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배철현 전 종교학과 교수 표절 공식 인정
서울대, 배철현 전 종교학과 교수 표절 공식 인정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3.0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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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의 표절 조사 과정, 이미 사직하고 떠난 뒤 .. 처벌 어려울 듯
'표절반대' 가 배철현 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표절 조사 결과를 밝혔다 (배철현 교수 블로그)
'신학서적 표절반대' 가 배철현 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표절 조사 결과를 밝혔다 (배철현 교수 블로그)

[뉴스M=황재혁 기자]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그룹인 [신학서적 표절반대](이하 표절반대)의 운영자 이성하 목사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전 교수의 표절을 확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표절반대는 작년 1월부터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배 전 교수의 책과 논문 등 총 14건의 표절의혹을 제기했는데, 이번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전체 14건 모두가 크고 작은 표절에 해당된다고 결론 내렸다. 

배 전 교수는 그동안 자신은 표절을 하지 않았고, 자신이 참고한 문헌은 서론이나 각주에 포괄적으로 표시했다는 입장을 고수 해왔다. 또 배 전 교수는 작년 1월에 이러한 표절 논란이 불거질 때 이미 서울대에서 사직했다.  

서울대 표절 조사, 왜 늦어졌나 

표절반대가 처음 배 전 교수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은 2018년 12월 7일. 그 당시 이 목사는 배 전 교수의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가 나훔 M. 사르나의 [JPS 창세기 주석]을 그대로 번역해서 표절한 것 같다는 내용의 포스트를 올렸다. 이후 이 목사는 12월 중순까지 배 전교수의 표절이 의심되는 자료를 10번 이상 포스트로 올렸고, 배 전 교수는 이와 관련되어 이 목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돌연 2019년 1월 9일 서울대에 사표가 수리되어 교수직을 그만 두었다. 

대부분 표절 의혹을 받는 교수는 소속 학교의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표절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내고 자신의 교수직을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배 교수의 발 빠른 사직은 이례적 이었다.  

배 전 교수의 사직과는 달리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는 느리게 진행됐다. 배 교수 표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지난해 1월과 2월 [연합뉴스]가 '표절의 해부'와 '탐사내시경'이라는 두 번의 보도를 통해서다. 하지만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배 전 교수 표절조사는 최근 까지 느리게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서울대가 배 전 교수가 스스로 사직할 때까지 기다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는 배 전 교수가 타인의 저작이 아니라 자신의 저작을 표절한 경우가 최소 5건 정도 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배 전 교수가 하버드대학교 박사학위 논문과 자신이 과거에 쓴 논문들을 ‘재탕’, ‘삼탕’하며 마치 새로운 연구결과인 것처럼 발표했다는 것.  

표절반대는 지난 몇 년간 배 전 교수의 표절의혹 외에도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학자들의 표절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표절반대가 표절의혹을 제기한 신학자들은 조직신학자도 있지만, 주로 배 전교수와 같이 고대근동학이나 성서학을 전공한 신학자가 대부분이다. 특히 표절의혹이 제기된 성서학자는 주로 영어로 된 성경주석을 한글로 번역해서 자신의 독창적 연구인양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표절반대 측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성서학자의 표절이 쉽게 발각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일반 목회자도 영어로 된 성경주석을 직접 연구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표절 의혹을 받았던 배 교수의 저작물 (연합뉴스)
표절 의혹을 받았던 배 교수의 저작물 (연합뉴스)

블로거로 활동 이어가는 배철현 전 교수

배 전 교수는 표적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건명원(建明苑) 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건명원은 인문학·과학·예술을 아우르는 21세기의 융합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2015년에 설립되었는데, 배 전 교수는 건명원을 처음 기획하고 설립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배 전 교수는 2019년 1월에 건명원에서의 모든 직무가 정지됐다. 서울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건명원에서의 모든 직무가 중지되고 얼마 되지 않아, 배 전 교수는 '배철현과 함께 가보는 심연'이라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배 전 교수는 “2019년 1월 19일 작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배철현입니다. 저는 남은 인생을 글쓰기라는 거룩한 소명에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배 전 교수는 이 블로그에 [매일묵상]이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매일묵상]에 올린 글들을 엮어서, 배 전교수는 작년 한 해에 [수련], [심연], [정적]과 함께, [배철현의 위대한 리더]라는 책을 새롭게 출간했다. 본지는 배 전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입장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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