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과 이후
코로나 이전과 이후
  • 뉴스M 편집부
  • 승인 2020.04.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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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박종화 평통연대 이사장, "우리가 만드는 평화가 세계의 모델이 될 것"
박종화 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평통연대 이사장

코로나19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전세계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세계사는 이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거라고 한다. 코로나 이후,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에 우리 정부와 교회, 국민이 코로나19를 침착하게 극복하는 걸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했다. 정부는 위기 상황에서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지만 매뉴얼을 따라 착착 진행했다. 정부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대처는 전세계의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어땠나. 정부의 시책을 따라 자발적으로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했다. 이는 결코 서구 나라가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를 우리는 익히 경험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교회 역시 거의 모든 교회가 공예배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가정예배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교회는 어느 때보다 성숙했다. 이런 교회를 보면서 나도 교인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극히 일부 교회에서는 예배를 강행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교회, 교인들이 성숙하게, 침착하게 임해줬다.

아직은 코로나19가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뤄질 모든 결과까지 내다보며 ‘하나님이 우리를 살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높여주셨습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는 고백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KS(Korea Standard)가 GS(Global Standard)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독일에서 꽤 오래 살았다. 유럽 같은 나라는 굉장히 수준이 높을 거라고 우리는 평소 생각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계적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서구는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너무 교만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닥치니까 봉쇄를 할지 해제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한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전세계가 한국의 진단키트를 요청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세계가 주목할 것이 많지만 이번 코로나19는 한류만이 아니라 정치나 시민의식, 기술에서도 서구가 ‘비로소’ 코리아를 달리 보기 시작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 서구는 이제 우리의 방식을 국제적 표준으로 수용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다. 서구는 그동안 늘 자신들이 국제표준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 바뀌려 하고 있다. 한국적 특성, 이것이 처음으로 국제표준이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를 맞고 있다. 코로나는 선진국의 개념도 바꿔놓고 있다. 빈곤을 극복하고 경제적 부를 이룬 나라가 선진국이었지만 경제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음을 코로나19는 가르쳐줬다. 민주주의, 투명성, 시민의식, 기술 발전 같은 요소가 골고루 발전하고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인 것이다. 과거의 선진국이 경제, 군사 등 하드파워 중심이었다면 앞으로의 선진국은 시민의식, 문화, 예술 등 소프트파워가 중심이다. 진짜 선진강국의 힘은 이 하드파워에다가 소프트파워가 결합된 스마트파워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사회는 코로나 이전 상태로의 회귀가 아니다. 전혀 새로운 사회가 등장하는 것이다. 남북통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통일 이전 상태로의 회귀가 아닌 전혀 새로운 한반도의 도래다. 코로나 이전엔 보수가 자유를, 진보가 정의를 추구했고 둘의 조화가 정치사회적 이슈였다면 코로나 이후는 이 같은 낡은 이념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새롭게 눈을 뜬 사람들의 의식과 연대가 이끌어가는 한반도가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정치인이나 시민들은 자유, 정의, 생명이 조화롭게 꽃피는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주로 독일통일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말해 왔다. 하지만 사회통합으로 대표되는 독일식 통일은 우리와 상충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배경, 문화, 뇌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통일의 흐름을 배우되 모방할 필요는 없다. 베트남식 통일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배우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배경과 흐름이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만들어가는 평화, 우리가 쌓아가는 통일이 전세계의 모델이 될 것이다.

이참에 새로운 예배 모델도 우리가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온라인 예배, 인터넷 교회다. 어떤 이들은 온라인이나 인터넷으로 가면 교인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 우리가 잘 해왔던 예배, 즉 모여서 찬양하고 말씀 듣는 형태의 예배는 훨씬 더 발전시키고 튼튼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복음에 목마른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다.

코로나를 계기로 재택 근무가 또 다른 형태의 근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듯이 또 다른 교회, 또 다른 예배가 출현해야 한다.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흩어지는 곳이 하나의 작은 교회가 되는 그런 교회 말이다. 그동안 ‘작은 교회’는 말 그대로 숫자가 적은 교회, 건물이 작은 교회였다. 작은 교회들 여럿이 모이면 온전한 교회가 될 수 있다. 이걸 위해서는 큰 교회들의 배려, 신학자들의 고려, 그리고 새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봉쇄를 하지 않고서도 컴퓨터나 IT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았다. 이런 기술과 성공을 교회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기술만능으로 가선 안 된다. 기술은 기술자가 개발하는 것이고 목회자는 영성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이런 말을 했다. ‘목사는 교회에서 성직자이고 평신도는 일터에서 성직자이다.’ 성직자들은 각자 모이는 교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평신도들은 각자 일터에서 사제처럼 사는 것, 이것이 만인사제직의 원리다. 이걸 신학자들이 정리해 줘야 한다. 만인사제직이 일상화되면 가정도 직장도 나라도, 그리고 교회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교회가 짊어진 사명이 많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새 교회 모델을 서양 교회에 제시해 주는 것도 사명이지 않을까.

우리가 지녀온 자발적인 시민의식, 창의적인 예술과 문화, 민주의식과 투명성을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그 힘은 70년 넘은 분단의 남북을 하나로 잇고, 넘어진 한국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깜빡 잊고 있었던 사명을 일깨워주고 있다.

<외부 기고는 본지와 편집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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