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어디에 있나?
미국의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어디에 있나?
  • 양재영 기자
  • 승인 2020.03.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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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트럼프, 반대로 진보 기독교인들의 침묵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우상현상을 꼬집는 마르코 벤추라의 그림 (Rolling Stone)
트럼프 우상현상을 꼬집는 마르코 벤추라의 그림 (Rolling Stone)

[뉴스M=양재영 기자] 오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트럼프 지지라는 보수적 성향으로 몰리고 있다. 백인 기독교인들을 넘어 대다수의 복음주의권이 이미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권 기독교인들의 약 78%가 트럼프의 대통령 수행능력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한, 57%이상의 기독교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하나님은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가톨릭부터 주류 개신교단들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지난 4년전 대선때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학계와 교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왜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의 전 편집장이었던 마크 갤리는 ‘트럼프를 끌어내야 한다'(Trump Should Be Removed from Office)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도와 진보적 기독교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갤리는 “탄핵 국면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도덕적 결함과 권력남용, 헌법정신 배신 등 긍정적 요소를 찾아보기가 어려움에도 복음주의 진영들은 그에 대한 지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트럼프 정책의 본질을 이해하고 좀더 신중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갤리의 호소는 절대 다수의 종교 지도자들의 항의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다. 트럼프 지지를 밝힌 지도자와 교인들은 갤리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 성명을 밝혔다. 

리버티 칼리지의 총장인 제리 파월 주니어와 패밀리 리서치 카운슬의 토니 퍼킨스 대표 등  200여명의 종교지도자들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대표인 티모시 달림플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갤리의 칼럼이 ‘수천만명의 기독교인들의 영적 고결함을 더럽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갤리의 글은) 트럼프 뿐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우리들 또한 표적으로 삼고 공격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의 트위터를 통해 “지극히 좌편향'(far left)적이고, 누군가는 ‘진보적'인 언론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고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를 조롱하기도 했다. 

그들은 왜 침묵하는 것일까?

문제는 이러한 국면에서 중도적 또는 진보적 종교지도자들은 침묵을 지켰다는 점이다. 텍사스대학교의 앨런 콜 교수는 학내 언론을 통해 이점을 지적했다. 콜 교수는 “중도와 진보적 지도자들은 보수 진영의 대응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들의 침묵은 갤리의 도전이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침묵의 원인으로 ‘예배장소에서는 정치적 견해를 밝혀서는 안된다'는 미국인들의 통념을 지적했다. 

콜 교수는 “미국인들의 63%는 목사들이 예배장소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부분이 종교 지도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콜 교수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미약하지만 몇몇 단체의 활동이 있음도 언급했다. 그는 ‘레드 레터 크리스천'(Red Letter Christian)과 ‘공익에 투표를'(Vote Common Good)를 언급하며, 2020년 대선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단체를 소개했다. 

‘레드 레터 크리스천'은 ‘중독된 기독교인'(toxic Christian), ‘트럼프 복음서' (the gospel of Trump)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행보를 비판하는 시위를 전개하고 있으며, ‘공익에 투표를'은 “2020년 선거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공익과 믿음, 소망, 사랑이 핵심적 가치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구호를 앞세워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운동은 보수진영과 달리 열악한 재정 등으로 인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보수 일변도의 기독교 문화를 타개하기 위해서  진보적 기독교인들의 적극적 활동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콜 교수는  “역사적으로 진보적 기독교인들이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마틴 루터킹의 인권운동, 가톨릭일꾼운동의 도로시 데이, 라인홀드 니버의 평화운동 등 많은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부도덕한 지도자들의 정책과 행동에 침묵하지 않았다. 그들은 성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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