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교회 마스크 좀 보내주세요"
"시골교회 마스크 좀 보내주세요"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3.03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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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단에 올라온 청원글, '마스크 대란을 바라보는 시골 목회자의 한숨' 화제
서곡감리교회 전경 (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서곡감리교회 전경 (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M=진민용 기자] '코로나19' 상황에 마스크 대란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 시골교회 목회자가 자신이 소속된 교단에 올린 글이 화제다. 강원도 원주에서 '서곡감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기철 목사는 지난 2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 홈페이지에 짧지만 호소력 있는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글에서 "시골교회는 대부분 노인들이고, 우리교회도 평균 70세 이상인데 요즘 우체국과 농협에서 마스크를 판다고 하지만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며 "시골 작은 교회들은 70세 이상의 어른들만 계셔서 인터넷이나 다른 방법으로 예배도 못드리고 있는 실정인데,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만만치 않다" 고 했다.

시골의 우체국과 농협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도 1인당 5매로 제한되어 있지만, 이 마저도 긴 줄을 서야 하고 물량도 넉넉하지 못해 노인들이 두 세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는 불가능 하다. 그래서 김 목사는 인터넷 판매사이트를 알아봤지만 터무니 없는 가격이 대부분이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김 목사는 자신의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에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시골교회 목회자로서 교인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시골 교회들을 위해 감리회 본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며 "목회서신을 통해서 알아서 하라고만 하고, 교회 방역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건소 소독제도 이미 품절 상태라 작은 교회들의 한숨이 커져만 간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예배 불가능한 시골교회 대안은 없나

현재 국내 주요교단은 내부 전달사항을 통해 가능하면 주일 예배를 모이지 말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전체 교회의 약 80%가 소규모 교회라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온라인 예배 마저도 결정하기 어려운 교회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교단인 예장합동이 지난해 총회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교단 소속 1만 1,302개 교회 가운데 8,407개 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의 교회가 외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미자립교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시골과 도시를 구분하지 않은 비율이지만 도시에 비해 시골은 고령화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코로나 19' 에 대응하는 시골 교회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다행히 코로나 확진세가 사람들의 접촉이 그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적은 시골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시골에서도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교회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김기철 목사는 이번 호소문에서 "감리회 본부의 무관심 속에서 함께 기도로 이겨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김기철 목사가 올린 글 (기독교대한감리회 홈페이지 갈무리)
김기철 목사가 올린 글 (기독교대한감리회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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