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노숙인 사역은 훨씬 더 바빠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노숙인 사역은 훨씬 더 바빠졌습니다"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7.30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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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 기도하는 마음으로 서울 거리를 누비며 사랑을 전해
프레이포유 사역을 통해 거리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손은식 목사
프레이포유 사역을 통해 거리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손은식 목사 (사진=황재혁 기자)

[뉴스M=황재혁 기자] 서울 종로3가역 1번 출구의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허름한 쪽방촌이 펼쳐져 있다. 2013년에 [프레이포유]를 설립한 손은식 목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 쪽방촌을 돌면서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기도한다. 손 목사는 쪽방촌 뿐 아니라, 노숙인이 있는 영등포와 청량리 등지에도 찾아가 그곳에 누워있는 노숙자에게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 그런데 쪽방촌 사역과 노숙인 사역을 주로 감당하는 [프레이포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에 있는 대규모 급식장소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노숙인을 위해 [프레이포유]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음식꾸러미를 들고 그들을 찾는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교회가 사역을 축소하는데, 어떻게 [프레이포유]는 더욱더 많은 사역을 감당하게 되었을까? 본지는 [프레이포유]의 손 목사를 만나 [프레이포유]의 설립과정과 향후 비전을 들을 수 있었다. 손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안수를 받은 이후, 2013년부터 길거리에서 [프레이포유] 사역에 전심전력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손 목사는 [프레이포유]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여러 글을 모아서 [거리에서 만나는 예수님]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프레이포유] 사역은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A 저는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목사안수를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교회에서 전도사로서 많은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시작한 교회사역이 하면 할수록 돈벌이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사안수를 받을 때가 되어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주님께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만의 사역을 시작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거리를 걸으며 무작정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안에는 예수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거리에는 예수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넘쳐났습니다. 이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하나님으로부터 이러한 응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네가 거리에서 기도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기도하면 어떻겠니? 네가 나의 사역을 하면 내가 너의 가정과 사역을 책임질 것이다.” 이 응답을 믿고 저는 거리에 계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사랑으로 돕는 [프레이포유]를 2013년부터 시작했습니다.

 

Q [프레이포유]의 사역은 주로 어떻게 진행되고 함께하는 동역자는 누가 있습니까?

 

A 현재 [프레이포유]의 사역은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시청역, 서울역, 영등포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거리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준비한 간식과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레이포유]를 시작하고 가장 감사한 일은 거리에서 노숙하던 형제가 [프레이포유] 사역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프레이포유]의 동역자로 세워진 겁니다. 사실 길거리에 있는 노숙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자살시도를 했는데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죽고 싶은데 죽지를 못하는 것이죠. 이러한 분들이 [프레이포유]를 통해 변화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들과의 대화와 동역을 통해 저는 날마다 많이 배웁니다.

 

쪽방촌을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는 손은식 목사 (사진=황재혁 기자)
쪽방촌을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는 손은식 목사 (사진=황재혁 기자)

 

Q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가 대부분 사역을 축소하는데, 오히려 [프레이포유]는 현장 거리 사역팀을 공개모집할 정도로 사역이 바빠졌다고 들었습니다.

 

A 코로나19는 우리에게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노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급식장소가 폐쇄되어 노숙자들이 굶고 있기에 우리가 거리로 나가서 식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전달하는 식사는 매주 470인분에서 최대 700인분까지 되는데, 이를 우리 형제들이 일일이 손으로 나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간식위주로 꾸러미를 전달했지만 현재는 편의점 도시락과 같은 식사대용 식품을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저희가 전달하는 물품은 참으로 다양한데 김밥, 초코파이, 계란, 커피믹스와 같은 식품 뿐 아니라, 신발, 침낭, 의류, 모기약, 쥐약 등 그들이 거리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이후에 여기저기서 지원이 늘어나 저희의 사역 예산은 3배에서 4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이포유] 사역 소개 팸플릿. [프레이포유] 제공
프레이포유 사역을 소개하는 팸플릿. (사진=프레이포유 제공)

 

 

 

Q 목회를 하기 전에 해외여행 인솔자로서 경력을 쌓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한 경력이 혹시 지금의 거리사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A 저는 과거에 자유투어 여행 인솔자로 꽤 많은 사람들을 상대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일종의 서비스 정신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행 인솔자로서 열심히 하면 사람들의 여행이 즐겁고, 제가 대충하면 사람들의 여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말입니다. 사실 저는 목회도 일종의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합니다. 거리사역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주고 싶고 더 나누고 싶습니다. 이 거리사역이 가치 있는 이유는 그들에게 그 어떤 대가와 보상을 바라고 돕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Q [프레이포유]의 사역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그늘진 부분을 직접 목도하는 사역입니다. 혹시 사역을 하면서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느끼십니까?

 

A 서울시에서 한 해에 노숙인을 돕기 위한 예산으로 500억 원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실제로 거리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많은 돈이 노숙인의 실제 필요와 상관없이 사회복지 기관의 유지비와 인건비로 사용된다고 느낍니다. 노숙인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회복지사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종종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해서 노숙자가 거리에서 죽지 않도록 시당국의 개입을 촉구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서울시는 노숙자가 왜 거리에서 사는지 이해하지 않고, 그들을 각종 시설에 머물게만 하려고 하기에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노숙인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Q 중장기적으로 [프레이포유]가 어떠한 방향성으로 나아갔으면 하십니까? 혹시 해외사역도 고려하고 있습니까?

 

A [프레이포유] 사역을 하면서 두 달 정도 꾸준히 만난 분들 중에 예수를 안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과 밥 먹는 게 교회이고, 그들과 예배드리는 곳이 교회입니다. 그들과 대화하고 함께하면 하나님이 이들을 사랑하고, 하나님이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깊이 느낍니다. 저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이 분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거리에서 살았을 겁니다. [프레이포유]는 앞으로도 거리에 있는 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나아갈 것이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에 나가서도 노숙인 사역을 하고 싶습니다. 노숙인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상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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