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꼭 필요한 기독교 세계관
반지성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꼭 필요한 기독교 세계관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8.07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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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신대 김성원 교수, [인생이 묻고 기독교가 답하다]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뉴스M=황재혁 기자] 지난 7월 말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결과를 공고했다. 이번에 세종도서 교양부문에는 10개 분야에서 총 550종이 선정되었는데, 세종도서로 선정된 도서는 1단계와 2단계 심사 과정을 거치며 교양도서로서 가치가 높고 국민 독서문화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도서라 할 수 있다. 세종도서 선정 과정을 보면 선정 도서에 비해 접수 도서가 10배 이상 많기에, 세종도서에 선정되는 것은 저자나 출판사 모두에게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세종도서 종교분야에서는 총 31종이 선정되었는데, 그 중에 서울신학대학교 김성원 교수가 집필한 [인생이 묻고 기독교가 답하다]란 책이 세종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김 교수가 세계관을 엮어가는 여섯 개의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신학의 답변과 철학의 답변을 동시에 제시하는 책으로, 지난 2019년 12월에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판되었다. 김 교수는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처음 공부했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에서 종교철학과 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본지는 현재 서울신학대교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면서, 대외협력실의 책임을 맡고 있는 김 교수를 만나 기독교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세종도서 스티커가 붙어서 출간되는 책표지(사진=김 교수 저서)

 

 

Q [인생이 묻고 기독교가 답하다]가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번에 세종도서에 선정된 소감과 세종도서가 앞으로 한국사회에 어떻게 보급되는지 궁금합니다.

 

A 감사합니다. [인생이 묻고 기독교가 답하다]가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어 이 책의 가치를 공인받아 참으로 기쁩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는 앞으로 이 책을 600-700권 정도 구입해 전국 도서관에 보급한다고 합니다. 기독교 서적이 잘 팔리지 않아서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이 세종도서에 선정되어 출판사에게도 어느 정도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책이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기에 기독교인뿐 아니라, 비기독교인에게도 이 책이 읽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인생이 묻고 기독교가 답하다]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세계관을 엮어가는 여섯 개의 인생질문을 던지고 기독교의 답변과 세상의 답변을 순차적으로 제시하는 이 책의 형식은 제임스 사이어의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과 어느 정도 관련성이 느껴집니다.

 

A 이 책은 제가 기독교 세계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서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주로 교회에서만 신앙생활 하는 것을 주로 가르칩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 성도들이 교회에서는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회를 벗어나면 세상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기에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보면서 실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을 가지고 더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인생의 근본문제를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은 제임스 사이어의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이란 책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이란 책으로 수업을 여러 번 진행했었는데요.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에서 제임스 사이어는 7가지 물음을 제시하고 이 물음에 대해 기독교와 다른 사상에서 말하는 대답들을 비교하여 소개합니다. 그런데 제임스 사이어가 기독교의 관점은 매우 간략히 제시하여 신학적 컨텐츠가 약하였고 또한 현대과학을 전혀 다루지 않아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책을 집필하며 신학적 내용과 현대과학의 내용을 추가해 제임스 사이어의 책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넘어서고자 했습니다.

 

Q 기독교 세계관이란 개념은 언제부터 생겨났습니까? 기독교 세계관이란 개념 이전에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했고, 지금도 사실 한국교회에서는 기독교 세계관이란 개념을 몰고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세계관이 한국교회에 중요한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기독교 세계관의 역사는 데이비드 노글의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와 마히클 고힌과 크레이그 바르톨로뮤가 공저한 [세계관은 이야기다]라는 책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세계관은 이야기다]라고 번역된 책의 영어 원제는 Living at the Crossroads입니다. 이는 저자가 이 세상에서 성도가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이 매순간 교차로를 통과하는 것처럼 선택이 필요한 일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계관이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철학자는 독일의 임마누엘 칸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철학계에서는 세계관이란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특히 신학계에서는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가 그리스도 중심의 기독교 세계관을 강조했습니다. 질문에서도 강조했다시피 기독교 세계관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전에도 존 웨슬리와 같은 성도들은 거룩을 위해서 성결을 위해서 애썼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독교 세계관이 과거의 복음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이란 용어의 장점은 가치관, 인생관이란 용어보다 더 포괄적이고 공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가치관은 윤리적이고 실제적인 성격이 강하고, 인생관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미가 강한데 세계관은 이 모든 것과 다른 관점들까지 포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불변의 진리지만, 기독교 세계관은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대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책에서 기독교 세계관에서 다소 논쟁적 내용보다는 불변하는 신학적 컨텐츠를 주로 책에서 저술했습니다.

 

 

서울신대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는 김성원 교수(사진=황재혁 기자)
서울신대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는 김성원 교수(사진=황재혁 기자)

 

 

Q 한국교회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장애물은 교회에서 지성을 강조하지 않는 반지성주의가 아닐까 싶은 데요. 사실 한국교회 뿐 아니라 한국사회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반지성주의에 빠진 것 같아 보입니다.

 

A 저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한국교회에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반지성주의와 근본주의에 대한 반성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근본주의는 지성적인 것은 배격하고 기독교가 가진 문화적 풍성함을 모두 배제해 버리고 믿음만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복음주의를 살펴보면 이러한 근본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복음주의와 유럽의 복음주의를 살펴보면 지성적 전통이 강하고 꾸준히 좋은 기독교 변증가를 배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포스트모더니즘은 거대담론을 거부하고 감성적이고,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오히려 지성을 너무 무시하기에 인간의 지성을 강조하는 기독교 세계관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간의 합리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인간의 합리성을 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Q 그렇다면 철학과 신학의 올바른 관계는 무엇일까요? 파울 틸리히는 철학을 신학보다 우위에 두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파울 틸리히의 견해와 달리 성경과 신학을 철학보다 우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A 신학(Theology)은 계시의 영역과 이성의 영역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철학은 신학을 공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철학만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철학은 겸손하고 항상 그 한계를 인정하며 열려있어야 합니다. 철학이 신학을 무시하는 것은 닫힌 이성입니다. 저는 그래서 하이데거처럼 철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철학자를 좋아합니다. 참된 철학자일수록 철학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신학은 철학의 한계 너머에서 하나님의 계시와 성경의 가르침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Q 사실 지금의 청년세대는 여유 있게 인생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이 무엇인가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젊은 청년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지금의 청년세대가 IT와 소셜 미디어에 많이 매몰되고, 방금 전에 이야기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조에 쓸려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성령님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영적 욕구와 인간 본연의 갈망이 있습니다. 그것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저는 코로나19가 인생의 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코로나19 시기에 무료함과 우울함을 느낄수록 그 시간을 활용해 깊이 있는 독서를 하거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집필 계획이 또한 있으신지요?

 

A 제가 요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분야는 영성과 자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미디어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인간성을 지켜나갈 유일한 길이 영성의 회복이라고 생각됩니다. AI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본성 을 지키는 것도 다름 아닌 영성입니다. 성령론을 전공한 저는 성령님과의 교제를 더욱 연구하고 실천하려고 하며 이를 강조하는 복음적 퀘이커 영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분야는 과학 기술 자본입니다. 오늘 날 경제와 문화 전반을 주도 하는 것이 바로 과학 기술 자본 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에서 이것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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