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1번이 신천지 라서..."
[기자수첩] "31번이 신천지 라서..."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2.20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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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기독교 언론들의 '코로나 신천지 엮기'.. 오버 스럽다

 

신천지가 내부적으로 알렸다는 단속내용, 공식 입장이 아닌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신천지가 내부적으로 알렸다는 단속내용, 공식 입장이 아닌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11명 더 늘었다. 갑작스런 증가에 방역 당국도 긴장했다. 
특히 그동안 줄어들던 확진세가 갑자기 증가했다는 보도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 원인은 31번 째 확진자였다. 정부에 따르면 60대 여성인 이 확진자는 지난달 말 부터 지금까지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폭 넓은 동선으로 접촉자가 증가했고, 이 때문에 이 여성과 접촉했던 11명을 포함해 모두 31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이 다니던 서울 회사를 시작으로 교통사고 후 입원했던 병원, 3일 후 퇴원하고 다녀갔던 대구지역 교회까지 광범위한 동선이 파악되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언론의 시선은 엉뚱하게도 '신천지증거장막성전(신천지)' 에 쏠렸다. 특히 기독교 언론들은 일제히 '신천지'를 부각 시키면서 방역과 무관한 보도를 쏟아냈다. 

교계 한 언론은 이번 사태에 이단 전문가 까지 동원해 인터뷰를 했다. 이 전문가는 "위장과 거짓말에 특화된 신천지가 코로나 19의 확산이나 악화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며, "감염 경로 등은 보수적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확보돼야 하는데 신천지 교리나 특징이 그 점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00공보)고 보도했다. 비약이 심하다.

신천지가 위장전술에 능해서 코로나 감염사실을 숨길 것이라는 추측은 억지스럽다. 최근 신천지 2인자 김남희의 육성고발로 위기에 놓인 신천지가 이번 사태로 추가 위기를 맞게 됐다는 식의 보도도 넘쳤다. 그 과정에 '신천지 메뉴얼' 이라며 돌아다녔지만, 알고보니 공식 입장도 아니었고, 신천지는 이 사람을 징계했다고 알렸다. 

신천지가 한국교계에 끼친 해악은 엄청나다. 마땅히 그 거짓과 엉터리 성경해석, 그리고 이만희의 신격화 베일은 벗겨내야 한다. 하지만 31번째 확진자가 단지 신천지 교인이라는 이유로 나머지 확진자 보다 더 무거운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기독교 언론들은 '이 때다' 싶을 정도로 달려들어 너나 없이 이 여성과 '신천지' 를 비판한다. 

앞서 서울의 한 교회에 출석하던 확진자로 인해서 그 교회가 폐쇄되고 예배를 중단한채 영상으로 예배한 사실이 있었다. 그 때 기독교 언론들은 담담하게 그 '사실' 만 보도했다. 지금과 얼마나 다른지 놀랍다. 31번 째 여성이 '신천지' 라서 코로나 19를 더 확산시키고, 사회에 악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감염사실을 모른채 평소 생활 패턴대로 움직였다. 여느 확진자들 처럼 말이다. 그게 전부다. 신천지를 전염병과 엮어서 오버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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