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2일'의 역사... 붕괴엔 '10초'
'642일'의 역사... 붕괴엔 '10초'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6.17 2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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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립 200일 기능마비 시작으로 결국 폭파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사진=AVIRALBOX / AP)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사진=AVIRALBOX / AP)

[뉴스M=황재혁 기자]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에 북한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 당국에 의해 폭파당했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 14일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처음 설립 된 지 642일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남북한공동연락사무소가 설립되고 여러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북한에 의해 폭파당할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상상하지 못했다. 이에 본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지난 642일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보며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다시금 확인하고자 한다.

설립 1일(2018년 9월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평화로운 시작 

지난 2018년 9월 14일에 설립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설치된 외교공관으로 판문점 선언의 첫 성과물로 인식되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란 내용이 담겼고 이에 따라 사무소가 개성에 건립되었다.

대한민국 통일부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운영부, 교류부, 연락협력부를 상주시키기고 이 부서를 통해 남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교류를 활성화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는 북과 남이 우리민족끼리의 자양분으로 거둬들인 알찬 열매"라고 말했고,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은 "평화의 새로운 시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상시 소통의 창구"라고 평가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남북이 모두 드러냈었다.

설립 190일(2019년 03월 22일), 하노이 노딜 이후에 위기를 맞은 연락사무소

지난 2019년 3월 22일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업무를 보던 북측 인력이 22일 오전에 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철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지만, 당시 하노이에서 2019년 2월에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여파로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당시 철수한 북측 인력은 3일 후인 2019년 3월 25일에 일부 복귀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다시 정상화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북측 인원이 복귀했음에도 매주 금요일마다 남북 사이에 진행하기로 했던 차관급 정례 소장회의는 2019년 3월 이후에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설립 된지 200일도 되지 않아, 서서히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설립 366일(2019년 09월 14일), 냉랭한 분위기의 연락사무소 1주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1주년을 맞았지만, 지난 2019년 3월부터 시작된 남북의 냉각기는 변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불과 1년 전인, 2018년에는 남북의 고위급이 함께 모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립행사를 가졌지만, 2019년에는 1주년을 맞아 남북공동행사를 가지지 않고, 당시 남측 사무소 소장인 서호 차관이 사무소를 방문해 근무자들을 격려하는 정도로 조용하게 넘어갔다. 이 시기에 차관급 정례 소장회의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오전과 오후에 연락대표 접촉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설립 504일(2020년 1월 30일), 코로나로 인해 업무를 중단한 사무소

2020년을 맞아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에 총력을 기울인 북한은 남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제안했다. 이 제안을 대한민국 정부도 받아들여 지난 2020년 1월 30일에 사무소에 체류했던 58명의 인원이 다시 남한으로 돌아왔고 서울과 평양간 전화선과 팩스선을 연결해 서울에서도 북한과의 연락업무를 계속 이어왔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통일부는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는 데로 개성 사무소로의 복귀를 위해 유관기관들과 상황을 협의 중이었다.

설립 630일(2020년 6월 4일), 남한의 대북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한 김여정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경색된 상태에서 지난 4일 남한에서 보낸 대북전단에 북한의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며 남한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담화문에서 남한을 향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 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담화를 통해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가지고, 이를 강제적으로 폐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설립 639일(2020년 06월 13일), 김여정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경고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청와대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화상회의를 열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14일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남과 북은 남북간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방부도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 및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립 642일(2020년 6월 16일), 폭파로 산산 조각난 남북한공동연락사무소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에 북한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불시에 폭파했다. 이날 폭파로 4층 높이의 연락사무소 청사와 그 옆에 위치한 15층 높이의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가 자취를 감췄다. 북한은 사무소를 폭파한 후, 이날 오후 5시에 조선중앙TV 보도 등을 통해 관력 소식을 전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남북한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음을 확인하고 지난 16일 오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를 소집해 김유근 NSC 사무처장이 직접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결과 브리핑을 했다. 이렇게 남북한공동연락사무소는 설립 된지 불과 642일 만에 북한의 일방적인 건물 폭파로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되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폭파 다음날인 17일에 남북관계가 파국에 이른 것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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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ㄱㅎ 2020-06-20 02:51:59
자기 성질부린걸 가지고 뭘 그럽니까? 어린애들 심술나면 가지고 놀던 장난감 팽개친건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