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가 가져온 '평범'의 특별함
[기자수첩] 코로나가 가져온 '평범'의 특별함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5.1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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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그래픽=MARKET WATCH)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그래픽=MARKET WATCH)

[뉴스M=진민용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깨닫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치사율이 높은 것도 아닌,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일상은 중단 되다시피 했고, 학교는 학생들을 맞이하지 못하며,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출퇴근 조차 보장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매일 업데이트 되는 '확진자' '사망자'를 친절하게(?) 숫자로 알려줍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굳이 눈에 '보이도록' 만들어 줘서 공포심은 극대화 되고, 내 가족과 이웃, 친구와 연인 '사이'를 2미터 이상 갈라 놓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평범하게 느꼈던 손을 잡고, 포옹 하고, 귓속말을 하는 등의 '친밀감' 마저도 '경계'로 뒤바꿔 버렸습니다. 심지어 내 얼굴도 내 맘대로 못 만질 지경입니다. 어떤 이는 '나 때문에 피해 갈까봐' 그렇게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내가 피해를 입을까봐' 그렇게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이 둘 다 염두에 두고 행동을 합니다. 

이러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일상' 이 무엇이었나.. 생각하게 합니다. 어쩌면 이번 펜데믹 이후의 일상은 지금의 '특별한 상황'과 맞물린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 찌게에 가족의 숟가락을 함께 넣는 일이 불안해 질테고, 친구를 만나면 마주 앉기 보다는 나란히 앉는게 편할테고, 영화관이나 연극공연장, 그리고 경기장에는 좌석수 보다 훨씬 적은 숫자만 예매를 받을지도 모릅니다. 마스크를 쓴 채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전혀 낮설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거부 당했던 1회용품들의 사용량이 급증하게 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여성들의 핸드백에는 화장품과 함께 1회용 변기커버와 1회용 비닐장갑이 필수품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또 다시 인간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평범하지 않은' 일상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 되고 우리가 그리던 '일상'의 모습을 되찾게 되면 그 '일상' 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던 성경 구절에서 '범사'가 그립습니다. 꼭 감사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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