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 500만 원 가치가 있나요?"
"온라인 강의, 500만 원 가치가 있나요?"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4.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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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학대학교 온라인 강의 설비 빈약하고 운영도 미숙해.. 학생들 비판과 교수들 불만까지

 

한 신학교가 개강한 온라인 수업, 교수와 학생들 모두가 만족하지 못한 채 부실한 운영을 하고 있다 (사진 황재혁)
지난 3월 장신대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로 교수회의를 진행했다 (사진 황재혁)

[뉴스M= 황재혁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에 있는 대다수 신학교들도 지난 3월 초에 온라인으로 개강했다. 4월 중반 현재까지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기말까지 온라인 강의를 고민 중인 신학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온라인 강의는 학교측과 학생측 모두 미리 준비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맞이한 상황이기에 온라인 강의가 계속될수록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이슈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본지는 1학기의 중반에 접어든 이 시점에 신학교의 온라인 강의를 둘러싼 여러 이슈를 분석하고, 해당 이슈의 시사점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실시간 라이브 수업,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의 연속

신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크게 실시간 라이브 수업과 동영상 수업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실시간 라이브 수업은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줌’은 현재 그 활용의 편리성으로 인해, ‘스카이프’를 제치고 대다수의 신학교에서 실시간 라이브 수업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러나 실시간 라이브 수업에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가장 빈번한 돌발 상황은 교수나 학생 중에 화상채팅방에 아예 들어가지 못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돌발 상황으로는 화상채팅방에는 들어갔지만 영상이나 음향에 문제가 있어서 수업을 온전히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특히 소규모의 실시간 라이브 수업이 아닌, 대규모의 실시간 라이브 수업 같은 경우는 이러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지기에 원만한 수업을 위해서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과 노력이 요구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교수와 학생 모두 ‘줌’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3월에 처음 실시간 라이브 수업을 할 때보다 4월에는 이러한 돌발 상황이 조금씩 줄었다는 점이다.  

동영상 수업, 안정적이지만 일방향이라 답답하게 느껴져 

전통적으로 신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교수가 해당 동영상을 수업 시간에 업로드하고, 학생이 그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학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이미 촬영되고 편집된 동영상을 통해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업에 지장을 미치는 돌발 상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동영상 수업은 교수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기에, 여러 소통의 어려움이 나타난다. 총신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오성철 학생은 “실습수업, 실기수업 등 대면수업이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수업에서 서로 직접적인 대화, 음성을 나눌 수 없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진행되지 못하여 어려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현재 신학교에서는 쌍방향의 실시간 라이브 수업과 일방향의 동영상 수업을 병행하면서 각 수업이 가진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려 노력 중이다.

실천신학대학교 교수가 개강한 온라인 강좌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황재혁)
실천신학대학교 교수가 개강한 온라인 강좌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황재혁)

온라인 수업은 교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 

지난 3월 6일 장신대에서는 개강교수회의를 화상회의로 진행해 학사운영 전반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을 더 철저히 준비할 것과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에 모든 행정을 집중할 것을 논의하였다. 그러나 신학교의 전격적인 온라인 수업은 학생 뿐 아니라 교수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교수 입장에서 실시간 라이브 수업은 언제든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상황통제가 쉽지 않고, 또한 동영상 수업은 동영상을 미리 찍고, 편집하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준비해야 하기에 여간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14일에 호남신대의 최유진 교수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어제부터 ‘줌’이 불안정하다. 결국 데스크탑을 포기하고, 스마트폰으로 연결해서 수업. 학생들이 갑자기 링크 걸어놓은 회의장으로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온라인 수업 진행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또한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교수와 학생이 전혀 만나지 못하는 부분에서 오는 친밀감의 문제도 생기고 있다. 신학교 수업의 특성상 교수와 학생간의 친밀한 인격적 관계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은데, 아무런 대면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피상적인 정보만 전달하는 상황에서 교수의 역할에 여러 제약이 있는 형국이다. 

텅 빈 채플 예배당, 꽉 찬 온라인 채플

통상적으로 채플은 신학교에서 전교생이 한 자리에 모여서 드리는 예배를 의미하는데, 올해는 신학교의 온라인 개강으로 채플 역시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신대는 코로나19로 개강이 계속 미루어지다가 지난 3월 17일에 온라인 개강감사예배를 시작으로 예배영상을 홈페이지에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비록 신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는 없지만, 장신대는 지난 10일 성금요일예배와 지난 14일 부활절예배를 각각 특별하게 준비해 신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이끌었다. 현재 총신대 역시 채플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교목실에서는 학생들에게 주차별 묵상과제를 내주어 학생들이 정해진 기한에 말씀묵상노트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신대는 채플을 주 2회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300자 내외로 채플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500만원짜리 인강? 등록금 반환은 아직 논의 없어 

온라인 강의를 통해 신학교가 개강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4월 16일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신학교에서는 오프라인 강의를 언제 재개할지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실천신대에서는 지난 3일 공지사항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별도의 공지시까지 원격수업을 연장한다고 전달했다. 이러다보니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온라인 강의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건국대, 숭실대, 이화여대 등의 사립대는 이번 1학기 수업을 모두 비대면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만약 신학대에서도 1학기 수업을 모두 비대면으로 운영한다고 결정한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학교측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투입된 비용과 여러 유지비 등으로 인해 1학기 등록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실천신대 석사과정에 입학한 정병희 전도사는 “아직 학교측이나 학생측에서 등록금 반환과 관련된 언급은 없지만, 1학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해도 인건비나 기타 부대비용이 계속 지출되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한 학기 등록금을 500만원이나 내고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500만원짜리 인강이라는 푸념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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