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3개의 키워드
21대 총선, 3개의 키워드
  • 김기대 논설위원
  • 승인 2020.04.18 2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대 여당과 힘 없는 1야당, 그리고 존재감 없어진 소수정당들...민심은 왜 그랬을까

[뉴스M=김기대 목사] 21대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163석 ,미래 통합당이 84석, 미래한국은 19석, 더불어 시민당은 17석,  정의당 6석, 무소속 5석, 국민의 당 3석, 열린 민주당이 3석을 얻었다. 이번 총선 결과를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사진 KBS 자료)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사진 KBS 자료)

‘진보 정치’의 미래는?

한국정치를 걱정하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더불어 민주당이 오른쪽에  자리잡고  정의당이 왼쪽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진영 논리’를 펼쳐 왔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정당의 성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런 논리가 나왔겠지만 그러면 왼쪽에 있는 세력은 왼쪽의 역할을 다 했느냐도 물어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운동은 서로가 얽혀 있어 독자적인 행동이 힘들다. 예를 들어 강정마을에서의 환경운동은 주한미군이라는 NL적 이념과 ‘연동’되고, 새만금은 개발논리와 얽혀 있다. 녹색당의 환경정책은  그래서 어렵다. 탈원전이 난데 없이 탈핵=종북으로 둔갑하는 걸 보면 오래전  탈핵에 대해 묻던 관훈토론회에서의 질문에 “원자력 발전소 말입니까?”라고 대답한 김영삼의 수준을 못벗어나고 있다.  환경운동 고유의 정책 수립이 힘들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도에 가까운 유럽의 사민주의 정책에도 못 미치는 정의당도 그들의  정강만으로 독자생존이 힘들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한다는 말이 고작 “조국 때 우리가 잘못했다” 였다.  

통진당의 후예인 민중당도 비례의석 한 석도 못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반도의 모든 모순은 분단과 얽혀 있기 때문에(결코 NL식 담론이 아니다)서로가 연대해야만 오히려 독자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 시민운동은 이념별로 각자 하되 선거 국면에서는 함께 해야 한다.  

정의당이 더불어 시민당에 참여하지 않은데 대한 볼맨 소리가 많지만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들어온 그들로서는 선뜻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석이라도 몇석 가지고 있는 정의당이 주축에 되어 민중당, 녹색당을 묶는 연대체를 만들었어야 했다.  독자적으로 비례에서 20석 정도를 얻게 될 줄 착각한 정의당은 파국을 자초했다.

분단을 빼고 진보운동을 생각하기 힘든 상황에서 국가 보안법은 단순히 분단상황을 고착화시키는 법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 아니다.   보안법이 없어지면 다른 진보운동 분야도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다. 정의당의 상투적 대북관도 보안법으로 인한 ‘두려움’의 영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고 그것이 분당사태를 낳았다.

마르크스주의는 초기부터 로자 룩셈부르크, 발터 벤야민 등을 거치면서 많은 수정을 했다. 산업혁명의 출발지인  영국에서 계급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나지 않고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난 사실에 이론가들은 당황했다. 1960년대 들어 마오이즘이 잠시 유럽 좌파들을 현혹했고 현대에 와서 알튀세르, 들뢰즈 등이 , 최근에는 네그리, 지젝 등이 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 대한 논의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의 학술시장에서 오히려 진보와 계급에 대한 실천적 논의는 경직되어 있다. 이제 한국의 진보 정치는 성소수자, 난민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대중들과 호흡해야 한다.

더 망할 데가 어디 있는가? 더 과감해질 수 있는 기회다.  진보 진영에서 조차 깊이 있는 이념논쟁은 제쳐 놓고 ‘조국’을 과소비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이 과소비에는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들도 거들었다.  

‘지역 투표’는 왜 다시 도졌는가?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선거 운동 중에 부산의 흐름을 전하면서 20대 총선보다는 많은 이변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김부겸도 홍준표와 함께 여야 두 명의 대통령 후보군을 가지려는 대구 표심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 분석의 오류는 결과가 증명했다. 한국의 선거는 데이터로만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지역 정서를 영호남으로 묶는 것도 시대 역행적이다. 호남, TK,PK에다가 이제는 강남도 지역색 분석 범주에 포함시킬 때가 되었다.

호남의 지역색은 오랜 세월 소외와 핍박으로부터 형성된 수세적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호남의 지역색은 이제 (영남을 제외한)타지역의 선택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호남 전지역 석권을 막은 무소속 후보의 선택은 그들의  정치적 판단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선택에는 지역색도 없고 민주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도 없었다.

경남의 지역색은 대구 경북과 또 다르다. 부마항쟁, 김영삼으로 인해  야도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곳이 경남이다. 김영삼의 ‘전향’과 함께 보수적인 지역이 되었지만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부산 경남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문재인이  호남에서 당한 ‘모욕’ 때문이었다. 집나간 자식이 밖에서 맞고 다니는 것은 참을 수 없지만 밖에서 가족을 제쳐두고 다른 이들과  각별한 사이가 된다면 배가 아픈 심리라고나 할까?  이번엔 민주당이 호남을 석권한다는 전망이 있었기에  PK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대구 경북은 같은 영남이지만 오랫동안 경남지역을 ‘하도’로 얕잡아 부르며 차별화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주도해 왔다는 착각에서 그들이 선택하면 누구든지 그들을 위해 복무한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표심을 행사해 왔다. 이회창과 황교안이 그래서 픽업됐다. 때문에 홍준표도 낙승 못했고 김부겸도 빛좋은 ‘선전’에 그쳤다.

그들의 근거없는 자부심에 크게 상처를 준 사건이 코로나와 신천지다. 지금까지 그들이 받은 선의는 기득권으로서 당연히 누리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그들을 향한 선의는 ‘동정’으로 비춰졌다.  선의 뒤에 숨은 SNS상의 조롱이 오히려 그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사드반대 투쟁에서 함께 한 사람들의 열망과는 다른 선택으로 조롱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건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으므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결과에 대한 SNS의 조롱도 그 지역을 규정하는 낙인으로 오래 가겠지만 누가 말린다고 그칠 일도 아니다.  정부가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은 성난 민심을 달랜다며 예산을 쏟아 붓는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실패한 동진정책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 지역을 소외시키라는 말이 아니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방역이든 뭐든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태영호를 선택한 강남의 지역색이다. 종부세 때문이라고도 하고 태영호가 북한의 엘리트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모두 아니다. 강남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 대개가 변호사에 교수에 유학파였다. 종부세는 그 지역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선택은 TK의  선택과도 다르다. 이들은 권력창출에 욕심이 없고 외부의 조롱은  ‘못 배우고 없는 것’들의 질투로 바꿔버린다.  몇년에 한번씩 심판받는 권력도 그들에게 매혹적이지 않다. 그냥 그들에게 비우호적인 정치세력을 조롱한 것에 다름 아니다. 태영호가 그들을 대변하기에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안다. 태영호는 정부를 창피 주기에 딱좋은 패였다.

그들은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여론을 주도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싶은 마음을 표심에 반영했다. 아주 독특한 지역색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조롱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그 지역에 사는 언론사 중간간부 이상들은 글로 모욕하며 당황하는 정부를 즐기고 학자들 또한 알맹이 없는 말을 시론으로 포장하며 정책에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영향력이 축소된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따라서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의 지적처럼 종부세를 과감하게 인상하고 부유세도 도입해야 한다. 선거 결과가 나온 후 그 지역구에 새터민을 위한 아파트를 짓자는 청와대 청원을 보면서 네티즌의 기발한 조롱(진심?)의 신속에 놀랐다.

‘정치공학적 판단’에  충성도 높은 더불어 민주당 지지자들

열린 민주당이 받은 초라한 결과는 출마자뿐 아니라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이례적이었다. 10%를 상회하던 당지지율, 후보자 개개인이 가진 스타성, 검찰개혁으로 집중된 명쾌한 슬로건, 그 과정에서 조국이 거론되어도 물러서지 않는 대담성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있었는데 5.4%, 3석의 초라한 결과를 낳았다.

더불어 민주당지지자들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 민주당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막판에 더불어 시민당으로 방향을 돌렸다. 일단 왜곡되어 버린 연동형 비례제로 깊어진  더불어 민주당의 고민을 보여준 ‘연기’의 힘이 컸다.  이건 분명한 정치 홍보의 승리다.  장사가 될 것 같으니까 날름 미래 한국당을 차린  ‘상술’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이 만든 제도의 취지를 어긴 ‘죄값’으로 시민 사회 추천을 10번까지 배치하고 그 뒤로 열린 민주당 후보를 배치한 전략은 연동형 취지 훼손을 향한 비난을 벗기에 충분했다. 그 과정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남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가진 열혈지지자들은 열린 민주당으로 모여 들었다.

그런데 왜 5.4% 밖에?  열린 민주당의 검찰개혁에는 조국이 소환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눈치챈 미통당은 선거 운동 막판에 ‘조국’을 다시 점화했지만 의외로 조국 이슈는 불이 붙지 않았다.  더불어 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에 힘을 모아주되  조국은 숨겨주고 싶었다. 선거 유세에서 조국이 소환되는 것을 원치 않던 강성 지지자들은 아쉽지만 열린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접어야 했다.

여기서 김어준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는 정봉주, 손혜원, 김진애, 최강욱, 김성회, 안원구와의  친밀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공중파의 ‘뉴스공장’이나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서 외면하는 ‘편파’를 저질렀다. 김용민은 이들을 부각시켰지만 김어준은 냉정하게 거부했다. 두 당 모두 잘되면 좋은데 꼭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냐는 의문도 남지만 적어도 김어준의 ‘선동’이 지지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비례 대표 뿐 아니라 지역구 투표를 응집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확실하다. 게다가 김어준은 더불어 시민당을 지지함으로써  도긴개긴 위성정당이 아니라 고민한 흔적이라도 남겼다는 점을 강조해  ‘위성’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희석시켜 주었다.  그는명분도 실리도 얻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