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의 이름 남기기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름 남기기
  • 이재근
  • 승인 2020.06.19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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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목사 영상 칼럼 [오픈마인드]

iTV에서 진행하고 있는 밀란의 정원은 좋은 책을 소개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인데요. 다루었던 책 중에 지식소매상으로 불리는 작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유시민 씨는 무엇이 바른 삶인가에 천착해 번민과 투쟁으로 일관됐던 젊은 날을 돌아보고 성찰합니다. 또한 책의 말미에선 죽음에 관한 자기 생각을 나누고 있어요. 그 중 두 가지 내용을 소개해 볼까 해요. 

우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해 유 작가는 연암 박지원의 죽음을 소개합니다. 노환으로 거동할 수 없게 된 연암은 약을 물리치고 오히려 술상을 차리게 해요.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 함께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보통은 슬픔, 절망, 비통함으로 여기는 죽음일 텐데, 오히려 흥겨운 잔치인 양 생전에 사랑과  정을 나누고, 시련과 고통을 함께 견딘 이들과 어느 때 보다 찬란한 마지막 순간을 간직하며 죽어간 연암 박지원…그의  마지막을 유시민은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두 번째, 유시민 작가는 죽음 관련 통찰은 소위 사람들의 이름 남기기에 관련돼 있어요.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오랜 가르침을 유 작가는 정말 그답게 되짚어 보는데요. 이렇게 말해요. “이름을 남기려는 노력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목표를 향한 성취동기가 될 순 있지만, 혹시나 이름 남기기 그 자체를 인생 목표로 삼을 경우 되려 삶을 뒤틀고 파괴할 수 있다” 라고요. 

그 예로 민홍규라는 어느 국새제조 사기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난 2010년, 자신을 전통방식 국새제조의 달인으로 자처했던 그는 대한민국 국새 제작 단장이 되었고, 정부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국새를 제작해요. 하지만, 엉터리로 제작된 국새와 함께 그의 사기행각은 금세 들통나는데요. 더 황당했던 건 국새에 새겨진 대한민국이란 글자 속에 아주 자그맣게 자기 이름을 새겨넣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부 공식문서에 국새를 찍을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했던 그의 놀라운 시도는 웃지 못할 희극으로 끝나버린 것이죠.

그렇다면 이름을 남긴다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유 작가는 성경 속 ‘선한 사마리아인’을 불러옵니다. 그에 따르면 선한 사마리아인이야 말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해요. 사실 우린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름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죠. 그가 보여준 행동, 그렇게 할 수 있던 깊은 연민, 긍휼, 사랑의 마음을 말이죠. 사실 북녘땅의 누군가처럼 커다란 바위에 이름을 새긴들 그의 삶이 훌륭하다 말할 순 없지요. 오히려 그 반대이겠죠.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처럼, 우리 삶의 행복은 남겨야 할 내 이름 석 자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풍성한 하나님 나라, 그 놀라운 삶 속에 있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긍휼의 마음, 사랑의 손길을 나누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름 남기기! 오늘의 오픈마인드였습니다.

[이재근 목사]

아이교회 (i-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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