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또... 최악으로 가는 코로나 미국
트럼프가 또... 최악으로 가는 코로나 미국
  • 뉴스M 편집부
  • 승인 2020.05.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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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의 코로나19 글로벌 리포트] 대책 없는 미국의 코로나 대응

 
[오마이뉴스=임상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미국의 최근 동향이 우려스럽다. 피해 규모의 문제가 아닌 대응 방향의 문제다. 분명한 방향도 철학도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기축(基軸)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거나 지체될 경우 지구촌 보건과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막대하다. 우리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유독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5월 들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려는 지구촌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그동안 엄격하게 적용하던 사회적 봉쇄를 점차적으로 완화하고 있고, 각급 학교들의 순차적 등교도 예정돼 있다. 덴마크의 경우 이미 지난달 15일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스페인은 지난 5일 이후 면적 400㎡ 이하의 상점에서 예약 손님에 한해 영업을 재개하게 했다. 포르투갈 역시 5일부터 중소상점 중심의 영업재개를 허용했다. 프랑스는 오는 11일부터 이동제한이 해제되고 카페, 레스토랑을 제외한 가게의 영업이 허용된다. 독일도 지난 4일부터 각종 전시, 놀이시설, 종교시설의 재개가 허용됐다.

위기 벗어나려는 지구촌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이들 국가들이 긍정적 성과를 만들어낸 결과다. 이탈리아는 이 달 들어 지난 3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 단위로 떨어졌고, 처음으로 누적 완치자 수가 실질 감염자 수를 추월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큰 틀에서 이탈리아와 흡사한 신규 확진자 추이를 보여준다. 서유럽 국가 중 유독 적은 사망자 수를 기록 중인 독일은 지난 4일 신규 사망자 수 43명을 기록했다. 3월 2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날 프랑스의 신규 사망자는 135명으로 역시 3월 23일 이후 최저 기록이다. 
 

2월 21일~5월 6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신규 확진자 추이ⓒ coronaboard.kr 
2월 21일~5월 6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신규 확진자 추이ⓒ coronaboard.kr 
2월 21일~5월 6일 영국, 러시아, 브라질 신규 확진자 추이ⓒ coronaboard.kr
2월 21일~5월 6일 영국, 러시아, 브라질 신규 확진자 추이ⓒ coronaboard.kr

물론 모든 나라의 상황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주요 피해 국가 가운데 감염자수가 여전히 증가세인 곳들도 있다. 러시아의 경우 확진자 수가 점점 증가하면서 최근 프랑스와 독일의 수치에 근접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영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6일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추월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남미 국가 가운데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브라질은 3월 12일 신규 확진자 수가 중국을 추월한 이후 4월 9일에는 이란을 추월해 5월 초 여전히 증가세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들의 피해상황은 미국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3월 말 급증 양상을 보이다가 4월부터는 2위 스페인과 무려 네 배가량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다른 나라들과의 누적 확진자 규모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는 중이다. 심지어 다른 나라의 피해규모를 미국의 것과 동시에 비교하면 그들의 피해가 미미해 보이는 착시효과마저 일으킨다.
 

2월 21일~5월 6일 미국과 주요 코로나19 피해국가 신규 확진자 추이ⓒ coronaboard.kr 
2월 21일~5월 6일 미국과 주요 코로나19 피해국가 신규 확진자 추이ⓒ coronaboard.kr 

현실이 이렇게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여전히 현실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전염병 억제와 경기침체 억제, 두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전통적 전염병 대응 모델의 문제점은 이 두 과제가 상호모순적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 한국형 방역모델이 혁신적이라 불리며 미래의 표준모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전염병 억제와 경기침체 억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한국형 모델을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국의 경우 피해 확산 초기 한국형 모델을 도입했다가 최근 슬그머니 내려놓는 형국이다. 그 이유는 필요한 만큼의 진단 키트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 IT기술의 한계 때문에 한국형 모델을 수용하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개인정보의 공공영역 활용 문제를 놓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해 실패하는 국가들도 있다. 코로나 이후 한국형 모델의 표준화 작업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미국이 처한 문제

그렇다면 미국이 현재 처한 문제는 어떤 것일까? 영국처럼 진단키트의 확보에 문제가 있는 걸까? 프랑스와 독일처럼 개인정보 처리 문제의 법제화가 발목을 잡는 걸까? 중남미 국가들처럼 IT기술 확보의 문제가 성과를 막는 걸까? 분명 부분적으로는 이 모든 것이 다 해당되는 나라가 미국일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상설 방역체계를 갖추거나 그것이 없다면 비상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라도 극복하겠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영국정부는 진단키트 확보에 늑장 대응해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독일은 개인정보를 더 보호하면서 확진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발전된 형태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프랑스는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된 어플리케이션 활용을 놓고 의회 표결까지 가져갔다. 파라과이,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과 IT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대책은 도대체 무엇인가?
 
'임시영안실' 냉동트럭에 실리는 뉴욕 코로나19 사망자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비닐로 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임시영안실로 사용되는 냉동트럭에 싣고 있다.

냉동트럭으로 옮겨지는 코로나19사망자 모습 (사진=660news)  
코로나19 사망자들이 냉동트럭으로 옮겨지는 모습 (사진=660news)  

5일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5월말에서 6월초 사이 백악관 내 코로나19 대책 태스크포스를 해체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는 행정부가 이룬 엄청난 진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트럼프 체제 하에서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펜스 부통령의 이 발언은 현재 미국 행정부의 상황 인식과 언행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볼라 확산 저지 대책을 총괄했던 론 클레인 당시 '에볼라 차르'는 "일주일에 5건의 감염사례가 나온 뒤에야 우리는 대응팀을 해체했다"며 펜스 부통령을 비판했다.

미국정부의 가장 심각한 두 가지 문제는 유례없는 감염 비상상황 속에서 문제의 정확한 핵심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관된 정책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느닷없이 백악관 태스크포스 해체를 생각했다면 그만큼 현재 방역이 성공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와 앞으로의 유지 대책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문제의 발언 하루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태스크포스 해체를 하지 않겠다"면서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수습해야 했다.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 케어스법(CARES ACT)을 공포한 것은 감염확산 억제를 위해 제한되는 경제활동, 그로 인해 위축되는 경기에 최소한의 수혈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만큼 감염 억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역과 경제활동 재개를 놓고 현재 미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국론분열은 코로나19의 방역 자체를 넘어 이후 미국사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은커녕 갈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많은 미국인들이 판단하고 있는 현실은 그 골이 생각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미국의 혼란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문제에서도 기인한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적극적으로 스스로 원해) 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와 마이크 앞의 그 자리가 위기관리 최종책임자의 자격으로 주어진 것인지 정치인의 자격으로 주어진 것인지 구별을 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당하고 있는 코로나19 피해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에게 가한 최악의 공격"이라면서 코로나19의 피해가 외부의 침략인 양 표현했다. 한 술 더 떠 "진주만보다 더 나쁘다, 세계무역센터보다 더 나쁘다"고까지 했다.

정말로 트럼프 대통령은 2천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진주만 공격보다, 3천 명가량의 희생자를 낸 뉴욕 트레이드센터 공격보다 7만 3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가 20~40배 더 큰 '침략'이라고 생각할까? 불행에 처한 남의 나라 대통령의 유아적 사고를 웃고 넘기기에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무게감이 너무 크다.  <오마이뉴스 제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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