 나가있던 사람들도 못 들어오고 있다”며 “상위 1%의 중요한 사람들은 다 데리고 들어와서 현재 격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언급한 ‘상위 1%의 중요한 사람들’은 중앙당에서도 군수공업 및 당 자금 관련 외화벌이 일꾼들로, 현재 평안북도 신의주에 분산돼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북한 당국은 이른바 ‘3인 감시’를 통한 철저한 상호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일단 그 사람들은 2주 정도 격리된다고 하는데, 비루스 확진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갈 경우에는 격리 기간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며 “그들이 당 자금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냥 붙들어 둘 수만은 없어, 위에서도 어떻게 처리할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北, 국가비상방역체제로 전환, 전국규모 통제시스템 작동한 듯 
 
북한소식에 정통한 김형수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북한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전국적 통제시스템인 ‘국가비상방역체제’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최근 노동신문은 신종코로나에 대한 불안감 커가고 있어, 당은 긴급조치로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에서 코로나 감염증이 없어질 때까지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전했다” 며 “국가비상방역체제란, 중앙과 시, 군 등 지방을 포괄하는 전국적 조직이다. 전국에 비상방역기구가 꾸려졌고 전국 인민위원회에서는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 지도아래 신종코로나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또 평양 뿐 아니라 전국적인 조직에서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김 대표는 “평양 뿐 아니라 평안남북도, 남포지역 간부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국가 존망이 달렸다고 판단하고 방역소에는 중국과 인접한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과 합력해서 감염 나라들 다녀온 사람들을 검진하고, 임상, 방역, 소독 관계자들이 조를 짜고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북한의 현실에서 의료장비나 방역수준이 크게 뒤떨어 진다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코로나에 대해서 국가존망이라고 판단하고 확산을 막는데, 정작 감염진단 장비는 낙후하고, 의료수준은 한국에 비해 몇 십년 떨어졌다. 현미경이나 세균배양기 등은 3-40년 전에 동유럽에서 수입한 것들이고, 의료시설도 낙후 돼 있다” 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중국에 마스크와 방호복, 보안경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도 자신들의 의료수준을 인식하고 남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크 구매는 북한 ‘장마당’에서도 품귀 현상

신종 코로나 비루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과 한국에서 나타나는 마스크 구매 열기가 북한 북중 접경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6000원이던 마스크가 31일 아침엔 7000원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이 돈에도 살 수 없게 됐다”면서 “비루스 감염증을 막는 데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지식이 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접한 접경지대에서는 시장 상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불안감을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여태껏 경제봉쇄에도 시장에서 사재기나 가격폭등은 거의 없었다. 최근 비루스 때문에 무역이 중단되고 사람 왕래도 끊기니까 사람들 걱정이 커진 것 같다”며 마스크 가격 상승 배경을 분석했다. 

또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다른 생필품이나 곡물 등 시장물가에서의 변동은 없다”면서도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파는 장사꾼들은 이번 비루스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북한 경제에 치명타... 해결책은 남측에 지원 요청하는 것”

앞서 [국민통일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 30일 개성연락사무소를 운영 중단하기로 남측과 합의하고 근무자 58명을 남으로 복귀시켰다. 다만 서울과 평양간 전화와 팩스로 연락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또 김정은 지시로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측시설의 철거작업도 중단시킨 상태라고 전했다. 또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최근 통일부가 추진하려 했던 개별 관광도 시기를 늦출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것. 특히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중단되면 북한 내부적으로 벗어나지 못할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율이 25%인데, 북한은 96% 였다. 그마저도 최근 2년 동안 유엔 대북제재 때문에 무역규모가 반토막이 났는데, 이번 사태로 북한은 물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있고, 중국과 관광사업도 차질을 빚으면서 외화 확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나마 암암리에 성행하던 북중 지역 밀수까지 막히면서 북한은 그야말로 물자, 외화, 물가상승 이라는 3중고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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