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잊혀지는 '후쿠시마 악몽'
코로나에 잊혀지는 '후쿠시마 악몽'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3.10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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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 9년 맞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일본은 지금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약 3주에 걸쳐 후쿠시마 현지를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팀원이 나미에 귀환곤란구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Shaun Burnie / Greenpeace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약 3주에 걸쳐 후쿠시마 현지를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팀원이 나미에 귀환곤란구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Shaun Burnie / Greenpeace 

[뉴스M=진민용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긴장하는 가운데 3월 11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9년째 되는 날이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지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은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켰고 후쿠시마현 태평양 연안의 후타바(雙葉), 오쿠마(大熊) 등 두 마을(町)에 부지가 절반씩 걸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당시 제1원전 6기의 원자로 중 오쿠마 마을 쪽의 1~4호기가 침수되면서 냉각장치 작동 중단으로 노심 용융과 폭발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 누출됐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하는 '대재앙'이었다.

9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의 방사능 제거작업은 얼마나 진행이 됐을까. 지난해 11월 13일 일본 정부 초청으로 후쿠시마 인근 지역으로 직접 들어가 취재했던 외신들에 따르면, 아직도 원전은 폐로 작업을 위한 준비과정에 머물러 있고, 하루 평균 약 3,700명의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고 수습이 한창이던 2014년 때(7천여명)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준 것으로, 60%가량은 후쿠시마 출신 도쿄전력 및 협력업체 직원이다.

계속 생기는 오염수, 탱크 보관 한계 2022년.. 태평양 방류 고집하는 일본 정부 

현재 원자로 폐로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는 순환 배출하고 있다. 원자로 내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를 식히는 용도로 터빈 주변을 흐르는 지하수와 지하로 스며든 빗물이 고농도 오염수와 섞이면서 용량은 더 늘어난다. 

이 오염수에는 세슘-137, 스트론튬을 포함한 방사성물질이 63종이나 포함돼 있고 이는 인체에 치명적이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장치로 일단 정화한 뒤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화된 오염수는 트리튬(삼중구조)이라는 방사성 물질은 걸러내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도쿄전력 관계자도 "트리튬을 제외한 62 핵종의 대부분은 제거한다"고 했다. 
 
문제는 더이상 보관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도쿄전력에 따르면 현재 보관된 오염수 총량은 117만t 규모에 탱크 수로는 980개로 향후 20만t의 저장용량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향후 장기간의 폐로 과정에서 작업 공간 확보 등을 위해 전체적인 공간 재배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증설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배출 추이로 추산할 경우 2022년 말이 되면 더는 보관할 수 없게 돼 오염수 처분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분 방안을 놓고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제산업성 산하의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소위가 논의 중이다.  

국내에도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들을 더이상 보관할 수 없을 때는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환경단체나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 러시아 까지 강하게 반발한다. 정상적인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를 일으킨 현장의 오염수는 같을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어업을 영위하는 후쿠시마 주민들도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도쿄전력 관계자는 "정부가 결정하는 대로 따른다는 것이 도쿄전력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린피스', 올림픽 성화 출발하는 J 빌리지, 제염 작업 후에도 핫스팟 발견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지난해 10월과 11월 약 3주에 걸쳐 후쿠시마 현지를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들은 현장 조사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이동해 재오염이 진행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제염이 불가능한 산림 지역에서 고준위 방사성 세슘이 도로와 주택 등 여러 곳으로 퍼져나간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그린피스는 일본정부가 주민들의 귀환을 지시한 지역에 대해서도 결과를 내놨다. 이 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주민 귀환을 지시한 나미에와 이타테의 피난지시 해제구역을 방문했다. 나미에 마을 내 조사한 5,581곳 중 강 제방과 도로 99%는 일본 정부 제염 목표치를 웃돌았다. 이곳의 평균 선량은 0.8μSv/h(시간당 0.8 마이크로시버트), 최댓값은 1.7μSv/h로 사고 이전보다 20배 높았다. 마을 학교 주변 45%에 이르는 지역은 1년간 연속 노출됐을 때 최대 17mSv/h(시간당 17 밀리시버트)의 피폭을 당할 수 있는 수치였다. 이는 국제 방사선 방호 위원회의 일반인 연간 한도 선량의 17배에 이른다. 피폭에 민감한 청소년에게 노출되어선 안 되는 수준이다."고 했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관계자의 증언도 첨언했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상으로 인한 방사성 재오염은 여러 세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했고,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모든 것이 정상화' 되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과 다르며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나라하에 위치한 J빌리지 위성 사진. 그린피스는 2019년 10월 진행한 현장 조사를 통해 J빌리지에서 핫 스폿을 발견했다. J빌리지는 2020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이다. © Greenpeace
후쿠시마 나라하에 위치한 J빌리지 위성 사진. 그린피스는 2019년 10월 진행한 현장 조사를 통해 J빌리지에서 핫 스폿을 발견했다. J빌리지는 2020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이다. © Greenpeace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 방사능 오염 통제 안 돼 

특히 그린피스는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J 빌리지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팀은 "그곳에서 71μSv/h에 달하는 핫스팟(Hot Spot, 방사선 고선량 지점)을 발견했다." 며 "2011년 사고 전과 비교했을 때, 1775배에 이른다. 지난 11월 그린피스 방사성 조사 결과 서신을 받은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12월 J 빌리지를 다시 찾은 그린피스 조사팀은 핫스팟을 추가로 발견했다.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 관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비판받는 이유다."고 전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시민과 올림픽 관람을 위해 이곳을 방문할 전 세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본 정부에 상세한 요구사항을 전했다. 특히 후쿠시마 주민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피난 및 귀환 정책을 개선할 것을 강조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사고 후 9년이 지났지만 방사성 오염 상황은 통제는커녕 확산되거나 재오염됐다”며, “방사성 위험에 대한 과학적 경고와 증거를 무시하고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은 일본 정부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후쿠시마 현장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 제염노동자 피폭과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자료도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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