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n번방 사건에 대해 침묵하지 마!”
“한국교회, n번방 사건에 대해 침묵하지 마!”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4.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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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신학도 목회자 중심의 예장통합교단 입장 표명 청원, 단체 11곳, 개인 654명 연대 서명
장신대 신대원 28대 여학우회가 성명서를 우편으로 해당 교단에 발송했다 (사진 여학우회)
연대서명 명단을 첨부해 청원서를 우편으로 해당 교단에 발송했다 (사진 정지혜 전도사 제공)

[뉴스M= 황재혁 기자] 지난 3월 말에 불거진 소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교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이런 성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젊은 신학도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3월 30일 장신대 신학대학원 제28대 여학우회 ‘나비’와 장신대 신대원 114기 학우회 ‘너애’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규탄 및 엄중처벌 촉구’의 규탄 성명서를 통해 “교회는 한국사회와 교계에 만연한 성범죄 문제에 침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성명서와 맞물려 예장통합교단이 ‘n번방 사건’에 관한 교단의 입장 표명과 교단 내 성범죄 예방 대안 마련을 위해서 앞장서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져 지난달 3월 27일부터 관련 청원이 시작되었고, 1주일 만에 11곳의 단체와 654명의 목회자가 이 청원에 연대서명으로 응답했다. 청원서는 “전국민이 'n번방 사건‘에 분노하는 지금이야말로 예언자적 사명을 부여받은 교회가 공의와 사랑을 선포할 때”라고 강조하며, 교단차원의 대외적 대응과 대내적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청원서는 연대서명 명단과 함께 지난 8일에 총회 본부에 우편으로 발생되었다. 본지는 이번에 청원서를 작성하고 연대서명을 받는 데 앞장 선 정지혜 전도사와 최자혜 전도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청원서와 관련된 여러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정지혜 전도사
정지혜 전도사

Q. 최근 주도적으로 추진한 'n번방 사건에 대한 교단 입장 표명과 성범죄 예방 대안마련을 위한 청원 요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정. n번방 성범죄가 세상에 드러난 후, 많은 이들이 국민청원과 sns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저 역시도 ‘n번방 사건’을 통해 악의 본성을 마주하며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중,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부르심을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예장통합교단의 총회장님께 ‘교단이 이 부르심에 응답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개인적인 서신을 보냈는데 휴면 메일이었는지 반송되어 돌아왔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이 상황을 저의 개인 sns에 나누었더니, 만 하루가 되지 않아 총회장님께 서신이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청원서 형식으로 다듬어 총회장과 서기를 수신인으로 하여 공식적으로 보내달라는 연락을 총회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

개인 메일이 아니라 공식적 청원 형태가 되었기에 함께 드리는 편지로 전환했습니다. 마음과 뜻을 함께 모아주는 분들이 계셔서, 교단 목회자를 중심으로 한 연대 서명의 청원서 형식으로 수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청원자들이 속한 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학생단체에서도 뜻을 모아 주시고 지지해주셨습니다.

Q. 청원서를 보니 대외적 대응과 대내적 대응 이렇게 나누어져 있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 대외적 대응 부분은 ‘n번방 사건 자체’에 대한 교단의 목소리를 요청한 것입니다. n번방 사건이 그리스도교의 가치와 타협할 수 없는 거대한 악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에 교회가 함께 아파하며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교단이 결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에 따라 교단이 할 수 있는 엄중한 치리와 예방 교육, 성범죄기록 조회 등에 관한 조항을 넣은 것이 대내적 대응입니다. 

Q. 일반적으로 장로교 정치에서는 안건이 당회->노회->총회 순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청원서나 서명목록이 교단의 총회장에게 보내졌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 요구사항이 제도화 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 총회에서 먼저 청원서 형식을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청원서’이기에 이후 과정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청원서가 이 시대에 교단이 해야 할 마땅한 응답이라 여겼기에 젊은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을 중심으로 많은 분이 연명해주셨을 겁니다. 총회에서 이를 비중 있게 받고 가을에 열릴 105기 교단 총회에서 성범죄 예방 교육/치리 등에 관한 안건을 다루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부분은 개교회의 안건이 아니기에 노회->총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밟을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두는 총회와 총대들의 결단, 그리고 이를 지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만약 교단 총회에서 안건이 다루어지고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다면, 개교회에서 실행하는 부분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의무화를 시킬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며, 현재 교단 내 성문제를 다루는 전문가가 많지 않기에 하루속히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자혜 전도사
최자혜 전도사

Q. 청원서에 보면 성범죄자에 대해 엄격한 치리 혹은 준엄한 치리를 약속해달라고 적혀있는데요. 엄격한 치리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치리를 의미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최. 현재 교단 헌법은 교인, 직원(교회 항존직 및 목회자, 교단 산하 기관 및 단체 직원 들 및 이사)이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책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단 목사의 자격 요건으로 일반 교인은 수찬정지, 직원은 시무정지 이상의 책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하며, 국법에 의하여 성범죄를 포함하여 금고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합니다. 이후 목사가 된 이후로도 성범죄로 자의사직이나 면직된 경우는 복직할 수 없습니다.

예장통합교단에서는 성범죄를 국법뿐 아니라 교회법으로도 엄격히 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을 다루기 위하여 총회에도 총회 임원회 자문위원회인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헌법상으로는 교회와 노회의 치리 기준이 없으며, 교회는 당회 차원에서, 노회는 총회성폭력대책위원회가 교육공무원 징계 사유를 참고하여 제공하는 내부기준을 따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헌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교단 자체 규정들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사후 치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뿐 아니라, 예방 및 교육에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Q. 서명을 받은 이후에 어떤 후속 활동이 예정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 청원서를 공개한 84시간 만에 500명 이상의 통합 교단 목회자님들께서 서명해주셨습니다. 또한 교단 신학교 학생단체 및 외부 단체에서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청원서 연대 서명이 진행되는 동안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우회와 학우회가 ‘n번방 사건’에 관한 성명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유튜브 채널 ‘교회 여성들의 목소리, 움트다’에서는 n번방 사건 관련 인터뷰가 제작되었습니다.

이미 우리 안에는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리스도 몸으로서 교회의 윤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대는 중심부나 눈에 보이는 조직 없더라도 수평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선한 영향력을 새로이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미 교단 내에서 성범죄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청원 내용이 실현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무게를 두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인식 변화입니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다양하지만 같은 방향의 분명한 목소리들이 새로운 차원의 연대로서 자발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교단 안팎에서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Q. 이번 사안과 관련되어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 코로나19는 한국교회가 ‘예배당에서의 예배’와 ‘삶의 예배’의 틈이 얼마나 벌어져 있었는지 고민하며 예배 신학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n번방 사건 또한 영혼에 관심을 두는 만큼 몸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한국 교회 신앙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 원합니다.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를 통해 ‘몸’과 ‘성’이 중요한 신앙의 영역임을 인지하여, 악의 뿌리조차 자라지 않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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