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주의 없는 사순절 보내기"
"염세주의 없는 사순절 보내기"
  • 뉴스M 편집부
  • 승인 2020.03.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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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이재용 목사, 코로나 사태에 적응하는 독일교회 소개

모이지 못하는 사순절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뉴스M=문화선교연구원]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빠른 전염과 확산으로 인해, 많은 교회들의 사순절 예배와 모임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다. 특별히 이 시기는 ‘교회력’에서 무척 중요한 사순절 기간이기 때문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배와 모임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더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교회들은 사순절을 어떻게 보내왔을까? 그리고 모이지 못하는 이 사순절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동안 한국의 교회들이 어떻게 사순절을 보내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모임의 활성화로 요약된다. 사순절 특별 새벽기도회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들은 평상시에도 잘 모이기로 유명한 교회지만, 이런 사순절 기간에는 더욱 열심을 다해 모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질문이다. 즉 ‘모일 수가 없는 이번 사순절에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다. 이미 많은 교회들이 발 빠르게 온라인 예배 중계와 SNS 등을 활용한 나눔 등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온라인으로 ‘모임’을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교역자나 교회가 교인들에게 ‘수직적’으로 신앙 내용을 제공하는 것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교회가 모임이라는 범주를 넘어 조금 더 개인적이고 실제적이며 수평적으로 사순절을 보내는 방법을 제공할 수는 없을까? 이 지점에서 독일교회에서 지키는 사순절 캠페인인 ‘7 Woche Ohne’를 소개하고자 한다.

종교개혁과 사순절

독일어로 사순절은 Fasten이라 한다. Fasten은 원래 금식한다는 말인데, 그만큼 독일의 사순절은 금식과는 뗄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기 위한 사순절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교회의 전통이었지만, 중세에 이르러 금식과 금욕의 전통들이 강화되었다. 사순절 기간에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양념, 음악과 춤, 축제와 행사 등을 금지하는 규정들이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으며, 이는 점차 규칙적인 금식과 금욕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나아가 금식과 금욕은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교회 전통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종교개혁에 이르러 이러한 전통들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마르틴 루터는 금식과 금욕이 우리를 지옥에서 구원해주는 방법이라는 식의 미신을 거부했다. 실제로 루터도 자주 금식을 했지만 종교적인 의무 때문은 아니었다. 루터 역시 금식을 추천했지만, 그건 영적인 훈련 때문이었지 결코 구원에 이르는 방법 때문이 아니었다. 따라서 종교개혁 이후 독일 개신교회에서는 사순절이 점차 금식의 기간만이 아니라, 숙고와 회심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금식에 대한 미신적인 신앙과 강압적인 교회 전통이 해체됐다고 볼 수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사순절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순절은 이제 금식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시기가 됨으로써, 성도들의 신앙과 삶에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7 Woche Ohne

그러던 와중에 1983년 함부르크에 사는 몇몇 신학자들과 언론인들이 모여, 사순절 기간 동안 한 가지씩 금식할 것들을 정해보자는 제안을 나눴다. 금식도 굳이 음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습관이나 태도까지 확장해서 적용했다. 이들은 명칭도 사순절(Fasten)이라는 말보다는 7주 동안 금식하기(sieben Wochen lang zu fasten)라고 표현했다. 이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70명의 지원자들이 동참하고 싶다고 신청을 해왔다. 그리고 1년 후 함께 금식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300명이 되었다. 그리고 매해가 지날수록 이 아이디어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고, 89년도에는 독일 전역의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이 캠페인에는 매년 적어도 3백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는 이 캠페인에 정식으로 신청을 한 사람들의 숫자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7주 동안 어떤 것에 대한 자발적인 금식을 지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독일교회에서는 다양한 자료와 책자 등을 출판하고 발행하여 이 캠페인을 지속, 유지 그리고 발전시키고 있다. 7 Woche Ohne는 개신교 구호 단체인 ‚Brot für die Welt’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독일교회의 캠페인으로 불린다. 이쯤 되면 사순절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동안 염세주의 없이 살기!

1998년부터 독일교회(EKD)에서는 이 캠페인에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왔다. 처음에는 음식이나 미디어 등을 금식하는 것으로 시작하다가, 2008년부터는 반복되는 표어를 통해 주제를 강조해왔다. 예를 들면,

  • "충분해!" – 7주 동안 탐욕 없이 살아보기
  • "네, 저예요." – 7주 동안 변명 없이 살아보기
  • "좀 기다려보세요!" – 7주 동안 빨리빨리 없이 살아보기
  • "당신은 아름다워요!" – 7주 동안 자격지심 없이 살아보기

등의 반복적인 표현들을 말한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의 주제들을 보면, 아주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자세나 태도와 관련된 주제들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태도와 관련된 주제 선정은, 사실 당대의 잘못된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대안적인 삶의 자세와 비판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주제들이다. 이를테면 다이어트와 몸짱 등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자격지심 없이 살기를 제안하는 것이나,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여유를 강조하는 주제 등이 그렇다.

이번 2020년의 주제 역시 개인적인 범주의 캠페인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가지는 주제다. 올해 주제는 "신뢰를 가지세요! – 7주 동안 염세주의 없이 살아 보기"(Zuversicht! Sieben Wochen ohne Pessimismus)이다. 이것은 오늘날 국내외 정세와 사회적 분위기가 비관적이고 염세적으로 흐르고 있음에 대한 교회의 경고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사회적 혐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교회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캠페인을 통해, 독일교회는 사순절만큼이라도 성도들을 통하여 이 사회가 좀 더 안정적인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유지되어야 함을 피력하고 있다.

개인의 삶을 격려하기

한국교회는 모이기에 힘쓰는 교회이고, 이를 통해 놀라운 역동성을 가지고 있는 교회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모일 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성도들에게 다른 영적 동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7 Woche Ohne와 같은 독일교회의 사순절 프로그램은, 특별새벽기도회나 미디어 금식 등의 천편일률적인 교회 행사보다, 더 일상적이며 개인적이고 실제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다시 모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이것도 버리지 말고 저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회의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통해 신앙의 전통이 재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하겠다.

출처: https://www.cricum.org/1614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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