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후 위기 시대에 녹색 십자가를 질 것인가
누가 기후 위기 시대에 녹색 십자가를 질 것인가
  • 뉴스M 편집부
  • 승인 2020.08.03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평] 이정배 지음,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엮음, 기후위기, 한국교회에 묻는다, 동연, 2019년.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에 한국교회가 녹색 십자가를 지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사진 = 책 표지)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에 한국교회가 녹색 십자가를 지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사진 = 책 표지)

[뉴스M=장민혁 크리에이터] 필자는 신학교 기말고사 과제를 계기로 이 책을 접했다. 이번 학기 <생태신학> 과목을 수강했는데, 교수님께서는 시험을 치르는 대신 수업의 연장 선상에서 환경 관련 책을 읽고 독서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셨다. 학기 내내 생태신학의 기초적인 이론을 배웠으니, 이번엔 좀 더 최신의 이슈를 다룬 책을 과제로 고르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던 중 학교 서점의 기독교 윤리 서가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것이 이 책, [기후위기, 한국교회에 묻는다] 이다.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기후 변화 총회는 지구 기온 상승률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1.5도의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위기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열린 의미심장한 기후 국제회의에 대한 신학적 응답이며, 동시에 한국교회를 향한 예언자적 질문이다. 8명의 집필진은 그간의 기후 협정이 지나온 여정을 간략히 소개하면서(1부), 교회가 고민해야 할 기후 담론을 신학적, 목회적, 교육적, 사회학적 측면에서 다층적으로 살펴본다(2부).

 

이 책은 필자를 세번 탄식하게 했다. 첫째, 기후위기가 이렇게 심각하다니. 둘째, 한국교회는 이렇게나 무관심하다니. 셋째, 그럼에도 여전히 기독교에 소망이 있다니. 이 책이 생태신학 입문서로 탁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생태신학은 태생적으로 문제 상황에 기초하며, 또 반드시 실천적 지향성을 지녀야 한다. 문제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하면서 이를 분석해 신학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적 행동으로 연결시킬 때 비로소 생태신학의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종이로 책을 만든 것 자체는 지구에게 미안하지만, 적어도 이 책이 주는 자극, 곧 ‘생태 세포’를 일깨운다는 점에서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누가 자기의 녹색 십자가를 지고 부름에 따를 것인가? (p.25)”

 

환경 운동이 어려운 이유는 이 운동이 지닌 ‘눈치 게임’의 속성 때문이다. 먼저 환경 운동에 발 벗고 나선 이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뒤늦게 참여한 이들은 무임승차의 이익을 누린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업이, 국가가 ‘폭탄 돌리기’를 하며 환경 운동을 외면하고 있다고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지적한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기독교의 소망이 작동한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좁고 험한 길을 갈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그 어떤 이익도 없이, 자기 비움의 사랑으로 섬길 수 있는 공동체는 누구인가? 기후위기의 막다른 길목 앞에 선 오늘날, 그리스도가 우리를 부르시는 자리는 “녹색 십자가”의 언덕일지 모른다.

 

재난을 당한 이웃을 돕기 위해 선교팀을 꾸리던 교회의 열정은 이제 기후 위기의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전 지구적 피조세계의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손익 계산에 휘둘리지 않는 기독교의 이타적 사랑만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교회만이, 그리스도인들만이 할 수 있는일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지구를 위한 조건 없는 희생과 헌신이다.” (p.2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