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 가짜동영상 유포, 북 주민들 '뒤숭숭'
김정은 사망 가짜동영상 유포, 북 주민들 '뒤숭숭'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4.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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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상설 둘러싸고 미확인 정보들 퍼지며 국내 언론들까지 가세, 극우 유튜버들 공포심 조장에 악용까지

 

김일성 생일 기념일(태양절)인 지난 15일 북한 노동당 및 정부의 간부들과 무력기관 책임일꾼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보도된 사진 속에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없어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뉴스1)
김일성 생일 기념일(태양절)인 지난 15일 북한 노동당 및 정부의 간부들과 무력기관 책임일꾼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보도된 사진 속에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없어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뉴스1)

[뉴스M=진민용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망했다는 가짜동영상이 주민들 사이에 돌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평안북도 소식통을 전하면서 "지금 보위부, 보안서가 총 동원돼 연선지역에서 중국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주민들에 대한 집중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당국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북한 당국의 국경 차단을 계기로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감시 및 경계 태세가 강화된 바 있지만, 이번에 보안기관의 대(對)주민 단속·통제·검열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진 배경은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동영상이 주민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매체는 북한의 한 공관원이 “조선중앙TV 보도 장면을 실제처럼 모방한 동영상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유포됐는데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돌아가셨다는 내용이 그 안에 담겨 있다”며 “이것이 지금 사회적 문제로 제기돼 긴급 검열과 통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보도했다. 

동영상, 김일성 사망과 김여정 승계 내용 짜집기로 현혹 
 
[데일리NK]는 이 소식통이 언급한 영상 내용도 전했는데, 여기는 금수산태양궁전을 배경으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현지지도 중 서거하시었다’라는 문구가 뜨며 시작하는 약 5분짜리 영상으로, 여기에는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새벽 0시 30분 현지지도 중에 사망했다는 내용과 함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혁명 위업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또 매체는 "얼핏 보면 조선중앙TV 보도처럼 보이는 해당 영상은 과거 김정일의 추모식 장면과 ‘인민조선’이라는 이름의 조작된 신문 1면 이미지 등을 삽입해 그럴듯하게 꾸민 가짜 동영상이지만, 현재 북한 내부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이후 보름 넘게 공개활동을 중단한 상황에 최고지도자의 건강 문제와 연관된 보도가 이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김 위원장의 중태설·위중설을 비롯해 사망설도 돌고 있다."고 했다. 

이 매체가 전한 소식통은 “이 영상을 본 주민들도 순간 당황하고 당과 행정기관의 성원들도 초기에는 굉장히 놀랐다”면서 “이것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 다음에는 누구도 대놓고 이 영상에 대해 말을 못하고 있다”면서 "조직지도부와 검찰, 보위부, 보안서 등으로 조직된 합동검열조 특별단속반이 만들어져서 이 영상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유포한 자는 누구인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가짜뉴스, 김정은 향산 진료소 김만유병원 심혈관 치료중? 
 
[데일리NK]는 이 보도 이전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는데, 이 보도를 미국 CNN이 21일 전하면서 받아서 보도하고 로이터 통신은 25일 중국 의료전문가들이 북한에 파견됐다는 보도를 하면서 국내 언론에도 확산됐지만, 정부는 근거없는 정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평양이 아닌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있으며, 이를 집도한 병원이 '김만유병원' 이라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수도 평양이 아닌 평안북도 묘향산지구 내 향산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대체 이곳은 어떤 곳일까. 시술을 집도했다는 김만유병원의 의사는 어떤 인물이며, 왜 그가 시술을 맡게 된 것일까." 라며 "2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향산진료소는 지난 2014년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중점적으로 치료·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1호’ 전용병원으로 지정됐다. 당시 김 위원장의 몸 상태에 문제가 생기면서 최고지도자의 건강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고, 이에 향산진료소가 김일성 직계인 백두혈통 중에서도 최고지도자와 그의 일촌(一寸)만 이용하는 전용병원으로 꾸려지게 됐다는 전언이다."고 했다. 

김만유병원, 김일성 사망 계기로 김정일이 세운 심혈관 전문 병원

그렇다면 왜 하필 이곳 향산일까? 이에 대해 [데일리NK]는 “향산진료소를 1호 전용병원으로 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면서 "먼저 소식통은 '1994년 수령님(김일성)이 향산특각(별장)에 계시다 쓰러지셨는데 그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직승기(헬기)를 띄울 수도 없었다. 그러다 결국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면서 향산에 얽힌 이야기로 말문을 텄다.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은 생전에 ‘향산에 진료소가 있었다면 수령님이 살아계시지 않았겠나’라며 이를 뼈아픈 과거로 언급했고, ‘향산에 언제든 비상사태를 대비할 수 있는 의료설비를 갖춰놓으라’는 교시를 내려 우수 의료기기들이 이곳 향산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현재 북한 내에서 심혈관계 최고권위자로 꼽히며, 호위국이 보초를 서는 구역 안에 거주하면서 경호원도 대동하고 다닐 만큼 당국의 특수 관리를 받는 대상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사람은 김만유병원 심장외과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국가에서 뽑아서 독일로 유학도 다녀왔다”며 “김만유병원 집무실에는 한 달에 한 번 출근하는 정도지만 수뇌부 심장 치료를 위한 감각을 항상 유지하라고 수술 집도도, 참관도, 임상도 아무 때나 할 수 있게 보장해주며 배려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와 소설을 뒤섞은 북한발 소식통 난무, 극우 유튜버들 위기감 조장에 이용  

이같은 북한 전문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이 받아 옮기면서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는데, 이에 대해 김세현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이상설은 그런 위기를 조장하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일부의 가짜뉴스" 라고 단언했다. 또 대북 전문가들은 지난 1986년 김일성 총살이라는 대형 오보를 낸 바 있는 [조선일보]를 비롯해 유난히 북한과 관련된 오보들은 검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심을 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의 한 외교전문지 편집인은 최근 CNN 보도를 맹 비난하면서 정확한 팩트체크가 없는 뉴스를 내보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지난 27일 [TBS 더룸] 방송에서 '팩트체크' 코너에서도 최근 나오는 '북한 소식통' 인용 뉴스는 우선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확인할 수 없다는 약점을 파고들면서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상상을 섞어서 무분별하게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면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그 이전 까지는 당분간 이런 류의 뉴스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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