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2천 년 역사를 비춰온 진리의 가로등들"
"기독교 2천 년 역사를 비춰온 진리의 가로등들"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5.1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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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로완 윌리엄스, 루미나리스, 복 있는 사람, 2020년...진리는 변함 없이 우리를 비춘 가로등 같은 것
기독교 2천 년 역사의 인물들은 가로등 같이 우리를 비춘 진리였음을 가르쳐 주는 책 (사진 = 루미나리스 표지)
기독교 2천 년 역사의 인물들은 가로등 같이 우리를 비춘 진리였음을 가르쳐 주는 책 (사진 = 루미나리스 표지)

"빛이 있으라 하시니 그들이 세상의 빛이 되었다"

[뉴스M= 황재혁 기자] 영국의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는 세계 성공회의 지도자인 전 켄터베리 대주교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신작인 [루미나리스](Luminaries)가 최근 도서출판 [복 있는 사람]을 통해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이 책의 한글번역은 C. S. 루이스의 책을 다수 번역한 홍종락 번역가가 맡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신학여정에 큰 영향을 미친 스무 명의 생애와 사상을 간략하게 정리하며, 이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한줄기 빛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이야기 했다.

저자가 선정한 스무 명의 인물명단은 사도 바울에서 시작해 성 오스카 로메로에서 마무리되었다. 이 인물명단을 자세히 살펴보니 사도 바울, 어거스틴, 윌리엄 틴들, 존 밀턴, 윌버포스, 찰스 디킨스, 나이팅게일, 본회퍼는 필자가 평소에 잘 아는 인물이었고, 캔터베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 안셀무스, 에크하르트, 토머스 크랜머, 성 테레사, 시몬 베유, 성 오스카 로메로는 필자가 어디선가 이름만 들어본 인물이었다. 그러나 성 알바누스, 불가코프, 에디트 슈타인, 마이클 램지, 에티 힐레숨의 이름은 필자에게 상당히 생소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로완 윌리엄스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의 이름은 한국교회에 처음 소개되는 이름일 수 있다. 때때로 익숙하고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닌 다소 생소한 믿음의 사람을 새롭게 아는 것도 신앙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루미나리스]는 로완 윌리엄스가 서재에서 일필휘지로 쓴 책이 아니라, 실제로 대중을 상대로 진행한 설교와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그래서 책에서는 한 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맨 마지막 부분에 이 글의 출처가 어디인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사도 바울을 소개하는 글은 저자의 [바울을 읽다]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고, 존 밀턴을 소개하는 글은 원래 2008년 9월 17일에 존 밀턴 탄생 400주년 기념 예배에서 전한 설교문이었다. 어찌 보면 이 스무 편의 글들은 처음부터 한 권의 책을 목표로 쓰인 글들이 아니지만, 저자의 높은 지성과 깊은 영성으로 인해 모든 글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자신이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했다.

“여러 해에 걸쳐서 나는 이들에 관해 생각하고 기리도록 초대를 받았고, 이들은 여러 면에서 나에게 계몽의 등불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예측할 수 없는 풍성한 시각과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때로는 결점이 있고 부족했던 존재들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을 통해 빛이 비쳐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14쪽)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좁은 산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떠올랐다. 길가의 가로등을 보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다. 어두컴컴한 한밤에 가로등이 없다면 좁은 산길을 걸어가는 것은 매우 두렵고 겁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무 명은 스무 개의 가로등처럼 지난 이천년의 기독교 역사에서 진리의 좁은 길을 환히 비추었다. 우리는 그들의 삶에서 나오는 진리의 광채를 따라, 이 좁은 길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루미나리스]는 비록 150쪽 남짓의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결코 얇지 않다. 오늘 우리는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이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세상의 빛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 앞에 우리는 [루미나리스]를 읽으며 진지하게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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