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의심, 건강한 믿음
건강한 의심, 건강한 믿음
  • 이재근
  • 승인 2020.03.29 0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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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목사 영상 칼럼 [오픈마인드]

    풍성한 삶을 향한 믿음의 마음 열기, 실리콘밸리 iChurch의 오픈마인드입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식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종교 관련 소식의 핵심은 역시나 이단단체인 신천지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개인적으론 한국을 떠나온 지 제법 되었고 해서 신천지에 대한 관심을 그리 두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사 19와 관련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들 모습, 또 그들을 통한 감염 확산 소식에 많이 걱정했는데요. 바이러스 문제와는 또 별개로 신천지 자체의 신앙 형태에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두고 언론을 따라가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의 신천지 관련 보도를 접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성경 고사를 보려고 똑같은 옷을 입고 마룻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수많은 청년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신천지 사태를 보며 느끼고 생각한 점을 오픈마인드를 통해 나누고자 하는데요.

    우선 신천지 사태를 보며 다시 확인하게 된 것, 생각 없는 믿음은 나쁜 믿음이란 점입니다. 신천지를 비롯해 많은 이단 집단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믿음이 확실해 보인다는 겁니다. 교주의 말에 질문할 수 없습니다. 토 달 수 없습니다. 설교를 듣고 그대로 받아야 믿음인지 고민하고 질문하면 잘못된 믿음이라 정죄까지 합니다. 심지어 천국에도 갈 수 없다 협박까지 하지요. 하지만, 여러분, 정말 건강한 믿음은 생각하는 믿음, 잘 질문하는 믿음입니다.

    몇 해 전 제 아이가 어느 미국교회 성경 공부에 다녀왔습니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차에 태워 집으로 오는 데 표정이 좋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물었죠. 무슨 일 있어? 아이가 말합니다. 자기가 전도사님께 질문했는데 분위기가 안 좋았다는 거예요. 질문이 뭐였는데?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희 아이는 인류의 발전과정을 보면 종교적 사고를 하는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이렉투스 였다는데, 그럼 아담과 하와는 둘 중 어느 종이었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전도사님이 답하기 좀 애매했던가 봅니다. 표정이 안 좋았다고 해요. 사실 저도 답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한 저희 아이를 엄청나게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공부하면서 스스로 한번 답을 찾아가 보라 격려해 주었습니다. 여러분 건강한 그리스도인의 기본조건은 성경을 사랑하고, 열심히 읽고 묵상하고 따라 살려 애쓰는 것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묻고 생각하고 심지어 의심해 보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믿음 없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정말 성의 있는 믿음, 건강한 믿음입니다.

    신천지를 보며 든 두 번째 생각은 문자적 성경 읽기의 폐해입니다. 신천지의 가장 큰 이슈는 계시록에 기록된 구원받는 사람 144,000명에 들어가느냐 마느냐 더라구요. 그 내용을 보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짐승의 표를 바코드라 하는 것부터, 12 별이 유럽 연합이라고, 붉은 용이 옛 소련이라는 이야기의 맥락과 하나도 달라진바 없는 엉터리 해석임에도 여전히 그것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만 명에 들어가려고 시험 보고 합격하고 떨어지고… 문자적 성경 읽기는 신학적으로도 틀린 읽기 방법이지만, 기본적으로 3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문헌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성경 본문 하나를 놓고도, 히브리어, 헬라어를 축으로 다양한 언어번역이 있고, 또 그 당시 정치사회경제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역시 중요한데요. 이 모든 걸 제쳐놓고 그냥 한국말 성경을 문자 그대로 적용한다? 심지어 그런 성경해석으로 사람들을 겁주고 협박하고 억압하고 물질적으로 갈취까지 한다는 것, 오히려 하나님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할 일들이라 생각합니다. 제발 종말론, 계시록을 전하면서 사람들을 겁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점에서 제가 인용하고픈 말씀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딤후 1: 7)

    제가 현재 목회하는 교회 이야기가 아니기에 말씀드립니다만, 목회하면서 보면 사실 기존의 교회들 안에서도 언뜻언뜻 신천지와 별다르지 않은 성경 이해를 가르치거나 지닌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젠 그런 문자적 성경 이해를 넘어서야겠습니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이 이런 말을 했죠. 1인치 서브타이틀, 자막의 한계를 넘어서면 무궁무진한 영화의 세계가 펼쳐진다고요. 여러분, 단지 문자로 기록된 성경을 넘어 그 이면에, 그 안에, 그 앞에 다양하게 펼쳐지는 말씀의 은혜를 누리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의심, 건강한 믿음! 오늘의 오픈마인드였습니다. 

[이재근 목사]

아이교회 (i-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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