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내용과 섬세한 균형감을 겸비한 기독론 입문서”
“방대한 내용과 섬세한 균형감을 겸비한 기독론 입문서”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7.26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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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헬렌 본드, 예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도서출판 학영, 2020년
[예수 : 한 권으로 읽는 역사] 는 헬렌 본드 교수가 쓴 책으로 예수 탄생을 전후한 정치, 문화적 배경 등을 담고 있다 (사진 = 책 표지)
[예수 : 한 권으로 읽는 역사] 는 헬렌 본드 교수가 쓴 책으로 예수 탄생을 전후한 정치, 문화적 배경 등을 담고 있다 (사진 = 책 표지)

[뉴스M = 장민혁 크리에이터] 신학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성서학 입문서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게 된다. 이제 막 신학에 관심이 생긴 초심자들이 보기 좋은 “(1)얇고, (2)중도적이고, (3)흥미로운” 교과서를 추천해달라는 것인데, 이게 참 쉽지 않다. 그런 책이 잘 없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지키면서 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탁월한 역량과 세심함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분량을 축약하면서도 꼭 필요할 말은 해야 하고,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발휘함과 더불어 술술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얘기인데, 거의 ‘극한직업’ 수준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책이 얼마 전 출간되었다. 헬렌 본드의 [예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도서출판 학영)이다.

저자 헬렌 본드는 영국의 신약학자로, 에든버러대학교 신학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바울 새 관점 연구’로 유명세를 떨친 제임스 던(1939-2020)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제2 성전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저자는 이 책 [예수]에서 자신의 전공을 한껏 살려, 예수가 역사 속에 남긴 자취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1부는 ‘나사렛 예수’를 주제로 예수의 실존 여부와 당대의 정치적 배경, 예수가 남긴 메시지, 예수의 주변 인물 그리고 처형에 이르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예수의 부활을 기점으로 초기 기독교의 발흥을 살펴본 뒤, 예술과 문화 속 예수의 모습 등 ‘예수의 유산’을 촘촘하게 더듬어 본다. 

‘역사적 예수 연구’ 혹은 ‘신약학’ 입문서로서, 이 책은 “얇고, 중도적이고, 흥미롭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먼저 이 책은 놀랍도록 얇다. 목차를 제외하면, 서론부터 결론까지 90쪽 내외의 분량이다. 100페이지가 안 되는 이 조그마한 책 안에 앞서 소개한 방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예수의 탄생을 전후로 한 정치적-문화적 배경, Q 자료, 역사적 예수 연구, 복음서 비교, 초기 기독론 등 신약학 연구의 핵심적 내용이 군더더기 없이 담겨있다. 당연히 이 책만으로 해당 내용을 충분히 다룰 수는 없겠지만, 대강을 이해하며 밑그림을 그리는데 최적화된 교재이다.

또한 이 책은 되도록 중도적인 태도를 보이려 노력한다. 신앙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은혜로운 자리에서 딱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역사 속 예수라는 인물을 관찰한다. 예수의 실존과 기적, 부활 등의 주제에는 역사적 자료를 통해 변증적인 태도로 대응하면서도, 갈릴리 평범한 목수 집안의 가장이었던 인간 예수의 모습을 덤덤하게 담아낸다. 일부 교단에서는 성서 비평과 역사적 예수 연구가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불경한 행위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다. 기독교 전통이 고백하는 예수는 “참 하나님, 참 인간” (칼케돈 공의회)이며, 예수의 인성을 인정한다면 역사 속 예수를 살피는 일과 복음서 기자들의 인간적 면모까지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온건한 시선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평적 접근이 낯선 독자들에게 신약학의 풍성함을 비교적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안내서가 되리라 기대한다.

장민혁 크리에이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장민혁 크리에이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끝으로 이 책은 흥미롭다. ‘예수는 실존인물인가?’, ‘예수는 결혼했을까?’ 와 같은 당돌한 궁금증을 정면으로 다루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유대인과 이슬람인은 예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와 소설 ‘다빈치 코드’의 예수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지 등 교회 안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교회 밖 예수’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내용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뒤집어서 펼치면 영문판 원서로 시작되는 ‘리버스북 한영통합본’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신학도들의 영어 공부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준 출판사 사장님의 배려가 느껴진다.

신학과 20학번 새내기 중 누군가 신약학 공부법에 관해 조언을 구한다면, 이 책 헬렌 본드의 [예수]와 바클레이의 [단숨에 읽는 바울] (새물결플러스)을 권하고 싶다. 예수와 바울을 다룬 이 두 책으로 신약학의 두 기둥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두 책은 같은 시리즈로 기획된 형제 도서다.) 

장민혁은 <오늘의 신학공부> 라는 주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주로 신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신학 관련 이슈와 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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